얼마 전부터 안동에 있는 경북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도청이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0년 전쯤 한 번 찾았으니 사실상 10년 만의 재방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북도청의 청사 건물들은 사람을 압도하는 면이 있다. 본청 건물 하나만 해도 다른 공공기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데, 그 옆에 도의회를 포함한 큰 건물이 3개나 더 있다. 도청 앞에 조성된 거대한 광장과 공원을 거닐 때마다 이 공간의 규모와 여유로움에 새삼 놀라게 된다.
한옥의 처마와 전통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청사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흡사 거대한 궁궐 같다. 보는 이에 따라 청와대를 떠올릴 법도 하다. 신도시가 조성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 빈 땅과 공터가 적지 않다.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거대한 청사들이 서 있는 풍경에서는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도시 속에 관청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청만 하나의 섬처럼 떠 있는 모습이다.
도청 신도시의 출발부터가 그랬다. 과거 대구 북구 산격동의 경북도청은 이미 형성된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동·예천의 도청 신도시는 정반대다. 안동과 예천 사이 들판에 도청을 먼저 세우고 그 주위에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청이 도시를 따라간 것이 아니라 도시가 도청을 따라 만들어진 셈이다. 경북 북부지역에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실험이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청사가 사람까지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묘한 고립감을 느낀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고, 같은 보고서를 읽고, 같은 현안을 이야기하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생각마저 갇히기 쉽다. 흥미로운 것은 경북도 역시 이런 고립의 위험을 의식해 왔다는 점이다. 청사 안에 머무는 시선을 바깥으로 넓히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20분 경북도청 1층 다목적홀에는 출근 전 공무원들이 하나둘 모인다. 이름은 '화공'. '화요일에 공부하자'의 줄임말이다. 2018년 11월 간부공무원 조찬포럼으로 시작해 2019년부터 매주 화요일 정례 강연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기술부터 경제, 인문, 역사, 건강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도청 공무원과 공공기관 관계자 등 140여 명이 참석하고, 코로나19 때도 규모를 줄여 명맥을 이어왔다. 지난 15일 397회를 기록했으니 이제 400회가 눈앞이다.
1층의 'K창'도 비슷한 맥락에서 눈에 띄는 공간이다. 경북도는 개청 이후 50여 년 동안 이어온 숙직제도를 폐지하면서 비게 된 당직실을 책으로 채웠다. 2022년 12월 문을 연 K창은 기존 행정자료실을 옮겨 확대한 개방형 독서 쉼터이자 스마트 도서관이다. 365일 24시간 열려 있고, 공무원뿐 아니라 도청을 찾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올해 9월 기준 보유 도서도 2만8천959권에 이른다. 화요일 아침 함께 강연을 듣는 '화공'과 숙직실을 없애 만든 'K창' 모두 형태는 다르지만 둘 다 경북도청 안에 '공부하는 문화'를 심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수천 년 전 지중해의 해양문명이 남긴 이야기다. 오디세우스는 끊임없이 낯선 바다를 건너고 낯선 사람을 만난다. 새로운 세계와 충돌하고, 실패하고, 다시 배운다. 인간이 성장하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일 것이다. 안동·예천의 들판에 만들어진 도청 신도시가 섬으로 머물 것인지,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항해하는 배가 될 것인지도 결국 그곳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이 얼마나 배우고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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