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지만 소설'만' 쓰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일하며 틈날 때마다 소설을 쓴다. 도서관 행사 담당이라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김금희 작가 초청 강연'을 준비했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작가였다. 게다가 북토크 형식으로 진행돼 질문 리스트도 만들어야 했다. 자연스레 작가의 최근 소설을 읽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됐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 '첫 여름, 완주'는 손열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성우다. 룸메이트 언니 고수미에게 돈을 떼이고 목소리에 이상까지 생긴다. 고수미의 고향 완주로 향한 손열매는 장의사 겸 매점을 운영하는 수미 어머니의 집에 머물게 되고 이야기는 묘하게 뻗어나간다. 거기서 '어저귀'라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 강동경을 만난다. 슬픈 이야기는 딱 질색인 옆집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부르종' 개 샤넬이와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까지. 이들이 서로 엮이며 벌어지는 여름 한 철의 이야기다.
주인공 열매가 제목대로 여름을 완주하고, 이름대로 열매 맺을 수 있었던 건 완주에서의 시간 때문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 입은 존재들이 함께 여름을 보낸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어저귀의 사연도, 양미가 슬픈 이야기를 싫어하는 이유도 누가 캐물어서 밝혀지는 게 아니다.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목소리를 잃은 성우가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다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 무언가를 어렴풋이 떠올리게 한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대화가 살아있다'였다. 자료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됐다.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이 이 소설을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책으로 기획해, 종이책보다 오디오북을 먼저 공개했다는 사실을. 작가도 처음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대사를 썼다고 한다. 박정민은 시력을 잃은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할 방법을 찾다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유명 배우들의 재능 기부로 만든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먼저 전해졌고, 전국 40개 장애인도서관에 기증됐다. 김금희 작가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주최하는 북토크에 참여해 현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출간된 지 10개월이나 지난 책을 지금 들추는 이유는 뭘까. 자기 책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려고 사재기까지 하는 시대다. 가장 늦게 닿는 사람들에게 먼저 닿기 위해 소설의 문장을 목소리로 바꿨다. 열매가 되찾은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이들이 소설 안팎으로 기울인 노력은 무슨 의미일까.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려는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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