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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사다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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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사다리는 근사한 물건이다. 어릴 때 사다리가 있는 집이 부러웠다. 사다리는 담장 너머를 보여줬다. 사다리를 타면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어른들은 경고(警告)했다. 사다리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물건이라고. 그 시절,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친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사다리를 좋아했다.

사다리는 상징(象徵)이다. 성경의 '야곱의 사다리'가 그렇다. 야곱은 형 에서를 피해 도망치던 길에서 꿈을 꾼다. 땅에서 하늘까지 이어진 층계가 있고, 천사들이 그 위를 오르내린다. 그 사다리는 땅과 하늘을 잇는다. 사다리는 예술 창작의 모티프(motif)였다.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야곱의 사다리'(1805년)를 그렸다. 비디오아트 작가 백남준은 레이저와 빛으로 사다리를 만들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사다리는 '계층 이동'이나 '신분 상승'을 상징한다. 한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유행했다. 가난하게 태어나도,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압축(壓縮) 성장 시대에선 '계층 이동 사다리'가 잘 작동됐다. 이제 그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과 태어난 지역에 따라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좌우된다. 지방의 청년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등록금만 필요한 게 아니다. 비싼 월세, 생활비, 교통비, 취업 준비 자금을 감당해야 한다.

최근 한 기업이 실시한 '2026 수저계급론 관련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78.5%가 '집안의 경제적 수준이 여유로우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답했다. '사람마다 출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한 응답도 80.7%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면 자립하기 어렵다는 응답 역시 50.9%였다.

사다리는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각목으로 대충 만든 사다리, 초경량 합금 사다리, 자동 사다리, 고가(高架) 사다리 등 재질과 성능이 다르다. 계층 이동 사다리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첫 칸도 오르기 어렵다. 누구는 성큼성큼 올라가 쭉쭉 뻗어나간다. 무너지는 사다리도 많다. 주거 사다리, 성장 사다리, 금융 사다리, 교육 사다리…. 청년과 서민들이 무너진 사다리에 깔려 신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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