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금액이 원화로 떠 있다면 이미 수수료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결제 통화를 원화로 둔 채 예약을 마쳤다가 약 5%의 수수료가 덧붙어 청구된 경우가 있었다. 현지 식당과 예약 사이트에서 통화 선택 없이 원화로 승인돼 약 8%가 가산된 사례도 있다.
이름은 해외원화결제, 업계 용어로는 DCC다. 24일 목요일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라면 출국 전 카드사 앱에서 '해외원화결제 차단'을 눌러두는 것만으로 결제액의 상당 부분을 지킬 수 있다.
◆ 원화로 긁으면 수수료 3~8%, 합치면 10% 안팎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해외 가맹점에서 원화로 결제할 경우 3~8% 수준의 원화결제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 해외 가맹점과 중계업체가 환율을 임의로 적용해 가져가는 몫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원화 결제 시 원화를 달러로 다시 바꾸는 이중 환전이 일어나 환전수수료 1~2%가 더 청구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8월 신용카드 이용 유의사항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국제브랜드 수수료까지 합쳐 총 수수료율이 10% 안팎까지 불어날 수 있다.
반대로 현지통화로 결제하면 부담은 국제브랜드 수수료 약 1% 수준에 그친다. 100만원을 쓴다면 1만원과 10만원의 차이다.
◆ 해외 카드 사용 229억 달러 역대 최대인데, 차단 신청은 1.3%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을 보면 사용액은 229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였다. 전년보다 5.5% 늘었다. 2024년에는 217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원화로 약 32조원 규모다.
출국자도 함께 늘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2869만 명으로 전년보다 26.2% 급증해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로는 2024년 개인 해외 체크카드 결제액이 5조8000억원으로 전년 3조3000억원에서 크게 뛰었다. 트래블 체크카드 확산의 결과다.
그런데 방어 장치를 켜둔 사람은 드물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해외이용 가능 카드 회원 9610만 명 가운데 차단서비스를 신청한 비율은 1.3%, 120만 명 수준에 그쳤다. 같은 해 해외 이용금액 중 원화결제 비중은 23.0%였고, 이용 건수 기준 원화결제 비중은 2018년 21.9%에서 2020년 41.8%로 뛰었다.
◆ 신규·갱신 카드는 의무 선택…기존 카드도 앱에서 설정 가능
금융감독원은 2021년 7월부터 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때 해외원화결제 차단서비스 신청 여부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했다. 2022년부터는 유효기간 만료로 갱신하거나 재발급받는 카드에도 이 안내가 전면 적용됐다.
이미 발급받은 카드도 카드사 앱이나 홈페이지, 고객센터에서 곧바로 설정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해외이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차단을 등록해 두면 해외 가맹점이 원화로 승인을 요청해도 카드사 전산망에서 자동 거절되고, 현지통화 결제만 승인된다.
카드사들은 설과 추석 등 명절 연휴 직전 이용자에게 해외원화결제 차단 안내 문자를 일괄 발송한다. 금융감독원이 명절·휴가철 소비자 피해 예방 차원에서 지도해 온 사항이다. 연휴 직전 도착한 안내 문자를 광고로 오인해 지우지 않는 것이 첫 단계다.
◆ 트래블카드도 온라인에서는 뚫린다
외화를 미리 충전해 쓰는 전용 카드는 해외 현장 결제에서 원화 승인을 기본적으로 막아둔다. 그래서 안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온라인이다.
하나카드의 해외원화결제 차단서비스 유의사항을 보면 일부 해외 숙박·항공 온라인 플랫폼은 시스템상 원화 결제가 자동 적용돼 3~8%의 수수료가 청구된다. 트래블월렛도 가맹점 시스템 사정으로 원화가 강제 청구되면 환율 차액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한다.
결제창에서 통화 선택란을 직접 확인해 현지통화나 달러로 바꾸는 절차가 필요하다. 현지 매장에서도 단말기 화면에 원화 금액이 떴다면 취소하고 현지통화로 다시 요청하는 편이 낫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원화 표시 금액을 무심코 승인했다가 5% 이상 더 청구된 영수증 분쟁이 접수돼 있다.
◆ 차단해 두면 결제가 막히는 경우도 있다
차단이 만능은 아니다. 하나카드는 원화결제만 지원하는 일부 해외 가맹점에서는 차단을 등록해 두면 승인이 자동 거절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 온라인 항공사·숙박 예약 과정에서 통화 불일치로 승인이 막혀, 차단을 잠시 해제하고 결제한 사례가 있다.
일부 글로벌 항공사와 해외 쇼핑몰은 현지통화 결제 옵션 없이 원화 결제만 제공한다. 이 경우에는 결제 순간에만 차단을 풀고 곧바로 다시 켜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차단 설정은 앱에서 즉시 껐다 켤 수 있다.
부정사용도 함께 챙길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해외 카드 부정사용 피해액은 2021년 5억3000만원에서 2024년 31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2024년 기준 건당 부정사용액은 해외가 131만8000원으로 국내의 5.8배였다. 분실·도난 신고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의 부정사용액은 카드사가 원칙적으로 보상한다.
◆ 연휴는 나흘, 대체공휴일은 없다
올해 공식 추석 연휴는 24일 목요일부터 26일 토요일까지 사흘이다. 일요일을 더하면 나흘을 쉰다. 추석 당일은 25일이다.
대체공휴일은 없다. 인사혁신처 소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3조에 따라 설과 추석은 연휴가 일요일과 겹칠 때만 대체공휴일이 적용되는데, 올해는 해당하지 않아 28일 월요일은 평일이다.
짧아진 연휴에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몰린다. 출국 전 카드사 앱에서 해외원화결제 차단을 켜고, 예약 사이트의 결제 통화를 현지통화로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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