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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 사회는 나에게… '피터팬 아빠'가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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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전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성열 전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성열 전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말기 간암 판정 뒤 그가 가장 다급히 한 일은 중증 자폐가 있는 아들 제원 씨가 자신 없이도 살아갈 곳을 찾는 일이었다. 전국 시설과 복지기관 약 1천 곳을 수소문했지만 받아줄 곳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게 들어간 곳에서도 4시간 만에 돌아와야 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공동체 마을에서 지낼 길이 열렸지만, 그 과정은 한 아버지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길고 절박했다.

왜 아들의 다음 삶을 마련하는 일까지 온전히 아버지의 몫이어야 했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는 부모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여긴다. 장애가 있는 자녀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1천 곳을 찾아다닌 사연 앞에서도 안타까워할 뿐, 왜 그 일을 국가와 사회가 맡지 않았는지는 좀처럼 묻지 않는다. 각자도생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문제의 주어를 가족에서 사회로 옮기는 일 자체가 낯설다. 그러나 민주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물어야 한다. 부모가 더는 돌볼 수 없을 때, 그 사람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부모가 홀로 찾지 않게 하는 창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비씨)주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지원을 맡는 '씨엘비씨(CLBC)'가 있다. 2005년 비씨주정부가 설립했다. 지원 대상자로 확인되면 담당자가 연락 창구가 되어 당사자와 가족을 만난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일상생활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상황이 얼마나 긴급한지를 살피고 ▷주거 ▷지역사회 활동 ▷취업 ▷행동 지원 등을 함께 계획한다.

CLBC가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와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고, 서비스를 맡을 기관이나 인력을 계약해 연결한다. 가족이 신청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그 다음 과정까지 기관 명단을 들고 혼자 문을 두드리게 하지는 않는다. 지원의 연결과 조정을 맡는 공공 담당자와 창구가 존재한다.

물론 캐나다도 완성된 답은 아니다. 지원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지역과 필요에 따라 적합한 집과 인력이 부족하다. 부모가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우리가 분발할 지점은 보여준다. 부모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삶을 가족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고, 이를 연결하는 일을 사회의 책임으로 본다는 기준이다.

◆가족을 넘어, 끝까지 닿는 지원

우리나라도 2024년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을 시작했고, 지난 10일 정부는 돌봄 대상과 가족 양육지원 시간, 주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반갑고 응원할 일이다. 이제는 그 정책이 한 사람의 실제 삶에 닿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느 기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때 공공이 끝까지 연결해야 한다.

며칠 전 만난 한 가족은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가족만 데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원 필요가 크고 공격적 행동까지 나타나면 부모가 늙은 뒤 갑자기 낯선 삶으로 옮기기 더욱 어렵다는 뜻이었다. 가족의 힘이 다하기 전에 돌봄을 사회와 나눌 준비를 시작하라는 절박한 경고였다.

여러 나라가 지향하는 방향도 대규모 시설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당사자가 살아갈 작은 집이나 보통의 주거공간에, 필요에 따라 숙련된 인력과 행동·의료 지원이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비씨주의 '지원 인력 배치형 주거'도 그 한 사례다.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니나 사람의 삶에 지원을 맞춘다는 방향은 중요하다.

우리 현실과 지향점 사이의 간극은 크다. 그래서 먼저 기준을 세워야 한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부터 지역사회 생활을 경험하며 그 사람에게 맞는 집과 지원을 함께 준비하는 것, 기존 서비스로 감당할 수 없다면 공공이 새 방법을 마련하는 데까지 책임을 이어가는 것이다.

피터팬재단과 네버랜드 마을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나도 보탤 몫을 찾고 싶다. '사회는 나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피터팬 아빠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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