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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의 별별시선] 명색이 선진국인데 인사청문회는 아직도 조선시대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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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다른 능력은 죄다 부실한데 한 가지는 탁월하다. 자기객관화다. 이거 하나는 어디 가서도 안 빠진다. 실은 바람직하지 않은 재주다. 자기객관화가 안 되거나 덜 되어야 나설 자리, 빠질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앉을 자리, 앉아서는 안 될 자리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야 세상살이가 편하다.

어려서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매일 죽고 싶었다. 요즘은 좀 덜한데 객관화 수치가 낮아져서가 아니다. 어차피 갈 날도 머지 않은데 굳이 서두를 필요까지 있을까 싶어서다. 이런 내가 자신감이 팍팍 올라가는 때가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볼 때다. 저 정도 발언과 질문이라면 얼마든지 자신 있다. 무작정 소리만 지르면 된다. 네 죄는 내가 다 알고 있으니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는 조선 시대 수준의 질문만 하면 된다. 가끔 위원장과 맥락 없는 말씨름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휴식도 취할 겸 자리 박차고 나가면 그만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있을까 싶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봤다. 역시 나는 그렇게까지 한심한 인간은 아니었다. 성평등과 절대 무관한 후보, 법치와 완벽하게 절연한 후보가 이번 청문회의 관심 순위 톱을 다퉜는데 아쉽게도 성평등이 사퇴하는 바람에 법무장관 후보가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성(異性)에 대한 애틋한 발언들을 들으면 까까머리 중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아 뭉클해진다.

물론 그분도 그 뭉클한 게 좋아서 그랬겠지만 하여간 향수 만발이다. 청탁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행동을 두고 문과(文科)라서 세세하게는 모른다고 말할 때는 그 솔직함에 감동했다. 문과라는데, 그래서 전화는 했지만 뭔 내용인지는 모른다는데 뭐라 할 것인가. 장담컨대 올해 최고의 어록이다. 나도 가끔 써먹을 생각이다. 탈세 같은 거 저질러 놓고 들키면 제가 문과라서. 어린이한테 유해 허용치 100배 넘는 물건을 팔아먹고서 잡히면 제가 문과라서.

후보자야 어차피 원론적인 답변만 할 거니까 애초부터 기대할 게 없다. 해당 청문위원들에게는 할 말이 좀 있다. 아주 혹시, 그 자리가 후보의 자질과 자격을 따지는 동시에 본인들도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자리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 당사자는 자기가 얼마나 엉망인지 절대 모르겠지만 자막으로 활성화시켜 글로 보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주어는 수시로 빠지고 동사는 반복된다. 문법을 타파한 엽기 한국어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특히 질문과 조롱을 구분하지 못하는, 빈정거려놓고 한 방 먹였다고 으쓱대는 것을 보면 내 새끼면 당장 호적에서 파버릴 텐데 싶은 욕구에 부르르 전율이 인다. 그러니까 댁들도 을(乙)인 거다. 청문회장에서는 갑처럼 보이지만 전체 그림을 놓고 보면 을인 것이다.

제안드리고 싶은 게 있다. 모처럼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라서 나대시는 건 알겠는데 그건 청문회의 취지와도 맞지 않고 결과적으로 댁들한테도 손해다. 해서 당(黨)마다 전문 청문위원을 뒀으면 좋겠다. 몇 번이나 한다고 전문 청문위원까지 둬? 하실 수 있겠다. 그럼 당이 뭐 범죄 집단이어서 당 윤리위원회가 있나.

해당 청문위원들도 다 전문가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다. 그 업에 발을 담그고 있던 것과 전문성이 항상 같은 말은 아니다. 대장장이가 야금의 화학적 공식과 원리까지는 모르는 것처럼. 전문성에 더해 수사법은 필수다. 뭔가를 아는 것과 그걸 말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문 청문위원을 복수로 둬 누가 등판할지 후보를 긴장시키는 것도 묘미일 것이다. 이런 분들이 투입되어야 청문회가 청문회다워진다. 그래야 보는 사람도 재미가 있다. 거짓말과 허위를 궁색과 유구무언으로 몰아가는 논리의 향연에서 언어적 오르가슴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변태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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