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어디에 있어요?" 17일 오전 문을 연 이케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홈페이지에서 봐둔 가구를 찾던 고객에게 직원은 모니터를 켜 제품부터 찾아줬다. 9천여개 제품 가운데 매장에 있는 건 900개. 없는 제품은 상담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송받는다. 대구에 처음 들어온 이케아는 익숙한 '창고형 이케아'와 쇼핑법부터 달랐다.
매장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문을 연 뒤에도 고객이 몰리자 한꺼번에 모두 입장시키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들여보냈다. 다른 지역의 대형 이케아를 이용해봤다는 박지은·유은혜 씨는 오히려 작은 매장에 기대를 걸었다. 이들은 "대형점은 너무 넓어 오래 둘러봐야 하는데, 여기는 인기 있고 필요한 상품을 추려놓은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9천개를 900개로…'없는 가구'는 상담으로
이날 문을 연 대구점은 대구·경북 첫 이케아 상설매장이자 국내 세 번째 도심형 매장이다. 백화점 안에 900개 제품과 6개 쇼룸을 압축해 넣었다.
매장을 둘러보자 달라진 쇼핑 방식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쇼룸에서 본 책장을 사고 싶다는 고객에게 직원은 상담용 모니터로 제품을 찾아 주문 방법을 안내했다. 책장에 넣을 패브릭 수납함은 매장에서 직접 골라 가져가고, 부피가 큰 책장은 별도의 배송비를 내고 집에서 받는 식이다.
매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소형가구는 의자와 사이드테이블 등 64종이다. 소파나 침대 등 대형가구는 전시 종류가 제한적인 만큼 구매상담 기능에 힘을 실었다.
아이 침실과 책상을 보러 온 신인환 씨는 이날 우선 생활용품을 골랐다. 신 씨는 "생각보다 괜찮은 책상도 있었지만 종류가 많지는 않았다"며 "가구는 아무래도 직접 보고 쓰기 괜찮은지 확인하고 사게 된다"고 말했다.
도심형 매장의 한계도 분명했다. 9천여개 제품 가운데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제품은 일부에 그친다. 특히 소파나 침대, 책상 등 크기와 착석감, 소재 등을 직접 확인한 뒤 구매하려는 고객에게는 온라인 주문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날도 홈페이지에서 보고 온 가구가 매장에 없어 상담을 거쳐 주문 방법만 안내받는 고객이 눈에 띄었다.
이사벨 푸치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매장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도 코워커와 상담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경험을 연결하는 데 특별히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매장에 선보이는 900개 제품도 고정하지 않고 계절과 고객 반응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도심형 중 가장 큰 대구점…'대구 생활' 담았다
대구점은 앞서 문을 연 다른 도심형 매장보다 규모가 크다. 이케아는 넓어진 공간을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는 데 쓰기보다 대구 고객의 생활 모습을 담은 쇼룸을 구성하는 데 활용했다. 대구점에 들어선 쇼룸은 모두 6개로 국내 도심형 매장 가운데 가장 많다.
푸치 대표는 대구점이 다른 도심형 매장보다 넓은 만큼 지역 고객의 주거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할 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구는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중이 높고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수요가 크다고 보고 '정리와 수납'에 초점을 맞췄다.
그 특징이 가장 뚜렷한 곳은 주방이다. 6개 쇼룸 가운데 주방에만 3개를 할애했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 자녀가 있는 가족으로 각각 꾸며 같은 주방이라도 가족 구성과 생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가구 배치와 수납 방법을 보여준다. 거실과 침실에도 휴식과 놀이, 수납 등 여러 기능을 한 공간에 담았다.
이경미 이케아 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는 "대구 고객들이 실제 어떤 집에서 생활하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는데 특히 정리와 수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여러 물건을 사용하는 주방은 정리와 수납이 중요한 만큼 주방 쇼룸을 세 가지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고객들도 쇼룸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사를 앞두고 어머니, 언니와 함께 온 박지현 씨는 새로 꾸밀 방을 떠올리며 수납장 문을 하나씩 열어보고 화장대에 직접 앉았다. 침대에 놓인 패브릭도 손으로 만져보며 살폈다. 매장 곳곳에서는 의자에 앉거나 발판 위에 올라가 크기와 높이를 확인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지역에서 사람도 뽑았다. 대구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22명으로, 이 가운데 19명을 대구·경북에서 신규 채용했다. 이케아는 대구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협업해 지역 인력을 채용했다.
◆안심 대형점 무산 3년 만에 '도심형'으로…"큰 매장 가능성도 열려"
이케아가 처음 대구에 그렸던 매장은 지금과 달랐다. 지난 2022년 동구 안심뉴타운에 대형 단독 매장인 이른바 '블루박스형' 점포를 추진했지만 사업은 무산됐다. 3년여 만에 대구에 상설매장을 내면서 선택한 것은 백화점 안에 들어서는 도심형 매장이었다.
이케아는 대형점보다 작은 매장이 반드시 차선책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형 매장 하나를 두는 것과 고객 생활권 가까이에 작은 매장을 여러 곳 두는 것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편리한지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이다.
신종규 이케아 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큰 매장 하나를 두는 것이 나은지, 작은 매장 여러 개를 두는 것이 나은지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대구점 역시 "여러 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객 반응과 수요를 살펴보고, 다른 생활권에서도 수요가 확인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고객 접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다.
과거 추진했던 대형점의 가능성도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이사벨 푸치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대구에 블루박스형 매장을 다시 출점할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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