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6년 추석 승차권 예매 결과를 보면 공급좌석 214만 석 가운데 180만 매가 팔려 예매율 84%를 기록했다. 화면에 뜨는 것은 대부분 '매진'이다. 추석 기차표 취소표를 노리는 실수요자의 셈법이 분주해진 이유다.
그런데 이 숫자는 끝이 아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코레일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추석 승차권의 환불 비율은 40.1%였다. 10장 가운데 4장이 주인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SRT는 같은 기간 57.2%로 절반을 넘었다.
매진 표시는 최종 결과가 아니라 중간 집계에 가깝다. 문제는 그 4할이 아무 때나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취소 수수료가 뛰는 시점 직전에 몰린다는 점이다.
◆ 400원에서 5%로…위약금 계단이 방출 시점을 만든다
코레일의 2026년 추석 명절승차권 위약금 안내를 보면 명절 승차권은 열차 출발 2일 전까지 취소하면 최저 위약금 400원만 낸다. 사실상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는 구간이다.
이 기준이 출발 1일 전부터 결제 금액의 5%로 정률 전환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특실을 예매했다면 400원과 수천원의 차이가 생긴다. 일정이 불확실한 예매자가 취소를 결정하는 마지노선이 출발 하루 전인 셈이다.
수수료 계단은 한 번 더 있다. 출발 당일 3시간 전까지는 10%, 출발 3시간 이내에는 20%가 공제된다. 국토교통부의 철도 여객운송약관 개정으로 기존의 두 배 수준이 됐다. 20% 구간에 들어가기 직전인 출발 3~4시간 전에 2차 방출이 일어나는 구조다.
노려야 할 시간대는 따라서 두 곳이다. 출발 이틀 전 자정 무렵과, 당일 출발 3시간 전이다.
◆ 결제 마감 자정, 미결제분은 한꺼번에 풀린다
또 하나의 물량은 결제 마감에서 나온다. 코레일의 잔여석 판매 안내를 보면 미결제 명절 승차권은 결제 마감 당일 밤 12시에 일괄 취소된다. 좌석이 한 장씩 새는 게 아니라 한 덩어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올해 교통약자 사전예매 승차권의 결제 기한은 9월 18일 24시까지다. 이 시각을 넘긴 물량은 자동 취소돼 19일 0시부터 일반 판매로 전환된다.
예약대기도 함께 걸어두는 편이 낫다. 명절 승차권 예약대기는 열차 출발 이틀 전까지 신청할 수 있고, 배정되면 당일 18시까지 결제해야 좌석이 유지된다. 미결제 승차권이 풀릴 때 예약대기자가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새로고침만 반복하는 것보다 성공률이 높다.
◆ 노쇼 66만 장, 148만 석은 끝내 빈자리로 갔다
취소표가 많다는 사실의 이면은 낭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확보한 코레일 자료를 보면 출발에 임박해 취소·반환된 노쇼 승차권은 2021년 12만5천 장에서 2025년 66만4천 장으로 5.3배 늘었다. 5년간 누적 손실은 45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2024년 명절 발권표 3333만 표 중 43.3%인 1523만여 표가 반환됐고, 이 가운데 148만여 표는 재판매되지 못한 채 빈 좌석으로 달렸다. 취소표의 4.5%가 아무에게도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위약금 인상에는 효과도 있었다. 코레일 분석을 보면 주말·공휴일 노쇼율은 4.1%에서 3.4%로 0.7%포인트 낮아졌고, 하루 평균 4천714석이 다시 팔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명절 특성상 일정에 여유를 두려고 필요 이상으로 표를 예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용하지 않을 승차권은 미리 취소해 다른 이용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성숙한 예매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난 2월 지적했다.
◆ 매크로 대행 4400회 적발…암표는 과태료 1000만원
취소표를 기다리는 사람이 늘수록 편법도 따라붙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열차 승차권을 4400여 차례 부정 예매한 대행 일당 등 14명을 검거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들은 SNS 오픈채팅방에서 장당 2천~1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24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명절 매크로 예매를 공정한 기회를 침해하는 교란 행위로 보고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했다.
대량 선점 사례도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를 보면 한 회원은 2020년부터 4년간 명절 승차권 3만800여 장을 확보한 뒤 99.4%를 환불했다. 카드 실적을 채우려 승차권 2만8천465장을 발권한 뒤 2만8천308장을 취소한 회원은 벌금 8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코레일이 5개월간 이상거래를 모니터링해 적발한 대량 구매·취소자는 1천413명이다.
제재도 강화됐다. 철도사업법에 따라 암표 판매·알선이 적발되면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코레일은 매크로 이용 3회 적발 시 회원을 탈퇴시키고 3년간 재가입을 제한하며, 2023년 7월 탐지 솔루션 도입 이후 비정상 접근 1700만 건을 차단했다. 승차권 없이 타거나 차내에서 구간을 연장하면 부가운임이 기존 0.5배에서 1배로 올라 원운임까지 두 배를 내야 한다.
◆ 위약금 강화, 실수요자에게만 유리한가
반론도 있다. 출발 직전 위약금을 올리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일정이 바뀐 일반 승객이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이 철도업계와 이용자 쪽에서 나온다.
실효성 한계도 남아 있다. 위약금을 강화했음에도 연휴 기간 10만~20만 석이 재판매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출발 직전 취소분은 물리적으로 다시 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철거냐, 존치냐"…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운명 보름 뒤 결정
김승원, 아내 의혹 해명 과정서 눈물 "주진우 말 큰 상처"
"北은 적, 그런데 '주적'은 아니다?"…강신철·강선영, 한 글자 '主' 놓고 청문회 설전
[경자실향] '경자유전' 내세운 농지 전수조사에 '경자실향' 늘어난다?
강신철, 장남 '7억 상가' 매입 논란에 "30살 아들, 일일이 간섭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