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저녁 7시를 넘겨 요동쳤다. 백화점 매각설이 퍼지자 정규장 종가보다 15.4% 높은 3천70원까지 뛰었다가, 오후 7시 50분 2천635원으로 주저앉았다. 하루 고가와 저가의 격차는 19.2%.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두 차례 걸렸다.
한국거래소(KRX)가 14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는 애프터마켓을 정식 개장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10분에 한 번씩 체결하던 오후 4~6시 시간외단일가 매매는 사라졌다. 대신 정규장처럼 실시간 매매하는 시간외접속매매로 바뀌었다.
◆ 첫날 1조8177억원, 그중 93%가 개인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개장 첫날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은 1조8177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이 1조3252억원, 코스닥시장이 4925억원으로 코스피 비중이 73%였다. 정규장을 포함한 그날 전체 거래대금의 6.6%에 해당하는 규모다.
누가 사고팔았는지가 더 선명하다. 거래대금 기준 개인 투자자 비중이 93%였다. 외국인은 3.9%, 기관은 2.1%에 그쳤다. 사실상 개인 투자자 전용 시장이 하나 더 열린 셈이다.
주문 시간대도 관계자의 성격을 보여준다. 전체 주문의 73%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나왔고, 거래가 가장 몰린 시간대는 퇴근 직후인 오후 7~8시로 30.7%를 차지했다. 정규장이 끝난 직후인 오후 4~5시는 19.6%였다.
◆ 나흘 만에 1조원 붕괴, NXT에 2972억원 밀렸다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7일 KRX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은 9905억원으로 이틀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 정규장 대비 비중도 개장 첫날 6.6%에서 4.4%로 내려앉았다.
같은 날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시간외 거래대금은 1조2877억원이었다. KRX보다 2972억원 많다. 종목 수에서 압도적으로 앞선 거래소가 실제 거래대금에서는 뒤진 것이다.
KRX 애프터마켓에서 사고팔 수 있는 종목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합쳐 약 2700개다. NXT는 606개에 그친다. 대신 NXT는 오후 3시 40분에 문을 열어 KRX보다 20분 빠르고, 수수료가 싸다. NXT 체결 수수료율은 테이커 0.00182%, 메이커 0.00134% 수준이다. 청산결제료가 붙는 KRX(0.00272%)보다 20~40% 저렴하다.
◆ VI 1112회, 정규장의 2.8배
저녁 시장의 최대 약점은 얇은 호가창이다. 개장 첫날 4시간 동안 VI는 1112회 발동됐다. 같은 시간 기준 정규장의 2.8배다.
중소형주일수록 흔들림이 컸다. 코스닥 종목인 포니링크와 밸로프는 호가 공백 속에 애프터마켓 장중 가격 변동 폭이 32%를 넘나들었다. 매수·매도 잔량이 몇 주 단위로 얇게 깔린 구간에서는 소액 주문 하나가 호가를 몇 단계씩 밀어 올린다.
가격제한폭이 넓어진 것도 변동성을 키웠다. 기존 시간외 거래의 ±10% 상한이 폐지되고, 당일 종가 대비 ±30%로 정규장의 상하한가를 그대로 공유한다. 오를 때도 내릴 때도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세 배로 늘었다.
◆ 시장가 주문 불가·ETF 제외…퇴근길 매매 수칙
제도 자체가 정규장과 다르다는 점을 모르면 손해를 본다. 우선 시장가 주문이 금지된다.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해 지정가와 최우선·최유리지정가만 허용된다. 호가창이 얇은 시간대에 "일단 사고 보자"는 식의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정규장에서 체결되지 않고 남은 주문도 주의 대상이다. 오후 3시 30분에 효력이 끝나 애프터마켓으로 자동 이관되지 않고 소멸한다. 퇴근 후 다시 주문을 넣지 않으면 매매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아예 거래 대상에서 빠졌다. 기초자산과의 괴리율이 벌어지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직장인 투자자가 적립식으로 가장 많이 담는 상품이 빠졌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증권사들도 개장일에 맞춰 고객 안내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14일 KRX 애프터마켓 도입과 넥스트레이드 제도 변경 안내문을 내고, 정규장 미체결 주문이 취소되므로 오후 4시 이후 매매를 원하면 주문을 다시 넣어야 한다고 알렸다. 기존 시간외단일가에 익숙한 투자자가 주문이 살아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지점이다.
◆ 전산 사고와 남은 과제
개장 첫날에는 증권사 전산 오류도 겹쳤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시세 조회 지연이, 삼성증권에서 취소·정정 주문 미반영이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제도 설계상 미완인 부분도 남아 있다. 두 거래소 주문이 하나의 호가창에서 통합 처리되지 않아 재주문 불편이 지적된다.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주문이 배분될 때 수수료 차이가 체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애프터마켓 도입으로 장 종료 후 투자 정보를 주가에 실시간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유동성 유치 경쟁 속에서 해외와 겨룰 자본시장 인프라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거래 시간은 더 늘어난다. NXT는 오는 11월 애프터마켓 ETF 거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고, KRX의 ETF·ETN 추가 편입 논의는 시장 안정성과 유동성을 점검한 뒤 올해 4분기 이후 이뤄진다. 오전 7시대 프리마켓 개설은 2027년 말로 잡혀 있다.
속도보다 안전장치가 먼저라는 지적은 개장 전부터 나왔다. 한 금융 전문가는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여서 작은 주문 체결 오류도 대규모 고객 피해로 번질 수 있다"며 "시행 속도 못지않게 전산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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