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내린다.' 이 오랜 공식이 무색합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나드는데도 코스피는 7000대를 오르내리며 6000포인트 후반을 지키고 있고, 미국 증시도 사상 최고치 부근입니다. 버팀목은 인공지능(AI)입니다. 빅테크가 AI 투자를 멈추지 않고 그 수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실적으로 이어지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미 국채금리는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미 10년물 금리는 현지시각 28일 5.241%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30년물은 5.561%로 2002년 6월 이후 최고를 연일 경신하고 있습니다. 연휴를 마친 전일 코스피가 그간 벌어진 금리 급등을 반영해 2.70% 내린 6889.74로 마감하고 외국인이 하루에만 3조200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6000대 후반에서 낙폭을 지지받는 흐름입니다. 고금리 부담 속에서도 AI가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채 금리를 밀어올린 요인은 복합적입니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 40조달러를 넘어선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이 겹쳤습니다. 여기에 AI 투자 열풍도 새 변수로 더해졌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들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 수요를 키우고 있어서입니다.
문제는 이 고금리가 이제 AI 투자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증시를 떠받쳐온 AI 투자는 상당 부분 빚에 의존해왔는데요. AI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설비에는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지만 실제 매출과 현금이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이 시차를 메우려 빚을 냅니다.
규모는 상당합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5대 빅테크의 설비투자는 올해 약 8000억달러, 내년에는 1조2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채권시장에서 나옵니다. JP모건체이스는 데이터센터 기업 등 AI 관련 기업들이 2030년까지 약 4조1000억달러의 부채를 발행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국채금리가 5%로 오르면 부채의 조달 비용이 높아집니다. 회사채는 국채와 경쟁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기에 국채금리가 오른 만큼 발행금리를 높여야 합니다. 안전한 국채가 5%를 주는데 회사채가 그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채금리 상승은 AI 기업의 조달 비용 증가로 직결됩니다.
여기서 기업 간 체력 차이가 드러납니다. 아마존·구글·메타·MS 같은 빅테크는 막대한 현금흐름과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갖춰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반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변동금리 부채의 이자비용이 약 3000만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금을 대는 쪽도 옥석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쓰비시HC캐피털아메리카의 리디 톰슨 부사장은 "네오클라우드 기업이 50곳이라면 시장이 실제로 관심을 갖는 곳은 20곳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자체 현금으로 버티는 빅테크와 외부 차입에 기대는 기업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은 어떨까요? AI 회사채 발행이 국채금리를 밀어올린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자본을 둘러싼 경쟁은 현실이며 이는 금리 상승을 부분적으로 설명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AI 회사채는 주로 장기물이고 미국 국채 발행은 단기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어 두 시장의 투자자층이 달라 직접 경쟁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 고금리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입니다. 5%대 금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로 굳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의 명목 성장률이 6%를 웃돌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5% 수준에 이르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렇다면 증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대신증권은 미 10년물 금리가 6개월 새 1%포인트 이상 오르면 S&P500이 10% 넘게 하락할 확률이 뚜렷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는데요. 최근 금리가 이 부담 구간에 들어와 있습니다.
지금은 빅테크의 AI 투자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으로 이어지며 증시를 받치고 있지만 그 투자가 빚에 기댄 만큼 조달 비용이 임계점을 넘으면 버팀목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은 미 10년물 금리가 5%대에 눌러앉으면 조달 비용이 폭등해 AI발 주식시장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버틸 힘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빅테크의 재무 완충력과 외부 조달 여력을 감안하면 2028년까지 AI 투자 동력이 유지될 것으로 봤습니다. 결국 관건은 5% 금리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이 가느냐입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가 가져올 높은 수익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동시에 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5%의 무게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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