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과 사고 후유증으로 농사를 포기한 A(70대) 씨는 몇 년 전부터 지인에게 논을 맡겼다. 별도 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농사짓던 지인이 경작지를 넓혀 농사를 짓고, A씨는 임대료 대신 직불금을 받기로 했다.
절차는 간단했다. 실경작자는 기존 농지에 A씨 논만 보태 농사를 지었고, A씨는 종전처럼 직불금을 통장으로 받았다. 경자유전 원칙에 어긋나는 임대차지만 A씨는 농지 기본조사가 시작된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다. 기본조사에서 불법 임대차 의심 필지로 걸러지지 않았다면 심층조사에서도 비켜갈 수 있는 셈이다.
A씨는 "최근 정치권에서 시끌벅적한 후에야 농지조사에 대해 알았다"며 "직불금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받아야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물으면 내가 농사짓고 있다고 하면 되지 않겠냐"고 가볍게 생각하듯 말했다.
부친에게 농지를 상속받은 B(30대) 씨도 비슷하다. 다른 지역에 사는 그는 부친의 친구에게 농사를 맡겼다. 당시 부친의 친구는 "마땅한 직업이 없으니 주소를 고향으로 옮겨 직불금을 받아 쓰고, 땅이 팔릴 때까지 내가 농사를 지어 쌀은 알아서 처분하겠다"고 제안했고 B씨가 이를 받아들였다.
농촌에서 흔한 이 같은 관행적 도지는 불법 임대차에 해당한다. 앞서 기본조사에서도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B씨처럼 실제 도지 경작을 하면서도 기본조사에서 불법 임대차 의심에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많다는 말이 나온다. 적발된 지주와 그렇지 않은 지주 사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심층조사에 들어간 조사원들의 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다. 문중 농지는 등기상 명의자와 문중 관리인, 실제 경작자가 각각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한 필지의 이용관계를 파악하는 데만 여러 사람의 설명과 과거 경작관계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농막 등 농지 내 시설물 문제도 조사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농막은 연면적 20㎡ 이하 조성, 주거용 사용금지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준을 넘거나 용도를 벗어나면 농지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조사원은 "수년간 농막으로 사용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소유주, 그동안 파악하지 못한 지자체 사이에서 의심 사례로 적발된 농막들이 있어 현장 조사에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또 "문중 땅처럼 소유자와 관리자, 경작자가 제각각인 농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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