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만 보고 돌아오기엔 아까운 주말이 왔다. 문경새재에서는 17일 감홍사과 축제가 보름 넘게 이어지는 긴 일정으로 문을 열고, 양양 남대천과 보은 속리산 자락에서는 하루 앞선 16일 송이·연어와 대추 축제가 동시에 시작한다. 산길 끝에 제철 한 상을 놓는 권역별 가을 미식 여행지 다섯 곳을 골랐다.
◆축제장 밖으로 번진 치즈 매출
올해 임실N치즈축제는 가을 미식 여행지가 가야 할 방향을 먼저 보여 줬다. 임실군은 축제 무대를 치즈테마파크에서 임실성당 팜파티와 읍내 원도심 상가까지 처음으로 넓혔다. 치즈 제품은 최대 20% 할인해 팔았고, 기간을 줄였는데도 총매출은 31억3300만원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지난해 이 축제의 누적 방문객은 임실군 인구의 스물네 배였다. 사람 수만 자랑하던 축제가 올해는 읍내 식당과 상가에서 돈이 돌도록 동선을 바꾼 셈이다. 한 미식칼럼니스트는 "손님 수만 세고 객단가를 보지 않는 식당이 오래가지 못하듯, 방문객 수만 자랑하는 관광 정책도 실속을 놓치기 쉽다. 음식을 '한 끼'가 아니라 '하루'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 문경새재 단풍길과 감홍사과
영남권의 첫손은 문경이다. 주흘산 문경새재 옛길을 단풍 아래로 걷고 내려오면 평균 당도 16.5브릭스의 감홍사과 직판장이 기다린다. 문경시는 올해 축제 기간을 예년 9일에서 16일로 늘려 당일 손님을 하룻밤 손님으로 붙잡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성적이 이 결정의 근거다. 아흐레 동안 도립공원을 찾은 사람은 46만명, 감홍사과 판매액은 25억3000만원으로 첫 개최 이후 최고였다. 숙박과 음식까지 더한 주변 경제 효과는 65억원 안팎으로 문경시는 추산한다.
가는 길도 가벼워졌다. 문경시는 KTX 문경역 개통에 맞춰 시내버스를 전면 무료로 돌려 축제장과 점촌중앙시장을 한 동선으로 묶었다. 사과 여행을 한 번 더 가고 싶다면 주왕산 단풍이 지나간 11월 4일 청송 용전천에서 스무 번째 청송사과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이 축제 현장 판매 부스 매출은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
◆강원, 송이·연어에서 커피거리로
양양은 설악산 단풍과 남대천 억새가 함께 절정인 16일 송이와 연어를 한 축제로 합쳤다. 다만 올해 송이는 흉작으로 공판가가 뛰어 4등급이 100만원을 넘겼다. 양양문화재단은 체험 정원의 40%를 현장 접수로 돌려 예약 없이 온 사람에게도 자리를 남겼다.
연어는 남대천에 봄까지 어린 연어 500만 마리를 순차 방류한 뒤 돌아오는 가을 손님이다. 지난해 연어축제 사흘 동안 15만명이 다녀갔다. 맨손잡기 같은 체험이 회귀 어류의 산란 환경을 흔든다는 환경단체 우려는 올해도 축제 곁에 남아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강릉이 릴레이로 받는다. 월화거리 국수축제가 18일까지 장칼국수를 내고, 21일부터 닷새간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서 커피축제가 열린다. 커피거리 350m 구간에는 야외 테이블 200세트를 둔 노천카페가 차려진다. 지난해 커피축제 방문객 52만명 가운데 열에 여섯 이상이 외지인이었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970억원이었다.
◆충청, 속리산 단풍과 보은 대추
보은대추축제는 16일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문을 연다. 올해 보은 대추 생산량은 2104톤으로 지난해보다 6% 남짓 늘 전망이다. 작황이 좋으니 가격 부담도 덜하다.
보은군은 외지 손님이 축제장에서 농특산물 5만원어치를 사면 1만원씩, 하루 최대 6만원까지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축제 영수증을 들고 전통시장으로 가라는 설계다. 이 축제의 농특산물 판매액은 3년 연속 늘어 지난해 69억원대에 이르렀다.
대둔산 단풍 산행 뒤 금산 수삼·삼계 한 상을 찾는 코스도 충청권의 선택지다. 충남문화관광재단은 농식품부 K-미식벨트 사업에 뽑힌 금산 인삼 미식 투어를 산행과 묶어 운영한다. 예산에서는 22일부터 예당호 출렁다리 옆 상설시장에서 국화·국밥·국수를 내건 장터삼국축제가 열린다.
◆호남·남해, 제철 수산물 한 상
바다 쪽은 이번 주말이 가장 바쁘다. 목포시는 16일부터 사흘간 항구 일원에서 가을 제철 수산물과 해양 문화를 엮은 항구축제를 연다. 순창에서는 18일까지 장류축제가 발효 특산물을 내놓는다.
부산 기장군은 스무 번째 붕장어축제를 16일 열면서 정찰제를 지키지 않는 업체는 아예 참여를 막기로 했다. 바가지는 정부도 손봤다. 행정안전부는 문화관광축제의 먹거리 가격 사전 공시와 현장 종합상황실 운영을 의무화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바가지요금이 적발된 축제를 재지정 평가에서 빼기로 했다.
◆숙박 3만원 깎고 기차표는 돌려받고
정부는 10월과 11월 두 달을 '여행가는 가을' 기간으로 묶어 비수도권 숙박할인권 8만장을 푼다. 7만원 이상 숙박을 결제하면 3만원, 14만원 이상 연박이면 7만원을 깎아 준다. 세종과 충북은 대상에서 빠지고, 정부 지정 섬 지역은 최대 5만원까지 따로 할인한다.
기차 여행객은 인구감소지역 41곳 가운데 한 곳을 다녀왔다고 인증하면 승차권 금액만큼 할인쿠폰을 돌려받는다. 한국관광공사는 인구감소지역 여행상품 값을 최대 30%, 1인당 3만원까지 지원하며 가을 미식 기차여행도 여기에 들어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국민여행조사를 보면 국내 여행의 열에 여섯은 여전히 당일치기다. 축제장에서 한 끼만 먹고 떠나면 읍내 숙박과 골목상권까지 온기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자체마다 나오는 이유다. 임실의 읍내 확장과 보은의 페이백, 문경의 기간 연장은 모두 그 하루를 하룻밤으로 늘리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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