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문학상 발표와 신춘문예 원고 모집이 맞물리는 계절이다. 문학을 향한 관심이 한쪽에서는 이미 알려진 대작가에게,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무명작가에게로 향한다. 바야흐로 문학시즌에 돌입한 것이다.
문학지망생들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이미 만개한 문학의 결실을 축하하는 자리와 달리 날밤을 새우며 문학이라는 망망대해로 첫 편지를 띄워보내는 이들이 있다. 문학이라는 좌표위에 그들의 고독과 열망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2026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작가 앤 카슨에게 돌아갔다. 시인이자 고전문학자인 그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도서관에서는 대출예약이 서점에서는 매진 사태가 이어졌고 미디어에서는 연일 그의 시적 독창성과 실험성을 조명하기 바빴다. 노벨문학상은 작가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 언어권의 문학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된다. 작가가 평생에 걸쳐 축적해 온 작품세계가 온세계의 독자들에게 다시 소개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문학의 위기' 속에서도 잠시나마 문학의 가치를 새삼 확인해보며 열광한다.
그러나 문학의 생생한 진짜 현장은 그 화려한 조명의 반대편, 신문사 편집실 한구석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노벨상 소식으로 서점가가 북적일 무렵, 매일신문 문화부 전화기는 쉼 없이 울려댄다. "원고지 분량을 엄격하게 맞춰야 하나요?", "직접 방문해서 제출해도 됩니까?" 수화기 건너편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문의를 건네는 이들은 대부분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이자, 아직 이름이 없는 글쟁이들이다.
매일신문도 2027년 신춘문예 원고 모집을 시작했다. 마감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날아온 봉투들이 속속 접수처에 쌓일 것이다. 직장인, 주부, 정년퇴직을 한 어르신부터 청소년까지. 나이도 경력도 알 수 없는 무명의 응모자들이 A4 용지나 원고지에 써 내려간 글들은 문단이라는 기성 논리보다는 문학 그 자체를 사모하기에도 바쁜 순수한 창작의 결과물에 더 가깝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신춘문예라는 등용문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AI가 몇 초 만에 수려한 문장을 뚝딱 완성해 내는 시대에 밤을 지새워 응모하는 투고 방식이 고리타분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번이고 고쳐 쓴 원고를 봉투에 담고 우편으로 부치는 그 간절한 시간까지 기술이 대신할 수는 없다.
문학상은 상금이나 명예를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작가가 오랜 시간 홀로 감당해온 창작의 시간을 사회나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 줄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기도 하다. 수상작가에게는 창작을 지속할수 있는 명분과 계기가 되기도 하고 독자에게는 문학의 현주소를 가늠해볼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신과 싸우는 무명의 작가지망생들에게 긴 터널을 벗어날수 있는 불빛이 신춘문예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활짝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상도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결국 하나의 이벤트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두운 터널을 걷는 자신과의 싸움이 또 다시 시작되겠지만 수상 이후의 이런 고민이 마냥 부러운 이들이 있다. 마감일까지 부지런히 문을 두드릴 그 수많은 봉투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 있을까. 지난 10월 기자 수첩에는 노벨문학상 발표와 신춘문예 공고 일정표가 나란히 적혀있다. 찬바람 속에 뜨거운 겨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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