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환자복과 호텔의 침구, 공장의 작업복까지. 매일 쏟아지는 세탁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현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 산업용 세탁기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일상과 산업을 지탱하는 필수 설비다. 대량의 세탁물을 하루 종일 처리해야 하는 만큼 세척력은 물론 내구성과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인 화성세탁기계는 1980년 창업 이후 46년간 이 분야를 지켜온 지역 제조기업이다. 세탁기와 건조기, 드라이클리닝 장비부터 다림질하고 접는 자동화 설비까지 세탁 공정 전반을 아우른다. 창업 세대가 쌓은 기술과 신뢰를 이어받은 고승현 대표는 현장 개선과 신제품 개발로 기업의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래 쓸수록 드러나는 품질…현장에 맞춘 세탁 기술
산업용 세탁기의 경쟁력은 반복되는 작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견디느냐에서 갈린다. 하루 한두 차례 사용하는 가정과 달리 세탁공장이나 숙박·의료시설에서는 하루 평균 8~12시간씩 장비를 가동하기도 한다. 고장으로 기계가 멈추는 시간은 고객의 손실로 이어진다.
고 대표는 "국내에서 15년, 20년 넘게 사용한 기계가 해외로 나가 다시 쓰이는 경우도 있다"며 "그 장비를 사용해 보고 품질이 좋다며 연락해 오는 고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오랜 사용을 견딘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거래를 만드는 셈이다. 그는 해외 영업을 직접 챙기며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은 창업 초기부터 이어졌다. 세탁과 탈수를 별도 장비에서 처리하던 시절, 젖은 세탁물을 옮기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두 공정을 한 장비에서 수행하도록 개발했다. 현장의 불편을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었다.
현재 회사가 소개하는 세탁기 제품군은 1회 처리량이 수백 ㎏에 이른다. 고객이 다루는 세탁물과 작업 공간에 따라 구조와 제어방식을 맞추고, 오염도에 맞춰 세탁 강도와 헹굼·탈수 시간 등을 조절하도록 설계한다. 반도체·제약 분야의 클린룸용 장비와 소방 방화복 등 특수의류용 건조기로 적용 범위도 넓혔다.
장비를 설치한 뒤 관리하는 일도 제조만큼 중요하다. 고 대표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술 지원에 대응하고 있다. 고객이 필요한 순간에 안정적으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야 제품에 대한 신뢰도 이어진다"고 했다.
◆현장부터 바꾸는 2세 경영…회전 기술로 새로운 시장 모색
고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 부친의 모습을 보며 경영자의 무게를 가까이서 느꼈다. 회사에 합류한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는 "혼자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현장 업무와 설계, 해외 영업부터 직원 채용까지 두루 챙긴다. 직원들이 실무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다 보면 정작 나의 업무는 퇴근 시간 이후로 밀리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최근 힘을 쏟는 것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는 업무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과 처리 과정을 기록해 구성원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 대표는 "한 번 겪은 일도 1년 뒤에 다시 생기면 새로운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기록을 남겨 몇 년 뒤에도 어떻게 조치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장 정리도 같은 맥락이다. 수십 년 일한 숙련자는 구석에 놓인 부품의 위치를 알지만 신입 직원에게는 낯선 공간이다. 익숙한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던 환경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작은 구역부터 정리를 시작해 효과를 확인하고 개선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사업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일체형 장비, 좁은 공간에 설치하는 2단형 장비 등으로 현장의 효율 개선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동식 빨래방은 세탁설비가 필요한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다.
중장기적으로는 세탁장비에서 축적한 회전체 제어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무거운 세탁물을 넣은 드럼을 빠르고 안전하게 회전시키는 기술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음식물 처리기 등 응용 가능 분야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화 방향은 탐색 단계다.
사회 공헌 활동에도 소홀함이 없다. 고 대표는 "요양시설 등에 세탁장비를 지원하고 있다.어릴 때부터 부모의 나눔을 보며 자랐다며, 기업의 성과를 사회와 나누는 일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갈 몫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목표를 높게 잡고 절반이라도 이루면 그만큼 성장한 것"이라며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고속도로 휴게소 카르텔 반드시 청산"…경기지사 때 '계곡 식당' 정비 재현할까?
"평생 냈는데" 국민연금 '60만원'도 못받는 66%…실제 수령액 보니
李가 띄운 '다문화 우대' 논쟁에 귀화 정치인 아이수루가 꺼낸 '파독 광부·간호사'
李대통령 "서울 주요지역 집값 놀라울 정도로 떨어져…폭락 걱정까지 나와"
李 대통령 '기본소득' 확대 의지 밝혔지만…농촌 지자체는 재정 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