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매장이 빼곡했던 서울 명동 쇼핑 거리가 약국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된 중구 약국 인허가 정보를 보면 명동 주요 쇼핑 거리 일대 약국은 2024년 초 13곳에서 이달 중순 47곳으로 3.6배까지 늘었다. 2024년에는 2곳, 지난해에는 9곳이 순증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는 23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현재 영업 중인 약국의 절반 이상이 올해 신규 인허가를 받은 곳이다. 간판을 바꿔 단 곳은 대부분 명동을 대표하던 화장품 가게였다. 과거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이 차지하던 자리에 약국이 들어섰다.
서울 중구 전체로 봐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서울 중구 약국은 지난해 10월 177곳에서 올해 10월 214곳으로 2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홍대가 있는 마포구도 약국 수가 10.4% 늘었고, 성수동이 위치한 성동구도 9.4% 증가했다. 홍대와 성수동은 명동과 함께 뷰티 약국이 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외국인 관광객이 이 변화를 이끌었다. 방한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에 누적된 약 40만 건의 플레이스 리뷰를 분석한 결과, 전체 방문객의 72%가 미용 및 건강 쇼핑을 위해 약국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아파서 치료 목적으로 방문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가장 많이 언급된 품목은 재생크림 등 피부관리용 크림류였고, 여드름·트러블 케어 제품, 영양제·건강기능식품, 스킨케어 화장품, 인공눈물·눈 영양제 순으로 나타났다. 감기약 등 치료 목적의 상비약은 상위 5개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액도 급등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 가운데 약국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50.80%에서 지난해 58.62%, 올해 1~9월 68.97%로 높아졌다. 외국인 의료 소비액 중 약국에서 쓴 금액은 약 284억 원으로, 1년 전 92억 원에서 3배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약국 결제의 약 80%가 명동, 홍대, 강남, 성수에서 발생했다. 이 중 명동 일대가 40% 이상을 차지했다.
뷰티 약국의 풍경은 일반 약국과 확연히 다르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뷰티 약국은 화장품이나 피부 미용과 관련 있는 의약품을 전면에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명동, 동대문, 성수동 등에 점포를 둔 레디영 약국은 아예 '드러그스토어', '건강과 뷰티'를 표방한다. 이 약국의 일본어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마스크팩, 주름·모공 패치, 더마 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관련 콘텐츠가 공개돼 있다.
올해 2월부터 명동에서 뷰티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고객은 거의 외국인이고, 화장품이나 스킨케어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기미 관련 제품이 특히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점 이후 주변에 약국이 3배로 늘어난 것 같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시간에 한두 팀만 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뷰티 약국의 성장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화장품 사업 확장과도 맞물려 있다.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을 생산하는 동국제약은 핵심 성분을 활용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2015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동국제약은 현재 사명을 'DK 센텔리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약사 추천템', '약국 필수 쇼핑리스트' 등의 뷰티 콘텐츠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공유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뷰티 약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가 미백, 여드름 완화 등 기능성 제품에 대해 상세하게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화장품 판매에 집중하다 보면 의약품 판매라는 기본적 역할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방문객이 많은 약국은 한 약사와 상담할 수 있는 동선을 충분히 확보하고 충실한 복약 지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약국 영업이 늘면서 약사법 위반 의심 사례도 적잖이 확인됐다. 명동의 뷰티 약국 상당수는 약국 내부에 약사보다 판매원이 더 많고, 면세를 홍보하는 곳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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