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준 칼럼] 현 정부의 재정 중독이 청년과 지방을 멍들게 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728조로 편성했다. 슈퍼예산이다. 전년도에 비해 무려 8% 증가했다. 이재명 정권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엄청난 확장 예산을 편성했다. 문제는 이러한 무리한 예산 편성에 청년들과 지방이 죽어난다는 것이다. 확장 재정으로 국가부채가 1400조를 돌파하여 1428조가 되었다.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라 실감이 잘나지 않을 것이다.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부채가 항상 급증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국가부채가 640조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5년동안 나랏 돈을 물 쓰듯이 펑펑 써서 440조 이상이 늘어 1천80조 국가 빚을 윤석열 정부에 넘겨 주었다. 윤석열 정부 기간 3년 동안 건전재정을 했음에도 150조 늘었는데 이재명 정부는 출범 5개월도 안돼 100조 이상 국가부채가 늘었다. 민주당과 좌파 정부는 국가부채에 대해 이렇게 강변한다.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양호하며,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재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함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전제부터 잘못 되었다. OECD 국가들 중 우리보다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0%가 넘는다. 그러나 미국, EU, 일본과 같은 기축통화국과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을 동일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기축통화국은 국가부채 비율이 높아도 국제금융기관들과 다른 국가들이 거래하나 비기축통화국들은 외환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OECD 비기축통화국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국가부채 비율 3위이고 증가율은 1위이다. 국가부채 비율이 높으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먼저 이자부담이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국가부채 이자를 갚는데 내년에는 31조가 소요된다. 국가신용평가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이렇게 막대한 국가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막대한 빚을 후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가정에서 어느 부모가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부채가 발생하는 원인이다. 경부고속도로나 원전 같이 후세대들이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면 그나마 납득이 간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은 복지재원 조달 때문에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일단 현시대만 잘 먹고 살고 다음 세대는 빚 갚느라 고생하든 말든 모르겠다는 무책임의 끝판왕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재정중독은 청년 세대 뿐만아니라 지방에도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지방재정은 국가재정에 비해 원래 취약하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2에 불과하여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재명 정권 들어서 선심성 사업이 많이 생겨났다. 아동수당이 기존 5세에서 13세까지로 되었고,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액이 상향되었으며, 노인 일자리 사업들도 크게 증가되었다. 지역화폐와 민간소비쿠폰 사업들도 생겨났다. 문제는 이러한 정권의 선심성 사업에 국비 뿐만아니라 지방비도 매칭된다는 점이다. 매칭 비율은 사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방비가 의무적으로 매칭된다. 이러다보니 지방마다 매칭할 예산을 조달하느라 헉헉거리고 있다. 재원이 없을 경우 어쩔 수 없이 기채를 하게 된다. 대구와 부산 등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수천억의 기채를 할 계획이다. 지방 재정은 여러모로 국가 재정보다 더 심각하다. 먼저 세원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 지방의 세원은 크게 사람과 부동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절대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해마다 1만명에서 2만명이 감소하고 있다. 인구가 줄면 세원도 줄기 마련이다. 지방은 수도권과 달리 부동산이 침체되어 있다. 대구의 경우 미분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8천여세대가 있다. 그러다보니 지방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와 등록세 수입이 줄 수 밖에 없다. 지방재정이 어려운데는 대중교통수단 지원도 큰 몫을 한다. 대구의 경우 대중버스와 지하철 운영 지원에 5,500억원이 소요된다.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이 부분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특히 주 이용객인 청소년층은 줄고 무임승차하는 노인고객은 늘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천적으로 취약한 지방재정에 이재명 정권의 선심성 복지사업 매칭 요구는 KO 펀치를 날리는 것이다. 지자체 별로 전체 예산에서 복지사업의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대구시의 경우 복지사업의 비중이 46%까지 되었다. 기초자치단체들은 이미 70%를 돌파했다. 쉽게 말해 복지사업하고 공무원 월급 주고나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국가재정도 지방재정도 심각하다. 상황이 이런데 선심성 복지사업 하겠다고, 혹은 인프라 사업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다. 그것은 역사와 미래세대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이제는 현세대가 아닌 미래세대 입장에서 재정을 철저히 운용할 때이다.
2025-10-22 16:04:22
[이우탁의 외교전선] 北 ICBM 완결판 '화성-20형'…美 요격시스템 허점 노리나
북한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전격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최강의 핵전력 무기 체계'라고 소개한 화성-20형은 'ICBM 완결판'으로 불릴 만한 위력을 갖췄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은 물론이고 '5개 이상의 다탄두' 장착까지 갖춰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교란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중러 3각 연대를 굳건히 하면서 남쪽을 향해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는 위협을 불사하는 북한이 세계 최강 미국에도 실존 위협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만방에 알린 셈이다.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이 주목된다. ◆ 독특한 북한 미사일 작명법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을 때마다 미사일 종류와 사거리 등을 분석하면서 꼭 따라붙는 일이 '미사일 작명'이다. 북한의 미사일 작명법은 잘 분석하면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북한 미사일 이름은 '노동', '대포동', '무수단' 등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미사일 발사가 포착된 북한의 지명을 따서 지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함경남도 함주군 노동리나 함경북도 화대군 대포동에서 인지됐다는 뜻이다. 대포동은 이후 무수단으로 바뀌면서 '무수단' 명칭이 등장했다. 당연히 북한은 이런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은 주로 별과 행성 이름을 주로 해서 미사일 작명을 한다. 지대지 탄도 미사일 계열에는 '화성',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는 '북극성', 순항 미사일 계열에는 '금성'이 주로 붙는다.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의 경우에는 '광명성'이 붙는다. 광명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한다. 미사일 기술과 사거리의 진화에 따라 미사일 명칭 뒤에 숫자가 가미된다. 사거리 30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화성-5형, 사거리 4천500km는 화성-12형, 1만km 이상의 화성-14형, 1만3천km 이상의 화성-15형 등이다. 미국 대륙을 겨냥한 1만5천km 정도의 ICBM급은 화성-17형이고, 2023년에 등장한 화성-18형은 ICBM으로는 처음으로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이라는 기술적 진화가 특징이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 발사 직후 공중에서 엔진이 점화되는 방식을 말한다. 핵무기 계열에는 다른 이름이 붙는다.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의 명칭은 '해일'이다. 미사일 등에 탑재할 전술핵탄두는 파괴력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듯 '화산'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화성-20형의 위력...美본토 사거리-다탄두 장착 가능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신형 ICBM 화성-20형의 실물공개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강의 핵전략 무기 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 종대가 주로를 메우며 광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의 열광적 환호는 고조를 이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0월말 발사한 ICBM이 기존의 화성-18형이 아닌 새로운 화성-19형이라 밝히면서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군 당국은 화성-19형에 대해 탄두부가 같은 고체연료 미사일인 화성-18형보다 뭉툭한데 이는 다탄두 탑재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다시 '화성-20형'을 공개한 것을 보면 화성-20형은 '최최종 완결판' ICBM이라 부를 만하다. 가장 큰 특징은 탄소섬유 복합 소재를 사용한 것이며, 미사일의 무게를 줄여 엔진 출력을 최대 200tf(톤포스)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개막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 2025;에서 화성-20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 미사일은 전시장 중앙부에 ICBM 이동식 발사대(TEL)와 함께 전시됐다. 당시에는 화성-19형 개량형으로 추정됐지만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화성-20형'으로 언급한 것이다. 화성-20형 TEL은 바퀴가 11축으로 화성-19형 TEL과 동일하지만, 좌우 발사관 기립 장치가 없고 발사관 덮개도 뾰족한 형상에서 뭉툭하게 바뀌었다. 다탄두 기술 적용 등을 고려해 탄두부 적재 공간을 늘린 설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사일 외관 도색도 화성-19형과 달랐다. 화성-19형은 탄두부에 바둑판무늬로 검정과 흰색이 도색돼 있었지만, 화성-20형은 검정과 흰색 세로줄이 번갈아 도색돼 있다. ◆美미사일 방어 비상...신형 요격시스템 구축 박자 화성-20형은 아직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20형 이동식 발사대가 등장한 것을 보면 조만간 시험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화성-20형에 대해 엔진 출력을 높여 다탄두 ICBM으로 진화하는 한편 고열을 견뎌 대기권 진입에도 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다탄두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에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GBI) 44기를 배치해놓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화성-20형 미사일에 '5개 이상의 탄두'를 탑재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지난 2023년 2월8일 인민군 창건 75돌 열병식에서 북한은 '화성-17형'을 공개하면서 최소 11기 이상 내놓았는데, 미국은 당시에도 비상이 걸렸었다. 11기의 ICBM에 '4개 이상'의 탄두를 탑재해서 동시에 발사할 경우 탄두수가 44개를 넘게 되고,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능력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마이크 터너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북한과 관련한 억제력 개념은 죽었다(the concept of deterrence is dead)"고 말하기도 했다. 화성-20형의 등장에 미국이 느낄 위협은 2년 전에 비해 훨씬 강렬할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은 현재 신경 미사일요격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차세대 요격미사일(NGI)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가결된 '2025 국방수권법'에는 "북한과 같은 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 본토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지상 요격미사일(GBI)을 추가 배치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적이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에 탑재할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가도 있음을 공언하는 만큼 미국의 MD체계 강화와 한미일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도 한층 빨리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10-21 21:00:00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국민이 행정을 신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특히 정보 공개는 행정기관이 국민과 주민에게 얼마나 열린 자세로 다가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중앙정부 각 부처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부서별 담당자, 직위, 성명, 담당업무까지 일목요연하게 공개되어 있다. 국민이 직접 담당자를 확인해 문의할 수 있도록 하여, 민원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 책임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더 나아가 다수의 공공기관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조직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관 홈페이지에는 담당자 이름과 직책, 세부 담당업무까지 공개되어 있어 국민은 업무 담당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공공기관이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 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긍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직도는 다르다. 예컨대 경북도청과 구미시, 김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의 조직도를 보면 '○○과–△△팀–주무관'과 같은 직책만 표시되고, 담당 공무원의 이름은 대부분 공개되어 있지 않다. 주민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부서명과 직책뿐이어서, 실제 민원인이 전화를 걸거나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누구인지"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경우에 따라 동일한 민원을 반복 설명해야 하고, 부서 간에 떠넘기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에 주민 입장에서는 '책임자가 보이지 않는 깜깜이 행정'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자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담당자 실명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공무원의 성명을 공개 가능한 정보로 인정하면서도 기관의 재량에 따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이름은 직무 수행과 직결된 기본 정보이며, 이를 주민에게 알리는 것은 사생활 침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이미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별다른 문제 없이 성명을 공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방정부의 과도한 비공개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보다 행정 불신을 키우고, 오히려 소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주민이 바라는 것은 결코 복잡하거나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단순히 민원을 제기하거나 생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누가 담당자인지'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담당자가 명확히 드러나야 행정의 책임성이 확보되고, 공무원 역시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책임 의식이 강화된다. 이는 단순히 알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공직 사회의 신뢰를 확산시키는 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이제라도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사례를 참고하여, 조직도에 담당 공직자의 실명을 명확히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행정 투명성은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조화될 수 있는 가치다.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정부라면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깜깜이 행정을 걷어내고 열린 행정을 실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뜻을 되살리는 일이다. 주민과 행정이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첫걸음, 그것은 바로 조직도에서 담당 공직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서 시작된다. 신순식(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상임감사)
2025-10-08 14:37:36
신재 주세붕,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남명 조식 등 조선시대 영남의 최고 석학들은 평생 '경(敬)'을 공부했다. 왜 그러했을까. 늘 생각이 깨어 있으면서 당면한 현실에 집중하는 '경'의 수양(修養) 방식이 성리학의 '이론'을 일상생활의 '실천'으로 연결하는 주요한 학습과 실행 방법이었기 때문일 터이다. 즉, 영남 유학자들은 '대학'의 키워드인 '경'이 우주와 인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최고의 가치이자 성리학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세붕은 소수서원을 건립하면서 "안향(安珦)의 심성론과 경 사상을 수용코자 그를 받들어 모시는 사당을 세웠다"고 밝혔다. 취한대 아래 석벽에 직접 '敬'자를 써서 새겼다. 이언적은 마음을 배양한다는 뜻의 '양심(養心)', 공경하고 신뢰하는 마음인 '경심(敬心)'을 중요시하는 도학적 수양론을 경세의 근본이라 강조했다. 이황은 성리학의 요체를 '경'이라고 생각했다. 주희가 성인에 이르는 학문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거경(居敬)과 궁리(窮理), 즉 '敬'과 '理'를 중심으로 주리론을 정립했다. '경'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가는 '성학십도' 전편에 잘 설명되어 있다. 심지어 제10장 '숙흥야매잠도'에선 하루 안에 '경'을 실천하는 방법까지 밝혔다. 조식은 '주역'의 '곤괘문언(坤卦文言)'에 나오는 '경이직내의이방외(敬以直內義以方外 : 경으로써 안(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밖(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반듯하게 하다)'는 말을 평생 가슴에 새겼다. 특히 '敬'을 수양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영남 석학들이 '경'을 이처럼 소중하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언적과 이황은 '대학'을 성리학의 핵심 경전으로 여기며 왜 '경' 공부에 심취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경=수양=마음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천 방법은 바로 '대학'에 나와 있다. 이른바 '칠증론(七證論)'이다. 타이완의 사상가였던 남회근(南懷瑾)이 '대학강의'에서 설득력이 있게 설명한다. '대학'의 '3강' 바로 다음에, '깨달음에 들어가는 일곱 가지 방법'인 '7증'이 나온다. ◇지(知) : 도를 알고 나를 아는 것 ◇止(지) : 하나의 생각에 머무름 ◇정(定) : 생각을 쉬는 것 ◇정(靜) : 생각이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상태 ◇안(安) : 마음이 편안함 ◇려(慮) : 생각하는 능력이 개발됨 ◇득(得) : 명덕(마음)을 깨달음. 즉, '知·止·定·靜·安·慮·得...光明·敬'으로 이어지며, 심학(心學)의 토대를 이룬다. 따라서 영남 사상의 키워드는 '경'이다. 과거 '경' 공부를 통해 뛰어난 학자들이 많이 배출됐다. 세계유산 한국의 9개 서원 중 영남에만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옥산서원, 도동서원 등 5개 서원이 있는데,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경' 공부를 소홀히 한 탓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린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에 가면, 도포를 입고 경전을 읽는 선비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선비의 표정에는 지루함이 묻어 있다. 전시용 '경전성독(經典聲讀 : 경전을 소리 내어 읽음)'처럼 보인다. 세계유산 5개 서원에서는 '경전성독' 프로그램, 하루만이라도 '숙흥야매잠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등이 운영돼야 한다. 퇴계의 '경' 공부가 없는 서원은 관광 상품에 불과하다. 영남 사상의 키워드 '경'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조한규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
2025-10-02 14:01:49
[윤대식의 도시이야기] TK 신공항 건설,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최근 대구경북신공항(이하 TK 신공항) 건설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2013년 제정된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K-2 군공항 이전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다 암초를 만난 것이다. 2013년 특별법 제정 당시에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지만, 12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지난 몇 년 사이 대구시가 사업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불발함에 따라 사업 자체가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군공항을 이전하기 위해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적용하면 이전대상지에 군공항을 건설하는데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이전 후 종전부지(후적지) 개발과 분양에 또 5년 이상 걸린다. 그렇게 되면 전체 사업이 종료되는데 10년 이상 걸리고, 이로 인한 재원 조달과정에서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개발수요가 부족하고 부동산경기가 나쁘면 종전부지의 분양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구의 부동산 시장 여건을 보면 주택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산업용지 개발수요의 증가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여건은 사업자의 불확실성(uncertainty)과 재무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K-2 이전에 들어가는 사업비용은 군공항 건설과 종전부지 개발비용을 모두 합치고 금융비용까지 고려하면 20~3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비의 규모와 사업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구시가 지난 수년 동안 쏟아온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 사업자 유치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방 도시에서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군공항 이전사업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TK 신공항 건설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사업으로, 군공항 이전 시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사업이다. 이런 이유로 군공항에 적용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이 현실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 민간공항의 건설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제 TK 신공항 건설사업의 역사적 배경을 잠시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 때 군공항과 함께 쓰는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영남권의 5개 광역시도(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순수 민간공항의 건설을 위한 후보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검토했으나, 두 후보지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그 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밀양과 가덕도 후보지에 대해 프랑스 업체에 후보지 평가용역을 맡긴 결과, 밀양이 가덕도보다는 높은 점수(평가결과)를 받았지만, 두 후보지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새로운 대안으로 정부가 확정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는 대구에 대해서는 K-2 군공항과 민간공항(대구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대안을 제시하였고, 이를 대구시가 받아들이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 사이 정치적 격변기를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의 경우 가덕도신공항을 100% 국가예산을 투입해서 국가(국토교통부)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추진과정을 돌아보면 그동안 TK 신공항 건설과 관련된 정부의 의사결정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없이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 TK 신공항 건설이 이루어져도 군공항(K-2)의 활주로를 빌려 쓰고 있는 현재 대구공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TK 신공항 건설사업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마저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로 말미암아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금까지 대구시가 만방으로 노력했으나,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가덕도신공항은 비록 기술적 난관과 비용증가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재정적인 문제는 없다. 공식적으로는 13조 원 남짓 소요된다고는 하나 기술적 문제로 이보다 훨씬 많은 국비가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가덕도신공항(민간공항) 건설사업은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TK 신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민간공항 건설에 투입되는 국가예산은 2~3조 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마저도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는 TK 신공항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한때 대구시가 검토했던 공공자금관리기금(기획재정부)을 활용하는 방법도 지방자치단체에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겨줄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군사시설 이전에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도 없다. 이제 정부가 결단할 때가 되었다. 국가재정사업으로 TK 신공항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적 상식에도 부합하고, 현재 표류하고 있는 TK 신공항 건설사업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2025-10-02 14:01:35
[배종찬 칼럼] '조희대 블랙홀'에 지지율 폭삭 주저앉은 대통령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청래 대표 등 집권 여당 인사들이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무너지고 있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 26~27일 이틀간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0%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9.3%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지난 19~20일) 때보다 3.5%p 떨어진 수치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44.1%에서 47.3%로 3.2%p(포인트) 상승했다. 40대의 경우 직전조사에서 65.3%였던 지지율이 50.3%로 무려 15%p가 떨어졌으며, 50대도 직전조사에서 63.3%였으나 57.2%로 6.1%p 급락했다. 30대는 긍정평가 43.8%, 20대 역시 긍정평가 41.4%로 2030에서 부정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지역별로도 하락폭은 컸다. 서울 지역에서 긍정평가 51.5%에서 45.9%로 하락했고, 부정은 45.9%에서 51.5%로 올라갔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긍정이 49.1%에서 41.0%로 크게 낮아졌고 부정은 48.1%에서 52.8%로 상승했다.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크게 지지율이 빠진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지난 9월 말 뉴욕 UN총회를 다녀왔다. 기조연설도 했고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으로 'END 이니셔티브' 구상을 천명했다. E(Exchange)는 교류를 의미하고 N(Normalization)은 관계 정상화 그리고 D(Denuclearization) 즉 비핵화를 상징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매우 중요한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뉴스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더불어민주당에서 9월 30일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조희대 블랙홀'에 정치권 이슈가 매몰되면서 대통령의 순방 행보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부산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3번째 만남과 동시에 정상 회담을 가졌지만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희대 블랙홀'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중도 보수'를 표방하며 외연 확대를 시도했고 당선으로 이어졌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 당정 관계는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을 대신해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거나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 이재명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따끔하게 야단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대해 "왜 청문회의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그렇게 서둘러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노자에 '법령은 치밀해졌지만,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다'는 취지의 말이 나오는데, (민주당이) 입법 만능주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간청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더욱 분명하게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23~2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 '외교'(14%), '독재/독단'(11%),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9%), '경제/민생', '전반적으로 잘못한다'(이상 7%), '진실하지 않음/거짓말', '친중 정책', '대법원장 사퇴 압박/사법부 흔들기'(이상 5%), '정치 보복'(4%)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5%포인트나 급락했다.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조희대 몰아내기'를 양쪽에서 견인하고 있는 와중에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일격을 당해 비틀거리는 형국이다. '조희대 블랙홀'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되고 있다. 배종찬 소장(인사이트케이)
2025-10-01 14:55:33
▶박영석(전 대구MBC 사장)·남후선 씨 아들 재용(메리츠증권 차장) 군, 박세규(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장문형씨 딸 주현(KB자산운용 수석)양 . 27일(토) 오후3시 글래드호텔 블룸홀(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6)
2025-09-24 16:40:46
▶이동윤(FCMS/DMT 회장,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8기)씨 별세. 이유진씨 부친상. 장례식장=황금요양병원장례식장, 발인=25일 오전
2025-09-23 17:12:09
[부음] 변태석씨(B&B 회장, 대구경북언론인회 고문) 부인상.
▶문영희(마르타)씨 22일 별세. 변태석씨(B&B 회장, 대구경북언론인회 고문) 부인상. 변계라씨 모친상. 김상훈씨 장모상. 빈소=대구가톨릭대의료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25일 오전10시. 장지=상주시 내서면 선영.
2025-09-23 17:11:54
[배종찬 칼럼] 관세 협상 더 지체하면 안되는 이재명 정부
지난 100일 대통령 취임 기자회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고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대부분 국민들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우리 협상단이 미국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협상이 타결된 줄 알았다. 정부 협상단도 타결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월령 제한 없는 소고기 개방과 방위비 증액은 없었다며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 아무것도 된 것이 없었다는 이 대통령의 인정이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하고 난 직후 미국의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에 대해 "(관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유연함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미(對美) 관세 협상을 두고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에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이익이 되지 않는 서명은 할 수 없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며 한국을 압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해 나갈 것"이라며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의 설명에 '원칙적으로 공감'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미 관세 협상을 마냥 미루고 미국의 '무리한 요구'라고 미국 탓만 하는 게 능사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당장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9~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8%가 긍정 평가했고 34%는 부정 평가했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직전 조사에서 63%의 높은 긍정 지지율이 나왔지만 한 주 만에 5%포인트가 내려갔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 '외교'(22%), '전반적으로 잘못한다'(8%),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7%), '경제/민생', '정치 보복', '독재/독단'(이상 6%), '도덕성 문제/자격 미달'(5%), '국고 낭비/추경/재정 확대', '노동 정책'(이상 4%)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외교를 들고 있다. 부정 평가 이유에서 '외교'가 다시 최상위로 부상했는데, 이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구금된 사건 영향으로 추정된다.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석방된 이들은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올랐지만, 초유의 사태에 이목이 쏠렸고 향후 재발 방지책 마련과 대미 투자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관세 협상 타결을 더 늦출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타격'이다. 우리와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분야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은 25%였던 관세를 15%로 조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국의 수출 자동차들은 아직까지 조정된 관세를 적용받지 못하고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상품의 시장 경쟁력은 더욱 흔들리게 된다. '조지아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도 미국의 불법이민 단속에 의한 우리 국민들의 피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추정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미 상호 관세 협상 불발에 따른 미국의 불만과 한국이 중국의 '반미집합체'인 전승절에 국가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이 참석한 것도 반발로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꼬집었던 교회 목사에 대한 특검의 압수 수색과 경기도 오산 미국 공군 기지에 대한 방문 수사에 대한 반격으로 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하느니 그냥 25% 관세를 물자는 '반미(反美)'정서까지 부각되고 있다. 외교는 자존심과 적개심을 표출하는 수단이 아니다. 극도로 차가운 이성과 극도로 뜨거운 감성으로 완성되는 우리의 생존이 달린 '전쟁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5-09-18 06:30:00
▶김수연씨 13일 별세. 윤성수·홍수·윤금·성희씨 모친상, 강기령씨 시모상, 서정주씨 장모상. 장례식장=대구전문장례식장 특105호. 발인=15일 낮 12시. 장지=대구명복공원.
2025-09-14 06:00:00
[엄태윤의 국제정세] APEC을 앞둔 한반도 정세와 대미협상 숙제
오는 10월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부산 APEC 이후 한국에서 20년 만에 개최되어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선진국에 진입해 있으며, 국가 위상도 매우 높아졌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구촌을 매료시키고 있다. APEC 회의에서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APEC을 앞두고 한반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상황과 비교해보자.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에 참여했으며, 노 정부는 대북 햇볕정책을 명분으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우리 국민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 북한 핵 문제는 국민 염원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헌법에 핵 무력화 정책을 명시해 놓았으며,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취급하고 있다. 그는 수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와 핵시설을 시찰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에 전혀 관심 없으며, 트럼프 2기 정부를 상대로 핵 군축 협상을 원하고 있다. 이는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3일 중국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핵을 보유한 3국 정상은 천안문 망루에 서서 미국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북·중·러의 결속으로 신냉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차기 총리 유력후보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미·일 공조 체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러 군사조약 체결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푸틴·김정은 사이에는 혈맹관계가 구축되어 있다. 한국에 위협적인 요인이다. 북한은 시진핑 정부와도 관계를 개선했으며, 이제 러시아·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하였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권유에 즐거워했으며, 김정은과 만남도 원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중국·러시아를 방패로 삼아 미북정상회담에서 핵 군축을 추진하려 들것이다. 큰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APEC 행사를 기회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매듭짓지 못한 한·미 통상 문제 등 4가지 남은 숙제를 APEC 행사 전후로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관세는 한국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첫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무역협정을 발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관세 15%를 적용받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말 한·미 통상협상을 타결했으나, 행정명령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대미수출에 있어 아직 25% 관세를 물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품목관세 인하(15%) 합의가 조속히 발효되어 한국자동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3천500억 달러 대미투자 펀드를 둘러싸고 사용처, 수익배분 등 세부 내용이 한·미 간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한·미 실무협상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해결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우리 근로자 300명이 체포당했다.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우리 기업을 위해 비자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 여론이 팽배해 있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트럼프 정부에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넷째,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기업은 물론 미국 조선업체에 대한 지분확보 움직임을 보인다. 국내기업들이 그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APEC을 목전에 두고 안보·경제 환경에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당면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성공적인 국제행사 개최를 위해 사전점검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2025-09-11 06:30:00
[곽수종의 이슈 진단] 왜 국가는 국가 이야기가 필요한가?
미 하버드 대 역사학 교수인 질 레포어(Jill Lepore)는 미국 역사학계가 국가(nation-state)라는 주제를 어떻게 외면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 지를 연구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냉전의 종식은 미국 역사학자들이 더 이상 민족주의(nationalism)를 연구 주제로 다양한 논쟁과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포기하게 한 계기로 보았다. 당시 많은 역사학자들은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처럼 (구) 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인류 문명사 속의 민족주의가 끝났다고 믿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칼 데글러(Carl Degler) 역사학 교수 역시 1986년 미국 역사학회(American Historical Association, AHA) 연례 회의에서 논란이 된 다음과 같은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만약 우리 역사학자들이 국가적으로 정의된 역사를 규명하는 데 게을리 한다면, 덜 비판적이고 덜 정보에 밝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그 일을 맡게 될 것이다." 그의 말처럼 실상은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민족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존재해 오고 있다. 레포어 교수의 말을 빌어 굳이 하나의 큰 문제라고 한다면,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이라는 철학 혹은 사상적 존재와 존립에 대한 정의가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 또는 폭군, 아니면 이상한 포퓰리즘적 선동가들의 손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결국 그 결과는 심각한 정치·사회적 병리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올바른 역사관과 민족관을 가진 참 지식인들이 국가와 민족 역사를 포기하고, 지식∙지성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역사를 기록하고 설명하는 일을 멈추게 된다하더라도 민족주의는 죽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대신 '자유주의(liberalism)'를 붕괴시킨다. 한 민족과 국가의 역사를 회복하는 것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고, 역사학자가 변화를 만들기에 너무 늦었을지도 모지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새로운 국가주의를 추구하려는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누구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국가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역사를 쓸 수 있다. 국가부정은 자기 존재의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역사를 부정하는 일은 그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것에 역행하는 역사일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나 정의도 틀리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손으로 쓴 부분보다, 타자에 의해 쓰여진 것을 진품으로 여겨온 세월과 가짜 증거물들이 넘치는 것조차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에서 교양학부 수업을 들어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적한 경고대로, 우리의 역사는 어쩌면 덜 비판적이고 덜 정보에 밝은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엉뚱한 역사를 사실과 진실인양 믿고 있는 지도 모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한국경제의 발전과 성장은 없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넋두리도 당연시 되고 있다. 이미 국가가 쇠퇴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는 이미 글로벌화(Globalization)이 되었으므로, 국가와 민족을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 없다는 것이다. 19세기 한 때 신선한 개념이었던 민족주의는 20세기 전반기에 괴물이 되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죽은 상태라 여겼지만, 적어도 개발도상국이나 식민지로부터 갓 벗어난 국가들에게는 민족주의는 방황하는 유령과 같았을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그것을 더 이상 연구하지 않으면 민족주의가 더 빨리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미래학자로 알려진 정치학자인 후쿠야마가 그랬다. 1989년 출간된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은 데글러 교수가 지적하고자 한 핵심을 잘 보여 준다. 후쿠야마는 냉전(Cold War) 종식 시점에 파시즘(Fascism)과 공산주의(Communism)가 사라졌다고 선언했었다. 자유주의(Liberalism)에 남은 가장 큰 위협이었던 민족주의는 서방에서 "무력화(defanged)"되었으며, 여전히 활발한 다른 지역의 민족주의는 사실 민족주의라 부를 수 없다고 했다. 세계 대부분의 민족주의 운동은 다른 집단이나 민족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부정적 욕구 외에는 정치적 프로그램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더 이상 민족주의는 사회·경제적 조직을 위한 포괄적인 의제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일갈해버렸다. 틀렸다. 후쿠야마는 최근 저서에서 이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폴란드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Jaroslaw Kaczynski),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중국의 시진핑,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은 분명히 20세기 후반에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주장했던, 예상치 못한 '민족주의'의 강력하고 뚜렷한 존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에게 있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미국 역사의 가장 중요한 사상적 의제였다. 19세기 민족주의는 계몽주의(Enlightenment)의 산물이었던 듯하다. 그것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사회적 계약론에 기반을 두었다. 미국의 민족주의 이론가 한스 콘(Hans Kohn)은 개인의 자유주의적 이상을 국가와 사회적 집단에 위임하는 '민족적 자기결정권'의 개념을 진정한 '자유주의'의 가치로 정의하였다. 1849년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찰스 서머(Charles Sumner)는 '자유주의'를 토양 위에서 숨 쉬는 모든 인간의 위대한 헌장(Great Charter)이라고 했다. 따라서 그들의 서로 다른 조건들을 '반상(班常)의 차이'처럼 차별화하고, 이로 인해 국가 발전 참여에 한계를 규정할 아무런 제약조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디에서 태어났건, 부모가 누구든, 가난하든 부자이든, 약하든 강하든, 혈통과 인종의 다름 조차도 상관없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가 인간이며, 모든 동료 인간과 평등하고,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중 한 명으로, 국가는 공정한 부모처럼 모든 국민을 동일한 배려로 돌보아야 한다고 했다. 남북전쟁, 노예 해방, 재건, 분리 정책, 두 차례 세계대전, 그리고 전례 없는 이민을 경험하면서 미국의 민족주의 역사는 이렇게 쓰여지고 있었다. 국가란 역사의 공유를 통해 국가 구성원 간의 결속을 유지하는 데 근본적 목적이 있다. 따라서 국가란 부분적으로 강제된, 공유된 역사를 확인함으로써 공동의 미래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는 집단적 합의체라고 정의하는 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21세기 후기 문명사적 전환기의 오늘날 국가의 역사학의 과제는 단순히 과거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 가치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법 앞의 평등, 시민권, 자유, 그리고 공동체 내의 책임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충분 조건이다. 만일 우리 모두가 국가적으로 정의된 역사를 규명하는 데 게을리 하고, 덜 비판적이고 덜 정보에 밝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역사를 기록하게 한다면, 사회적 분열, 편견, 폭력으로 이어지는 허구는 되려 그들에게 '정의롭고 격정적인 투사'의 탈을 덮어 쓴 채,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과 권력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배타적 민족주의를 조장하는 괴물의 지배를 용인하는 것이 아닐까? 중국은 지난 9월 3일 성대한 군사 퍼레이드는 중국을 1급 군사 강국으로 부상시켜 글로벌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미국과 전략적 우위를 경쟁하며, 궁극적으로는 대만(Taiwan)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로 꾸몄을 법 하다. 퍼레이드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가운데, 워싱턴에 일종의 화합과 협력보다는 경고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 인민들에게는 국가적 자부심 고취는 물론이고, 공산당은 인민의 보호자로서의 이미지 강화와 함께, 시진핑 주석이 집중 투자한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대안으로 중국 자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북경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보여준 중국 문명의 흐름과 대조되는 장면이 겹쳐 지나간다. 그리고 데글러 교수의 경고는 미∙중 모두에게 유효한 듯 보인다. "국가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 문제를 넘어서, 자유주의, 포용,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문제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형성하는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다."
2025-09-11 06:30:00
[이우탁의 외교 전선] 中 전승절 '톈안먼 망루'의 충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진행된 톈안먼 망루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손을 잡고 '핵보유국 북한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종언을 의미하며,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드는 중대사안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핵보유국 모델'로 우뚝 서려는 김정은의 행보는 끝내 성공할 것인가. 아울러 북한과 중국, 러시아라는 세계 최강의 핵위협에 살아가야 하는 한국인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을 원하는 여론이 고조되면 어찌될 것인가. 바야흐로 '한반도 핵균형'이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가공할 핵무기, 공포의 균형이 가져온 '역설적 평화'와 NPT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미국이 1945년 8월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위력을 확인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싶어했다. 핵무기가 있으면 어느나라도 파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핵무기로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다. 핵무기는 인류에 역설적인 평화를 선사했다. 20세기 전반 세계대전 등으로 1억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핵시대가 도래한 20세기 후반에는 전사자가 200만명에 불과(?)했다는 통계수치도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와 갖고 있지 않는 나라의 전략적 위상은 확연히 다르다. 세계최초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미국은 그래서 철저하게 다른 나라들의 핵개발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소련이 1949년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핵독점은 깨진다. 이도 잠시 뿐 영국이 1952년 미국의 반대 속에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강대국 사이에 핵개발 경쟁이 일었다. 프랑스(1960년)에 이어 비서방권에서는 중국이 1964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의 핵개발은 핵확산 역사에서 분수령이 된다. 5대 핵보유국들은 자신들만의 과점체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1970년 발효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이다. NPT는 회원국들을 1967년 기준 5대 핵보유국과 나머지 비핵보유국으로 분리해 각각의 의무를 규정했다. 그 내용은 매우 불공평했다. 핵보유국은 비보유국에 핵무기와 그 부품 및 제조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의무만 진 반면에 비보유국들은 핵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나 그 제조기술을 이전받지 못할 뿐 아니라(2조),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강력한 제재를 받도록 했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어떻게 미국의 '전략적 묵인'을 받았나 그런데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현재 국제사회에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핵보유국이 되는 것은 단순히 핵무장의 기술적 완성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중요한 변수가 있어야 하는데, 세계 최강 미국으로부터 '용인'을 받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행위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데, 이의를 제기해봐야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미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사활적 존재인 이스라엘의 경우 그 특수성이 인정된 '적극적 묵인'의 사례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아직도 핵보유는 물론이고 핵독트린도 선언하지 않는 이른바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는(NCND)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는 남아시아 지역 강대국으로서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전략적 가치 속에 미국의 용인을 이끌어냈다. 파키스탄은 1979년 구소련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가치가 빛을 발휘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낸 경우에 해당된다. 결국 미국에게 특별한 존재이거나 세계전략상 확실한 전략적 가치가 있을 경우 핵무기 보유가 용인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었다. 하지만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1992년 NPT 탈퇴를 선언했다. 처음부터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와 다른 점이다. 지난 30년간 세계 최강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북한은 끝내 핵무력 완성을 사실상 달성했다. 북한은 2005년 2월 10일 '핵보유'를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이후 6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3년 2월 12일 핵무기 사용법을 제정했고,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 선제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보유국법을 채택했다. 2023년에는 핵무력 고도화 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뒤 핵무력 강화를 국가가 추구할 기본방향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북한이 결코 핵보유국 지위를 얻을 수 없다면서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용인'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中.러시아 '전략적 묵인' 통해 핵보유국 되려는 北..트럼프의 대응은 만일 북한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롸 러시아의 손을 잡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 경우 이는 핵비확산 역사에서 새로운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하노이 노딜'을 통해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확보하지 못할 것임을 확인한 김정은은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과거 미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했던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경쟁 이후 북한의 핵개발을 문제삼기 보다는 북한과의 연대 강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유엔 안보리 등에서 대북 제재 등에 반대하며 북한 감싸기를 거듭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과 '혈맹'이 된 러시아는 더 노골적으로 북한의 핵무력을 감싸고 있다. 세계가 주목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장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을 옆에두고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지 않고도 북중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김정은의 이번 행보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은 중국 방문 직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20형을 점검하며 북한의 핵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를 향해 "이제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간주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행세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뒷배인 북한의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면 '위험국가'들이 너도 나도 중국과 손을 잡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트럼프 변수'가 개입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첫날부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부르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시했다.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응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요동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그래서 더욱 부각된다. ◆ "서울을 지키려 뉴욕을 희생시킬 수 있느냐"...'핵균형 대응' 서둘러야 일찍이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이 프랑스를 위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드골은 "어느나라든지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다른나라와 운명을 함께해 주지는 않는다"는 믿음 속에 결국 자체 핵무장의 길을 선택했다. 톈안먼 망루의 충격이 한국을 흔들고 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위협을 마주하게 된 한국인의 생존을 담보할 전략적 대응이 절실해졌다. 무엇보다도 한반도내 핵균형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에 맞는 '맞춤형 핵억제'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의 강화(또는 핵공유)가 한국인들이 확고하게 믿을 수 있는 수준으로 격상되든, 미군의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되든 한국인의 생존과 안전을 담보할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한국내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맞서 자체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갈수록 힘을 받는 흐름인 것이다.
2025-09-08 16:28:01
"산래수회 핍귀풍재(山來水回 逼貴豊財) : 산이 내려오고 물이 돌아들면 귀함이 빨리 다가오고 재물이 풍족해진다." 풍수지리의 고전 '청오경(靑烏經)'에 나오는 말이다. '청오경'의 핵심 구절이다. 지맥은 힘차게 내려오고, 하천은 돌고 돌면서 흘러야 한다는 것. 영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그럼, 영남의 시작은 어디인가. 산은 강원도 태백시 구봉산(九峯山).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낙동정맥의 출발점이다. 물은 구봉산의 삼수령(三水嶺).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다. 이곳에 떨어진 빗물의 일부는 한강을 따라 서해로 흘러간다. 다른 일부는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흘러간다. 나머지 일부는 오십천 줄기를 타고 동해로 흘러간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고향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는 어떠한가. 먼저 산을 보자. 생가 뒷산 청량산(淸凉山, 869.7m)은 구봉산(902.2m)에서 시작한다. 구봉산은 낙동정맥을 따라 우보산(933.6m)·백병산(白屛山,태백/1260.5m)·면산(1,245.2m)·묘봉(1,168.9m)·백병산(白餠山,봉화/1,153.7m)·진조산(908.4m)까지 힘차게 달리다가 서쪽으로 향한다. 황악산(820.1m)·죽미산(908.2m)·제비산(917.2m)·미림산(702.5m)·문명산(893m) 등 12개 산을 거쳐 구불구불 내려와 청량산에 도착한다. 그리고 낙동정맥의 주맥은 진조산에서 통고산·주왕산·가지산을 거쳐 부산 금정산까지 달린다. 청량산은 주왕산, 월출산과 함께 한국 3대 기산(奇山) 중 하나다. 경치가 그만큼 빼어나다. 주차장에 도착해 기암절벽의 산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최고봉인 장인봉을 비롯해 외장인봉·선학봉·자란봉·자소봉·탁필봉·연적봉·연화봉·향로봉·경일봉·금탑봉·축융봉 등 12봉우리가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다. '12산-12봉우리', 절묘한 형국이다. 물의 경우 삼수령과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굽이굽이 휘감아 돈다. 우리나라 강 중에서 낙동강 상류처럼 헤아릴 수 없이 휘감아 도는 강도 없다.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예천의 회룡포는 그 일부분에 불과하다. 물론 남한에선 가장 긴 강(521km)이다. 조선시대 풍기 군수를 지낸 주세붕(周世鵬)은 '청량산록(淸凉山錄)'에서 "단정하면서도 엄숙하고 밝으면서도 깨끗하여, 비록 작기는 하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청량산"이라고 찬탄했다. 이황(李滉)은 거의 매일 청량산에 올라 스스로 '청량산인(淸凉山人)'이라고 했다. 원효 대사가 창건한 청량사, 서성(書聖)으로 칭송받는 김생(金生)이 수도했던 '김생굴', 최치원(崔致遠)이 수도한 풍혈대 등이 있다. 특히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신한 오마대(五馬臺), 공민왕당(恭愍王堂), 청량산성도 있다. 청량산과 낙동강 상류의 풍수 형세라면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만하다. 청오경의 말마따나 귀함과 재물이 넘쳐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불굴의 기운마저 담겨 있다. 낙동정맥과 낙동강에 있는 '대구·부산·울산'이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큰 도시다. 창원·포항·통영·거제의 경제력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퇴계 선생의 명성이 갈수록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점을 생각할 때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솔직히 영남인들은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을 과소평가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불우한 어린 시절 삶을 폄하(貶下)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대통령이 평소 시원하게 말하거나 일을 처리하는 것은 청량음료의 사이다를 연상시킨다. 어찌 청량산과 무관하겠는가. 보수다 진보다 하는 이념이 시대는 지났다. 실용의 시대, AI시대가 도래했다. 동시에 영남의 철학이 'K-철학'으로 비상해 세계의 철학을 선도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재명 시대'를 잘 활용해야 한다. 공장이나 유치해 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게 아니라 3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이니, 이재명 5년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본다. 'K-철학'의 인재 양성, 정신문화 창달, 낙동정맥과 낙동강 원형 복구와 보존, 북극항로 시대 준비 등 '새로운 영남 100년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유산만을 고수하다가 30년을 잃어버린 영남. 왜 그 좋은 여건에서 '박정희 시대'를 제대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했는가. 늦지 않았다. 소위 '윤어게인(Yoon Again)'은 철학의 빈곤, 인재의 빈곤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구호만으로는 영남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여전히 인물을 논하자면 영남이 제일이다. '山來水回 영남'은 여전히 살아 있다. 조한규(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
2025-09-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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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4 06:30:00
[배종찬 칼럼] 조국 사면과 관세 경제에 무너진 대통령 지지율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 취임 이후 60%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50%대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4일 실시한 조사(전국2003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응답률5.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잘함'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51.1%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 대비 5.4%포인트 하락한 수치이자 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잘못함'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4.5%로 직전 조사 대비 6.3%포인트 올라갔다.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불과 6.6%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리얼미터는 조사 기간 동안 하루씩 집계 처리를 했는데 14일 결과는 긍정 지지율 48.3%, 부정은 47%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이 49.42%이므로 이보다 낮은 수치다. 그리고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부정 평가와 1.3%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임기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부정이 긍정보다 더 높아지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위기까지 전망되는 상황이다.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치명적인 원인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사면 그리고 복권으로 보인다. 사면 등 불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43.5%) 대비 9.1%포인트 하락했고, 주식 양도소득세 등에 민감한 40대, 50대 등 대부분 연령의 지지율 하락이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대통령 국정 수행 수치보다 더 사정이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13~1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4.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39.9%, 국민의힘이 36.7%를 기록했다. 양당 지지율 격차가 3.2%포인트 차이 오차 범위(±3.1%P) 내로 좁혀졌다. 국민의힘을 향해 위헌정당심판청구 등 '제 1야당' 소멸을 외치고 있는 집권여당에 대해 민심이 오히려 등을 돌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마찬가지로 광복절 특사, 주식 양도세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전라(16.1%p↓), 인천·경기(15.4%p↓) 등 전통의 민주당 강세 지역이 직전 조사에 비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추락했다. 조국 전 대표 부부뿐만 아니라 윤미향 전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윤건영 의원, 백원우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최강욱 전 의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사면과 복권으로 국정 수행 평가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추락 원인은 비단 정치인 특별 사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우려 상항은 점점 커지고 있다. 관세청이 11일 집계한 8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액은 20억 7000만달러(약 2조 9000억원)로 전년대비 14.2% 감소했다. 2대 수출국인 대미 수출 감소와 함께 전체 수출액(147억 1000만달러) 역시 전년대비 4.3% 줄었다. 대미 수출 감소와 함께 최대 수출시장인 대중국 수출액(28억 8000만달러) 역시 전년대비 10.0% 감소했다. 25일 한미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노란봉투법' 또한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본 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이 법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견고한 지지층 기반인 호남, 수도권, 20대, 30대, 40대, 화이트칼라층, 중도층까지 국정 수행 지표에서 흔들렸다. 조국 전 대표 부부를 비롯한 사면과 복권이 민심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여기에 관세 경제마저 불확실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무너졌다. 배종찬 소장(인사이트케이 소장)
2025-08-21 06:30:00
[엄태윤의 국제정세]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질 경제·안보 과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 최상은 아니었으나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여 다행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압박했던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끝난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해야 할 중대한 현안이 남아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자 지경학 리스크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정책이 세계 각국을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하는 무역상대국들이 모범답안을 마련하느라 초비상 사태다. 국내 대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는 지경학 전략을 수립하기에 정신없다. 동북아에서 중국·러시아·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정학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안보 과제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지경학과 지정학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경학 측면에서 살펴보면, 한미 간에 합의했던 통상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정부는 최혜국 대우를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트럼프가 정상회담 중에 비관세장벽 문제를 제기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 대비도 해야 한다. 반면, 트럼프 정부가 필요한 조선업 협력관계를 최대로 부각해야 한다. 정부가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이미 제시하여 트럼프의 호감을 사고 있다. 이것은 한미 간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해군력 증강사업으로 확대하여 상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핵심은 안보 문제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가치와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이 어떤 화학적 결합을 이룰 것인지 궁금하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트럼프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친중 성향"에 관한 의구심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 핵심 과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다. 첫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증액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10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등 거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6월 나토 국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다. 미 정부는 한국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 역할의 재조정 문제이다. 미국은 한미동맹 현대화를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역할을 대만해협과 연계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은 "안미경중 안된다. 미국과 중국에 양다리 걸치면 모욕적이다"라는 원색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만해협은 미국과 중국 간 핵심 이익이 부딪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이 대만해협 문제에 관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기에 명료한 모범답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점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제2의 애치슨 라인 설정을 통해 미국 방위선에서 한국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라는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관심을 보여, 미북정상회담 추진을 놓고 한미 대통령 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한국 패싱 방지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한미연합훈련도 축소되고 있다. 대북한 심리전을 일찍 포기했다는 우려 여론도 크다. 북한의 핵 무력 정책이 강화되고 있으며 북한·러시아 간의 군사협력이 밀착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오는 한미정상회담은 경제 및 안보 차원에 있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중요한 계기이다.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상호 협력관계의 공유점을 넓혀야 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군사 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미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답안을 작성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2025-08-14 06:30:00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100% 가동되는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해 국내외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서남권 등 지방에 우선 RE100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을 계기로 RE100을 활용한 지역발전 전략이 관심을 끌고 있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국제 비영리기구인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주도로 2014년에 시작되었다. RE100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기업 차원의 실질적인 탄소중립 실천 방안으로, 오래전부터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RE100에 가입한 회원사(기업)들은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 등의 설비를 직접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서 조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050년까지 점진적으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으로 대체해야 한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는 캠페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2014년 RE100 시작 당시에는 이케아(IKEA)를 비롯한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으나, 이후 애플(Apple), 구글(Google), 어도비(Adobe)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면서 회원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SK그룹 계열사인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LG전자, KT, 삼성전자, KB금융, 네이버 등 많은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RE100 회원사 중 일부는 자신의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협력업체)을 상대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산된 부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RE100이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RE100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RE100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제정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23년 6월에 제정된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방식에서 탈피해서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보급 및 확대로 에너지 공급체계를 바꾸기 위해 제정되었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시행을 통해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소 집적화와 장거리 송전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 및 주민 피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와 지역별 에너지 자립을 통해 탄소중립과 RE100 실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송전망을 통해 장거리 이송을 하고, 배전망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그러나 문제는 주민 수용성의 문제로 인해 송전망의 증설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컨대 수도권에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생기게 되면 송전망에 의존한 방식의 전력 공급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신규 송전망을 건설하지 않으면서 기존 전력망으로 전력수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전력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도시나 지역별로 에너지 수급과 산업 입지 정책의 부조화(mismatch)는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발전시설은 국토의 중남부 지역에 많이 집중되어 있음에 비해 인구와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수도권의 경우 향후 전력 소비가 많은 새로운 산업의 입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제 도시마다 RE100의 동향과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시행의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도시 스스로 산업 입지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RE100은 시장의 힘(market forces)에 의해, 그리고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제도에 의해 도시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제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와 에너지 자립체계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RE100을 전략의 중심에 두고 도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RE100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마련해서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2025-08-08 06:30: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연이틀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54일 만에 처음으로 '한국과 마주앉을 일 없다"는 대남 메시지를 내놓았고, 이튿날에는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대미 메시지를 공개했다. 북한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한미 양국은 김여정의 담화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과도한 기대와 착시를 경계하면서 북한의 의도를 간파하는 전략적 행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김여정의 담화, 그 출발은 '하노이 노딜' 충격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를 고리로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끌어내는 과감한 딜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영변 이외의 5곳'의 핵시설 리스트를 제시하며 "모두 해체하라"고 압박했다. 그러고는 김정은을 향해 "협상을 할 준비가 안됐다"고 선언한 뒤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켰다. 이른바 '하노이 노딜'은 김정은에게 큰 충격을 줬다. '브로맨스' 관계까지 과시했던 트럼프를 믿고 '최고지도자'가 전용열차까지 타고 베트남에 왔는데, 보기 좋게 거절당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후 미국과의 담판을 단념하고 핵무력 고도화의 길로 질주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은 2021년 1월 열린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 보고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나아가 "핵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워내 핵 강압으로 한미동맹에 맞서나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2022년 9월 북한은 핵무기 선제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보유국법을 채택했다. 이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미국에 맞서는 '강 대 강 '대결의 길로 나아갔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북한은 2019년 8월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하늘을 향해 웃는다) 노릇"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전날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협력을 통한 평화 경제를 건설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 것을 폄하한 것이다. 물론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는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은 2023년 12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남북관계를 '공화국 북반부'와 '공화국 남반부'의 관계가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이라는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했다. 남북한의 군사분계선도 '국경선'으로 칭했다. ◆ "한국과 마주앉을 일 없다" 단언한 김여정 이런 흐름을 상기하면 김여정 부부장 명의로 나온 지난달 28일 담화에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이 붙은 것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조한관계'는 적대적인 두국가 기조를 담아 '조선과 한국의 관계'를 말한다. 김여정은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수선을 떨어도 조한관계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꾼 역사의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오히려 "한미동맹을 맹신하고 우리와 대결을 기도하는 것은 선임자(윤석열)와 다를 바 없다"면서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대단히 중대한 역사적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담화에는 역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김여정은 "우리의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이재명 정부에 대해 대통령 당선 사실 등을 간략히 보도한 것 외에는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관심조차 두지 않던 북한이 공식 담화를 발표하자 통일부를 비롯해 정부에서는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담화에는 "대조선확성기방송중단, 삐라살포중지, 개별적 한국인들의 조선관광허용" 등 이재명 정부의 다양한 긴장완화조치들을 열거하면서 '성의 있는 노력'으로 평가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민간의 대북 접촉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밝히는가 하면 한미 연합훈련 조정 가능성도 꺼냈다. 하지만 김여정의 담화는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한국정부를 상대할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의 상대는 미국"이라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 비핵화 거부하면서도 '김정은-트럼프 사이 나쁘지 않다' 강조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한 담화에서 김여정은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은 미국의 일방적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핵고도화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의 위상변화를 과시한 것이다. 담화는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으로 이어진다.그러자 백악관 당국자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 김정은과 소통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북한은 하노이 이후 지금까지 비핵화를 둘러싼 지루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김여정은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물론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이 아닌 다른 목적의 대화(핵군축 등)를 제안하는 뉘앙스였다. 특히 '개인적 관계'에 눈길이 쏠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 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27통의 친서를 교환한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다시 한번 '소통 채널'이 가동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 6월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익명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목표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낼 친서를 전달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뉴욕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 北 의도는 결국 "우리 원하는 대로"…. 3대 원칙을 견지해야 연이틀 공개된 김여정의 담화는 쉽게 말해 "우리와 접촉하거나 협상을 하려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이미 핵보유국이 된 만큼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니, 이른바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해달라는 요구가 깔렸다. 그리고 이제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하는지 지켜보고 다음 행보를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미 담화에 실린 미국을 향한 북한의 속내가 주목된다. 예측불허의 트럼프에게 2018년과 20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했던 것처럼 화려한 '탑다운 담판'을 다시 한 번 하자는 것인데, 과연 트럼프가 어찌 대응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3대 원칙 또는 시사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존재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 보유국 반열에 오른 상황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을 건너뛰고 미북 핵협상이 진행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한미는 향후 북미대화를 포함한 대북 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이 이미 문을 닫아버린 남북관계의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전환했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 등 세계정세의 변화 속에서 북한의 생존을 위한 정책적 선택의 산물이다. 따라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 기조가 더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라는 정책의 목표를 지향하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지만 관계 개선을 차단하고 있는 주체는 바로 북한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앞에서 살펴본 대로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입에 담기 민망할 막말을 퍼부으며 남북관계를 파탄 냈다. 전임 보수 정부를 기점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밝혔듯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 정부와의 관계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거나, 아니면 한국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 될 때만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의 선의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과도한 기대와 착시를 버리고 북한의 의도를 헤아리는 냉철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5-08-07 15: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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