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미테랑의 문화재 반환

"프랑스의 과학기술이 한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지난 9월14일 방한한 미테랑대통령이 방한을 앞둔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정치인에게는 드물게 보는 품위있는 말이다. 경부고속철도사업을 프랑스 TGV가 맡게 되면서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이루어진 기회를 프랑스로서 아시아 진출의 전기로 삼고자 말한마디까지 조심하고 있다.그 위에 1866년 강화도에 침입하여 빼앗아 간 2백97권의 도서들을 반환하겠다고 우선 휘경원원소도감의궤 한권을 미테랑이 직접 전달하고 갔다. 그것은한국 국민에게 남아있는 병인양요 때의 불쾌한 기억을 씻어내자는 의도이다.병인양요때 빼앗아간 것이 그것뿐이 아니고, 또 그외에도 구한말 정국이 어수선할때 수집해간 직지심체요절이나 중국 돈황 발굴에서 얻은 왕오천축국전등 프랑스가 보관하고 있는 한국의 중요문화재급의 도서도 반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는 15일 저녁때 책 한권을 반환하고 돌아가는 미테랑의 모습을보면서 금세기 최상의 지적 장면이라고 멋있게 봤다. 구시대의 제국주의를반환하는 모습으로 보았기 때문이다.-제국주의 반환 보는듯-

병인양요 때 프랑스의 아시아 함대는 서울의 지금 양화교까지 침입하였고 강화도를 무자비하게 노략질하며 짓밟았다. 그때 참담한 장면을 목격한 이시원(이건창의 조부)은 자존심을 가누지 못해 자결하고 말았다. 그리고 당시의 집권자 대원군은 때마침 개혁을 추진하다가 침략의 충격을 받아 경색정국으로몰고가야 했다. 그로부터 1백27년이 지나 그때와 거의 비슷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오늘, 이번에는 그때의 잘못을 사죄라도 하듯이 빼앗아간 것을 반환하겠다는 것이다. 하기는 빼앗아간 물건이라면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지난 2백년간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빼앗아간 무수한 문화재를 하나도 돌려준 일이 없고 보면 프랑스의 문화재 반환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랑스도 무척 조심하는 눈치이다. 한국도서 반환을 계기로 이집트나 월남에서빼앗아간 것을 돌려 달라는 문제가 일어날까봐 영구임대한다는 등 앞날의 사태에 도피할 구멍을 만들어 두려고 한다. 한편 반환한 뒤에 프랑스 도서관의여직원이 사임했다느니 혹은 반대하는 관리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그것은 철없는 국가주의와 천박한 애국심 탓이다. 바로 그러한 애국심이 제국주의의 정열을 낳는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곳곳에 빼앗긴 문화재-

아무튼 유럽열강들은 제국주의시대에 빼앗아간 문화유물을 계속 점유하기에급급하고 있다. 돌려주고 나면 영국이나 미국의 박물관은 텅비고 말 것이기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역사적 문화재는 특정국가가 주인이 아니라 세계와 인류가 주인이므로 현재의 보유국가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제국주의 국가의 군색한 논리이다. 빼앗긴 사람들의 상처는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우리는 수많은 문화재를 빼앗겼다. 일본의 도쿄박물관3층에는 우리의 유물로 가득차 있고 미술가 류종렬의 집은 우리의 조선시대공예품과 도자기로 전시관을 만들어놓고 있다. 그와같이 일본에 있는 유물 약4만점을 비롯하여 우리의 문화재는 미국에 1만점, 유럽에 2만점 가량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렇다면 국제간에 문화재 반환 또는 이양협정의 새 질서가강구되어야 한다. 즉 반환하거나 혹은 반환해도 모두 보관할 수 없고 또 곳곳에 한국전시관을 설치하는 것도 뜻이 있어 현재의 보유국에 이양할 수도 있기때문에 어떤 새질서의 절차가 취해져야 한다. 그것이 유네스코의 '약탈유물반환협약'처럼 제국주의를 청산하는 인류의지인 것이다.

-반환 당당히 추진해야-

오늘날 선진국들이 들고나오는 것 가운데 지적소유권이라는 것이 있다. 저작물같은 지적생산물에 대한 소유권의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옛날의 지적 생산물인 문화재는 세계인의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당초에 강도질이나 훔쳐간 물건인데 거기에 어떻게 소유권이 발생하는가. 자기들의 지적소유권은 소중하고 남의 것은 문질러버리는 그런 논리라면 제국주의 옹호론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미테랑의 문화재 반환처럼인류가 공감하는 지성이 발휘돼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도 반환업무를 당당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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