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과 내면의 본질에 초점

문학은 시대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며, 변모하는 시대상황을 어떤 시각과 정신으로 형상화하고 표출해내는가.계유년 한해를 보내는 우리 문단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단적으로 요약한 명제다. 탈이념의 시대가 주는 공허한 분위기,그 배후에 도사리고있는문학의 위기감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명제를 다시 곰곰이 생각케 할만큼 우리 문학은 안개속을 헤매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단의 한해는 90년대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정신주의로의회귀및 심화가 두드러졌다. 인간의 삶과 내면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 서정의세계를 두드러지게 내보이는 정신주의는 그나마 시창작의 흐름을 짚어보게한다는 점에서 세기말을 앞둔 현재 문학의 한 지표로 기능하고있다는 분석이다.지난 1년동안 향토시인들의 글쓰기도 이런 정신주의 계열의 작품경향을 보여주고있다. 이기철씨의 시집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이성복씨의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이태수씨의 {꿈속의 사닥다리}에 나타나는 시적 분위기는감당해낼 수 없는 본질적 삶의 무게를 절감하며 좌절하고 때로는 자기를 되돌아보고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인간내면의 정서가 주조이며 존재문제에 대한 확인과 초월에의 꿈을 더욱 확대, 심화시키는 서정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스물두번째 시집이자 고희기념시집인 {모인의 일기장}을 발간한 신동집씨,{구겨진 춤}을 내놓은 여영택씨등 원로시인들의 식지않는 창작열의가 돋보였고, 중견시인 정재호씨의 {천지가 부르는 노래}, 예종숙씨의 {보랏빛 노을},이문길씨의 {주인없는 산}, 김원길씨의 {들꽃다발}, 성기렬씨의 {은행나무이파리 그게 그거다}, 권혁모씨의 {오늘은 비요일}, 이희목씨의 {호박잎 빗소리},박찬선씨의 {세상이 날 옻을 먹게한다}등이 선보였으며 경북지역에서 활동하고있는 시인들의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활발했다. 젊은 시인들과 여류시인들의 시집발표는 뜸한 반면 문예지를 통한 작품발표는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젊은 시인들이 올해 낸 시집중에는 최근 출간된 서지월씨의 시집{가난한꽃}, 서정윤씨가 {홀로서기.1}이후 6년만에 내놓은 완결편 {홀로서기.3-보고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박윤배씨의 첫 시집{쑥의 비밀}등이관심을 모았다.

한편 상화50주기를 맞아 죽순동인이 중심이 돼 마련한 추모제와 상화흉상건립움직임이 활발했고, 집행부를 개선해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있는 대구시인협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하면서 거리시전, 시낭송회, 시인대학 강좌재개등을 통해 독자와의 거리를 더욱 좁히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창간 1주년을맞은 계간문예지 {시와 반시}의 문예대학이 활성화되면서 알찬 창작강좌와문학기행프로그램등을 통해 보다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분단시대}동인들이 중심이 돼 계간문예지 {사람의 문학}창간을 서두르고있는 것도 반가운소식이었다.

또 시인 이기철씨는 올해 제1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이하석씨가 제4회 김달진문학상을 받았다. 매일신춘문예(91)출신인 여류 강문숙씨는{작가세계}신인상을 수상,활동발판을 넓히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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