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칼로 물베기}로 표현되는 부부싸움은 부부갈등의 산물이다.부부갈등은 어느 부부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한 형태이지만 때로는 오랜 부부갈등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폭발해 비극적인 가정파탄을 부르기도한다.설연휴기간인 지난 10일 충북진천에서 최모씨(34)가 별거중인 아내가 가 있는 처가에 찾아가 재결합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엽총을 무차별난사, 처가족 5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는 평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의 성기를절단하는 {보비트 사건}이 발생, 부부갈등과 가정폭력에 대한 전세계인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이와 같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부부갈등과 관련된 사건들은 사회를 이루는최소단위인 가정에서조차 사랑과 이해가 실종되고 있는 메마른 세태의 한 단면을 나타내며 사회구조의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또 부부싸움이 단순히 {칼로 물베기}로 치부된채 가정내의 문제로 국한시킬수만 없으며 일정한 수준의 심각한 양상이 되면 사회제도를 통한 {간섭}의필요성까지 고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정이나 부부문제, 여성문제를 상담하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부부관계가 [아내는 자식 잘 키우고 살림만 잘하면 된다]는 왜곡된 성역할 분담론에 젖어 상하관계를 이루는 형태가 많은 한편 남녀의 결혼관의 차이로 인해갈등요인이 많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종래의 아내상이 {남편은 하늘}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으로 포장될 만큼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을 때는 남편의 독선적인 자세나 부정등에 대해 아내가 참으면서 갈등을 안으로 삭이는 형태가 많아 외관상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쉬웠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제몫찾기 노력이 활발해지고 경제적 능력도 상승하면서 예전의 불합리한 부부관계는 아내와 남편이동등한 존재로서 재인식됨에 따라 많이 개선되고 있는 한편 요즘에는 부부갈등이 양측이 직접 맞부딪힘으로써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는 경우가 늘어나고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주로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거나 폭행하는 경우가 많고이런 상태에서 이혼율과 별거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것이다.
이혼이나 별거는 부부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나 갈등관계가 지속되면서 한쪽(주로 남편)이 다른 한쪽을 놓아주지 않을 때 때로는갈등관계가 폭발, 앞서 예시한 심각한 사고가 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부부갈등은 성격차이.성문제.도박이나 의처증.경제적 곤란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얽혀 야기되며 서로 다르게 자라온 환경이 부부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지못할 때도 생겨날 수 있다.
지난 91년 영남대 대학원 가정학과 김갑숙씨가 발표한 박사학위논문 [부부갈등이 부부폭력과 자녀학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부부갈등중 성격차이가으뜸인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부부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남편의 전통적이고 권위적인사고방식에서 야기되는 대립등 성격문제가 가장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부부간의 성적적응과 애정표시 불만등 성문제.자녀문제.의사소통 장애.시가족 문제.배우자부정등이 부부갈등의 유형을 이루고 있다.
또 부부갈등이 고조되면 10쌍중 4쌍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부부폭력이 자녀학대로 이어지거나 이 폭력이 폭력의 세대간 연속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등 폭력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갈등의 요인으로 남편의 직업 불만족도가 가정생활의 갈등으로 이어지는경우가 많고 연령차,교육수준은 성격문제와 성문제에 관련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의 전화등 여성상담기관등에 접수된 부부갈등 사례를 보면 부부갈등의양상을 더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2년간의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 5년째되는 주부 이모씨(30)는 남편의 의처증과 잦은 구타로 인해 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남편 김모씨(33)는 대졸 학력의 회사원으로 외아들로 자라났고 아내 이씨는집안의 맏딸로 대학을 졸업했다.
이씨에 따르면 남편 김씨는 남한테 잘하고 선심을 베푸는등 밖에서는 호인으로 알려졌으나 아내인 자신에게는 독선적으로 대하면서 못살게 굴고 무시한다는 것.
남편을 하늘로 알라는 말을 자주 하고 여자가 아이만 잘 키우면 됐지 다른건 필요없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3년전 남편은 시아버지와 의논해 약방을 차리라고 강요해 2년간 약방을 경영했으나 약방수입은 남편이 다 챙겨가고 자신이 물건을 사려고 하면 [어디에쓰려 하느냐]며 꼬치꼬치 캐묻는등 경제권도 전혀 갖지 못한 상태에서 돈 한푼도 마음놓고 쓸 수가 없다.
한번은 붓글씨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는데 강사가 남자라고 못살게 굴어 결국붓글씨 배우는 일을 포기하기도 했다.
남편은 역시 독선적이고 강압적으로 가정을 꾸려온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고 이씨는 남편이 강요하는 희생에 의해 참으면서 가정생활을 이어나왔다.
이씨는 이제 이러한 갈등관계를 참을 수 없어 이혼을 원하고 있다.39세의 주부 박모씨는 18세에 남편 권모씨와 결혼,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신혼초 [외출하지 말라]는 남편의 말에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첫 구타가시작된후 남편은 상습적으로 손찌검을 해댔고 박씨는 그때마다 대들며 항의했다.
양계업으로 꾸준히 생활이 나아지기 시작, 자신의 집을 갖고 그런대로 살게되었는데 5년전부터 남편이 외도를 해 이를 따지고 들면 구타가 더욱 심해져병.주먹.파이프로 때려 고막이 터지고 기절하는 등 40일까지 진단이 나온적도 있다.
남편은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너무나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평이 나 있으나아내에 대해서는 [친정에 천만원을 빼돌렸다]거나 매를 맞고 가출하면 [바람피우고 왔다]는등의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는 것.
큰 아이가 부모들의 갈등을 보다 못해 그렇게 살려면 차라리 이혼하라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부부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방안은 무엇일까.부부간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부부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여성의 전화 최은숙간사(28)는 [갈등을 줄이거나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생각이나 느낌을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전달할 수 있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최간사는 [우리나라 부부의 경우 부부간 대화가 서툴러 갈등을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며 독선적이거나 비난조의 대화는 오히려 상황을 나쁘게 만든다]고 지적, [부부간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등을 되도록 줄이면서 성공적 부부관계를 이어나가는데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원칙이 있다.
자신이 배우자의 능력과 가정의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인식할수 있도록 진지하게 대해야 하며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금전문제에 공동책임을 갖고 임하는 것이 파탄에 이르는 사소한 불화를 막는방법이 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 너무믿고 관대한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배우자가 수년전 결혼할 때와 다른 모습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평상시 하는 것이 중요하며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심각한 상태라고 판단되면 이혼등의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밖에 없다.그러나 다른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거나 잘못된 소유욕이나 병적인 집착력으로 폭력이 수반된 상태에서 가정이 계속 파탄상태에 이를 때에는 사회제도를 통한 간섭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남대 가정관리학과 최외선교수는 [현재 성폭력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등 여성이 당할 수 있는 폭력에 맞서려는 움직임이 진행중이다. 특히 사생활과 관련, 소홀해지기 쉬운 가정내 폭력에 대해서도 일반폭행사건과 마찬가지로 인권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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