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남녀간에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모호스러운 성적 쾌감은 여자에게 더익숙한 편이지만, 그 모호스러움을 참아내지 못하는 쪽도 여자일 것 같다.동유와 의혜는 밤 9시를 조금 넘기고서야 그들이 사는 도시로 되돌아올 수가있었는데, 터미널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의혜가 이렇게말했던 것이었다.[오늘도 그냥 헤어져요?]
[......]
동유는 차량소음에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귀밑이 발그스럼해진 것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터였다.아, 키스를 해달라는 것이구나. 동유는 그말의 뜻을 당장 알수 있었다. 탄성을 지르는 것도 잠깐, 동유는 어디가 좋을까, 속으로 재빠르게 적절한 장소를물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여전히 집에 갈 버스를 기다리는 줄 알고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또렷한 목소리였다.
[이젠 뭔가를 남기고 헤어져야지요?]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그녀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다음 책무는 그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의혜와의 첫키스라면적어도 낭만적인 기품이 서린 곳이어야겠는데, 마땅한 장소가 떠오르질 않는것이었다. 유원지라면 늦은 시간에 혹시 깡패녀석들이 방해할지도 모르고,여관은 아무래도 칙칙한 인상이 있으니.
우선 떠오른 곳은 고속터미널과 위쪽 도로사이 지점에 있는 잔디밭이었다.수년전 가본적이 있는데 그리 넓지는 않지만 의외로 행인이 드물고 나무들로가리워 있어 그런대로 호젓한 곳이라는 기억이 있었다.
삼십여분을 걸어서 그곳에 도착하자 수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래로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이어져있고, 첫키스의 장소로 상상했던 곳은 어이없게도 지하철 공사 현장사무소가 덩그렇게 지어져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귀가하기로 약속한 시간인 9시가 어느덧 다 되어가고 있었다.첫키스의 장소를 찾아다닌다는 것만큼 애매하고 어색한 일도 없겠지만 오히려 대담한 것은 여자였다.
[그냥 여기서 해줘요. 키스만 하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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