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흑백해법의 위험성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8차실무접촉에서 북측대표 박영수가 던진 {불바다}발언이 북한 핵관련 국내분위기를 급변시켰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그전부터 있었다.7차까지 끈 실무회담 결과 북한이 IAEA사찰과 특사교환에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의 협상전략에 무엇인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한다는 여론이고개를 들었다.

{변화}를 촉구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의 대응에 일관성이 없음을 지적했고,정부의 무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를 얕잡아 보게했다는 지적도 있었다.북한이 끝까지 {벼랑끝 외교}로 나오고 국제적 제재가 불가피한 경우에 대비,한편으로는 꾸준한 준비작업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를 계속, 시간을끌수록 북한에 불리한 강온양면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때맞춰 정치권에서도 강경론이 고개를 들었다. 통일정책에 이견을 놓고 상대방을 [수상하다]고 내몰기도하고, 일부단체는 공직자의 사상공개제도를 건의했다. 일부 야당의원은 [온건론을 주장하다가 용공으로 몰릴까 겁나는 분위기]라는 푸념을 내놓았다.

{대화}가 아니면 {제재}, {온건}이 아니면 {강경}일수 밖에 없는 권위주의시대의 흑백논리가 되살아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이 표명되기도 했다.말은 안해도 지난시대를 휩쓴 매카시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과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이같은 냥자택일뿐일까.

지난 1년간 북한과 우리, 북한과 미국의 외교공방을 설명하는데만 {치킨게임}{벼랑끝외교} {숨바꼭질게임}등 다양한 게임리논이 등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문제가 그처럼 단순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흑백논리는 사고의 경직화를 초래, 오히려 문제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다.한승주외무는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에 강온양면으로 대처해왔으며 지나치게 대화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금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아직은 정부정책을 일괄평가하기에는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한때나마 흑백논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은 정말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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