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일본에 살게 해주오

외국인의 일본체류 허가여부를 결정하는 일본법무성 산하 도쿄입국관리국에19일 한 한국인 일가가 {제발 일본에 살게 해달라}는 애절한 내용의 호소문을 제출했다. {APFS}라는 외국인 지원단체의 몇몇 변호사들이 거들어 340명분의 탄원서도 첨부됐다.가장인 이광진씨(43)와 부인 손복순씨(43), 그리고 두 아들을 둔 일가는 20여년전 일본에 밀입국, 지금까지 불법 체재하며 도쿄시내에 {정착}했다.제주도 출신인 이씨는 지난52년, 부인은 이보다 3년전인 69년, 당시 많은 한국사람들이 돈벌이를 떠났던 것처럼, 생활고를 해결하겠다며 제각기 어선으로일본에 밀입국했다. 우연히 알게 돼 결혼한 이들은 도쿄시내 친척집에 숨어살며 봉제업을 도왔고 두 아들을 얻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행운이 계속되는것은 아니었다.

82년, 길거리에서 불심검문을 당한 일가는 불법입국이 적발돼 강제추방되고말았다. 하지만 이미 한국에는 생활기반이 없었다. 4개월후 이씨는 다시 밀입국을 결행했다. 부인과 아이들은 관광비자를 얻어 뒤따라 일본에 왔다.두 아들은 도쿄한국학교에 다니게 했지만 한국말이 안되고 일본말을 더 잘하는 탓에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했다. 지난92년과 93년 장남 차남을 차례로그들이 원하는 일본학교에 진학시켰다.

그런데 학교에는 호적과 거주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단 전학은 허용됐지만, 서류구비를 위해 불법체류를 신고하고 합법체류를 허용받지않으면 안됐다.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이씨는 {자진출두}를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3월 입국관리국에 나가 신고했다.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하고 특별체류허가를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일본의 입국관리는 철저하다. 이씨 일가의 사정은 인정되지 않았고즉시 구속돼 강제추방을 기다리는 불법입국자 수용소에 잡혀 들어갔다.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다. 지난달 11일 이들은 재심요청서를제출했지만 열흘뒤 기각됐다.

이들은 재심요청서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생활기반이 이미 일본에 있다. 아이들은 일본친구들이 많고, 일본에 살고싶다고 한다. 한국말도 전혀 모른다|인도적 견지에서 특수한 사정을 헤아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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