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논배미에 물 들어가는 것 보면 자식새끼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것 보는 것 같다"는 말이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밥도 제때에 먹이지 못하던 시절, 농민들의 자식사랑과 땅사랑을 절묘하게 비유한 옛 말이다. 그러나 오늘타는 가뭄 뒤에 단비를 맞이한 농민들의 심정인들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것이다.그나마 나도 몇년전부터 산골짜기 몇평 땅 일궈 푸성귀 심어 먹는터라 농민들의 말 뜻을 어느정도 실감하며 산다. 마른 옥수수대 축축히 젖어들어 생기도는 것 보면서 느끼는 행복인들 다른 어디서 구할 수 있으랴. 땅은 아무리생채기 당하고 척박해져도 씨앗 품어 청청한 생명을 키워내고 있으니 그 땅심의 환희를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물론 농사일은 아무래도 중노동이다. 심을 때, 거둘 때가 엄연하고 사이사이김매주고 거름만드는 일까지 잠시도 시기를 놓쳐서는 안되는 일들로 매양 분주하고 힘겨운 것은 도시생활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적어도 땅은 원초적인 삶의 생기를 회복시켜준다. 우루과이 라운드다 가뭄이다 도시사람들은 시골사람들을 안쓰러워하지만 오히려 동정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역시 콘크리트숲 거미줄에 걸려있는 도시사람들이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땅의 탯줄로부터 떨어져나와 산업사회의 한 소모성부품처럼 마모당하고 있다. 특히 먹물든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것이 방안 가득 쌓여있는 책더미에 함몰되어 짧은 지식과 건조한 개념들로 소비당하기 일쑤다. 다들 박사도 해보고 교수님소리도 들어본들 머리카락만 빠지고 손 안엔더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허공 뿐이다.
가장 낮은 곳, 도라지꽃 피는 산천의 행복이 컴퓨토피아 같은 곳에는 없다.섬약하고 창백한 손가락에 물기가 오를리 없으니 모두 호미자루를 쥐어보라.땅과 만나면 팔뚝으로 전해오는 땅심으로 충전되어 청청하게 생기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나의 농사 이력은 문익점이 목화씨 구해오던 일만큼 어렵게도꽃꽂이 연구실에서 목화씨 구해다 심는 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제 작은아들녀석만 독립하면 몇년 내에 아예 시골로 옮겨 앉는 귀거래사로 매듭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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