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북 경수로지원 현실성 없다

오는5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북-미간 제3단계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정부는 "북한이 핵투명성만 보장하면 그 선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경수로 전환을 지원해 준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바로 이같은 시점에서 미국의 한 전문가가 "대북 경수로 지원은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라고 강력히 반대를 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진정 발전시설을 원한다면 10여년이 소요되는 경수로를 바랄게 아니라 1년만에 완공되는 석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소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다음은 전 미 핵규제위원회 위원이었으며 현재 에너지 상담역을 맡고 있는빅토르 길린스키시가 2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기고한 '대북 경수로 지원 문제있다'는 제하의 칼럼 요지.

지난해 7월19일 제네바 2단계 회담에서 북한에 의해 처음 거론된 경수로 지원문제가 최근 지미카터씨의 방북으로 구체화되더니 결국 미국은 한일등 주변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에 경수로 시설을 해줄 결심을 한 것 같다.물론 우리가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는다면 다행스런일이다. 하지만 대북한 경수로 지원사업은 겉으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고 좋은 결과보다 불행을 초래할 우려가 더욱 많을 것 같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선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해 주는 것은 NPT체제에서 보면 '골치 아픈 망나니를 돈을 줘 놀러 내보내는 것'과 흡사하다. 다른 비슷한 나라가 생길 것을가정한다면 극히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핵수출 통제가 약간 약한 나라, 예컨대 한국등을 통해 미국이 기술을 제공한다거나 러시아에 자금을 제공하여 러시아형 경수로를 북한에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도 결국 국제적인 핵수출 규제원칙이 훼손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미국이 비경제적인 계획을, 독재자의 으름장이 겁나 고급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더구나 작은 형태의 경수로 발전소도 엄청난 인력, 장비, 그리고 자금이 소요돼 많은 북한사람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수로 건설에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 만약 북한이 진정 전력공급을 위해 구형 원자로의 교체를 바란다면 차라리 1년내 완공되는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게바람직하다.

바로 이때문에 북한은 기적적인 변화가 없는한 경수로가 건설되는 10년동안더욱 많은 플루토늄을 축적하려 하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다시말해 경수로의 지원은 곧 핵개발의 장기화 음모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북한이 그들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경수로형 원자로의 가동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질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측이 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 경수로 지원사업에 대해 북한측을 너무 선의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이 전력에 관심이 있다면 훨씬 더 값싸고 안전한 방법이 있으며 미국은 바로 그같은 방법의 지원을 하면 된다.북한의 경수로 지원아이디어는 너무 좋은 제의같지만 문제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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