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세풍-대구의 정치적 난조

**철새의원 무려 57명**5공들어 군부집권세력이 힘으로 정치판을 새로 짜면서 치른 첫 총선당시 대구에선 개가시비가 화제에 올랐다. 이전까지 야당중진이었던 한 정치인이 군부세력이 만든 여당후보로 출마해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하자 출마의 변으로서방 죽고 개가한게 잘못이냐고 한것이 발단이었다. 그의 발언은 과거 몸담았던 야당이 없어졌으니까 새로 탄생한 정당은 여당이라도 선택할수있고 그것은변절이아니란 주장을 담은 비유였다. 이 선거에서 그는 시종 변절공방으로시달렸고 결국 패배로 끝을 맺었다. 유권자들이 변절을 심판했던 것이다.이와 꼭같이 비교할수는 없는 경우지만 최근 무소속 국회의원5명이 여당에입당했다. 입당절차조차 제대로 치르지않고 슬거머니 여당의원이 된것이다.14대 국회들어 재적의원의 무려 20%정도인 57명이 당적을 바꾸었고 그중38명이 민자당에 입당했다. 이같은 많은 국회의원들이 철새처럼 이당 저당 옮겨다니는 판에 이번에 5명이 어느 당으로 날아갔다고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른다.더욱이 국회의원이 당적을 바꾸는 것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시비할 일이아니라고 강변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선지는 알수없으나 이번에 여당에입당한 5명의 국회의원들은 국민과 지역구민들에게 이렇다할 해명이 없다.**유권자 무시처사**

그러나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 또 그렇게 해버려도 그만인가. 유권자의입장에선 결코 그렇게 넘겨버릴수는 없다. 유권자들은 그들을 자신들의 대표로 선출했기때문에 선거당시의 정치적 진로를 임의로 바꾸는 국회의원에 대해선 정치적 배반을 했다고 볼수밖에 없다. 설사 시대가 바뀌고 각정당의 진로가 달라졌다해도 유권자의 동의없는 의원의 진로변경은 용인되기 어렵다. 그것은 정당정치의 부정이며 국민대표성에 대한 훼손인 것이다.특히 대구의 경우 수성을출신인 윤영탁의원이 수성갑선거의 결과와 너무 동떨어진 선택을 함으로써 더욱 주목된다. 비슷한 경향의 민의를 가졌다고 할수있는 대구에서 그것도 같은 수성구의 보궐선거결과 민자당후보가 신민당후보에게 더블스코어로 패배한 며칠뒤 바로 그민자당에 입당했다는 것을 어떻게해석해야할까. 설사 수성갑유권자들이 잘못된 TK정서에 휩쓸려 투표를 했다하더라도 그것이 유권자의 뜻이라면 지역민의 대표로서 그같은 정치적 결정을내린것이 온당한것인가. 선거당시 여당을 반대했던 정치인이 합당한 이유없이어느날 갑자기 여당이 됐을때 과거 이지역의 정치적 정서는 5공직후의 변절시비 사례에서 보듯 이를용납치 않았다. 14대총선후 대구의 11개선거구에서뽑인 국회의원가운데 3명이 민자당에서 탈당했고 2명이 야당당적으로 당선됐다가 여당으로 넘어왔다. 그중 여당에서 탈당한 1명은 보선결과를 통해 탈당의 정치적 인정을 받은 셈이나 나머지는 미지수다.

**{마구잡이 영입} 판쳐**

이들을 영입한 민자당에도 문제는 있다. 정당의 세력강화를 위해 여당의원수를 늘리려는 것은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보선에서 지고도 마구잡이식무소속영입으로 여당의원수를 늘리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아니다. 이번 보선에서 여당이 비록 패배했으나 역사상 위업으로 기록될만한 공명선거를 이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마저 이번 무차별의원영입으로 그 효과가 감소될 것같다. 여당은 아직도 보선패배의 의미를확실하게읽지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림기응변으로 세력을 얻으려들지말고 장기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수 있는 국정운영을 해야한다.민자당의 판단이야 어쨌든 대구에는 이번 보선과 무소속의 여당입당으로 정치적 장래가 불투명하다. 보선결과를 놓고 TK정서에 대한 시비가 전국적으로일어나 다른 지역민들과 정치적 정서를 공유하기 힘들게 됐고 명분없는 여당입당으로 철새정치인이란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마저 생겨났다. 이들이 이끌어갈 대구지역의 정치적 장래는 푸른 신호일까 붉은 신호일까. 지역민들은 깊이생각해 볼때다.

(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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