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아침은 문무대왕이 죽어서까지 나라를 지키겠노라며 묻힌 동해바다와함께 열린다. 동방에서도 제일 먼저 아침햇살이 비친다는 경주. 맑고 그윽한불국사 쇠북소리 사이사이로 경주의 어둠이 걷힌다. 신라 천년하고도 또다시천년세월이 흐를동안 석굴암에도 감포앞바다에도 아침햇살은 어김없이 다가와 날마다 새벌의 새아침을 연다.경주는 바다와 내륙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룬 고을이다. 바다나 육지 어디할것없이 신라의 숨결을 잉태하여 그곳에서 전설이 태어나고 설화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경주땅 어디를 파들어가도 보물 한점쯤은 나온다는 말처럼 경주땅 어디를 밟아도 바다와 하늘과 땅의 옛 신라전설이 숨쉬지 않는곳이 드물다.관광은 역경에서 어원이 나온다. 관국지광 곧 나라의 빛을 본다는 의미다.바로 나라의 빛을 본다는 의미에서 경주는 안성맞춤의 관광지다. 옛역사와 오늘의 삶이 함께 어우러진 땅이다.
국보.보물의 유형문화재 보유로는 나라안에서 제일가는 경주는 어디를 가더라도 신라의 향기가 배어난다. 석가탑, 다보탑이 아니라도 첨성대, 석굴암이신라의 혼을 이어오고 포석정, 계림은 신라사람의 풍류와 애환을 들려준다.그뿐이랴. 불국사 칠보교, 백운교와 금동비로사나불, 금동아미타여래도 국보며 백률사 금동약사여래도 그렇다. 국보의 반열에 오른 탑도 부지기수다. 분황사석탑에서부터 구황사삼층석탑, 고산사지삼층석탑, 라원리오층석탑,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감은사지삼층석탑도 국보다. 금관이나 기마인물형토우, 장식중에서도 국보는 적지않다.
석빙고를 비롯한 보물도 헤아릴수 없고 반월성으로 더 잘 알려진 월성과 계림등 유적은 아예 경주전역이 죄다 문화재임을 알게한다. 외지인들이야 경주하면 그저 불국사, 석굴암을 연상하겠지만 경주 사람들은 서슴없이 남산을 으뜸가는 보물로 친다. 산 전체가 온통 보물로 뒤덮인 남산을 경주사람들은 노천박물관이라 부른다.
동해의 유적으로는 대왕암이 으뜸이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대왕이 묻혔다는 바위더미다. 내가 죽은후 화장하여 유골을 동해에 묻어주면 해룡이 되어왜구가 침범하는 동해를 막겠다는 유언에 따라 수장하였다는 세계에서 유례를찾아볼수 없는 신라만의 해중릉이다. 문무대왕의 해중릉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사이로는 동해바다 새파란 물이 쉴새없이 드나든다. 토함산에서 시작, 추령재를 거쳐 동해로 빠지는 대종천 하구 가까이 대본 앞바다가 해중릉의 현주소다.
대종천도 예사 하천이 아니다. 봉덕사종보다 네배나 컸다는 황룡사 쇠북을훔친 몽고인들은 대종천을 거쳐 바다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무대왕이 잠든 대본앞바다에 다다르자 갑자기 폭풍이 일어나 몽고배는 동해 바다에 빠지고 덩달아 황룡사 쇠북도 물속깊이 가라앉고 말았다. 이때부터 몽고인이 대종을 훔쳐달아난 강이라하여 대종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후 풍랑이 심하게 일때면바닷속에서 대종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물질을 하다보면 가끔씩 쇠북소리가 울려나온다고 믿고 전한다.대종천 북쪽의 대왕암을 바라보는 구릉형 야산 용당산에는 감은사지가 남아있다. 현존하는 신라석탑중에서는 제일가는 큰 탑 두개만 달랑 남았지만 탑주위에 산재한 돌더미는 감은사의 옛영화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감은사는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선왕의 호국유지를 잇는 한편 부왕의 명복을 빌고자 지었다는 절이다.
절터만 남아있는 옛절들이 대개 그렇지만 감은사도 해질녘 분위기가 좋다.풍우에 꺾이었건 난리로 불타 허물어졌건간에 사지는 그대로 허허한 아름다움이 있다. 감은사지 석탑은 석양과 함께 할때가 제격이다.
코흘리개 시절 수학여행으로라도 한번쯤 둘러보지 않은 이가 드물만치 경주의 볼거리는 널리 알려져있지만 막상 나서보면 우왕좌왕하기가 십상인 곳이바로 경주다. 볼거리가 하도 많기에 계획없이 나섰다간 바쁘기만 할뿐이다.경주관광을 요령있게 하려면 2-3일정도로 여유있게 잡는 것이 좋다. 그러고서경주의 멋과 향기를 찬찬히 새겨보라.
동해안 도로를 타고오는 이라면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를 우선 만날 수 있다.대왕암 앞바다나 전촌리 감포 백사장은 석굴암과 버금가는 일출 구경터다.여타 지역에 비해 그다지 번잡하지는 않지만 경주지역 다섯개 해수욕장은 저마다 송림과 맑은 물을 자랑한다. 바다 반대편으로 차를 돌리면 조선조까지만해도 본산의 하나로 승병훈련장이 있었던 기림사와 마애불상이 지키고 있는골굴암이 나타난다.
추령재를 넘으면 본격적인 유적지다. 석굴암, 불국사는 한나절을 투자할 코스다. 울산가는 국도변의 괘릉은 신라왕릉가운데 가장 짜임새 있는 능묘제를갖춘 예다. 괘릉의 십이지신상은 김유신장군 묘에서와는 달리 갑옷을 입고있으며 무인다운 박진감을 풍기는 표정들이다.
분황사는 눈먼 아이의 눈을 뜨게 해준 천수관음상의 전설이 애틋하다. 벽돌모양의 석재를 쌓아 만든 분황사 모전석탑의 인왕상은 신라불교조각중에서도걸작으로 꼽힌다. 몽고군의 방화로 불타 없어진 황룡사지를 한바퀴 돌고서는박물관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박물관 광장의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으로더 잘 알려져 있다.
안압지, 첨성대, 계림, 반월성, 첨성대를 지나 천마총과 황남대총이 자리한대릉원에서 한숨을 돌리자. 포항가는 국도를 따라가다 경주군청으로 빠져들어가는 지점의 반대편 기슭에 자리한 굴불사지 사면석불도 보기드문 조각이며백률사는 이차돈의 순교역사를 간직한 절이다.
소를 많이 키우는 고장답게 경주는 쇠고기가 맛있고 감포바다에는 활어횟집들이 즐비하다. 매운탕이며 백숙을 끓여파는 음식점도 쌨지만 싸고 맛있기로는 시내 해장국동네를 쳐준다. 온천탕도 괜찮고 보문호 주위에 자리한 특급호텔과 일반 숙박업소의 방사정은 연말이나 여름 피서철 한때를 제외하면 충분한 형편이다.
춘추 5개사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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