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떤 춤

절친한 친구 동생 중에 대단한 춤꾼 하나가 있다. 얼마전 남편과 함께 공연을 보고 새벽 기차를 탔지만, 아직도 그녀의 춤자락이 눈에 밟힌다. 이른바 {스스로}춤, 우리들 정신세계의 무형의 근원, 그 {ㅇ의 없다. 한 티끝속에시길}의 노정을 가시화한 춤이다. 춤은 역시 저런거다 할 정도로 일정한 춤의문법을 뛰어넘어예술혼의 떨림이 한올 한올 근육으로 전달되는 가운데 무대공간을 무한한 시.공간으로 풀어 놓았던 춤이었다.모든 예술은 바로 무형의 근원을 감지하고 그것을 형상화 시키려는 몸부림에 다름아니다. 순수 조형적인 요소로 환원해 들어감으로써 점하나 찍지 못하고 무형상의 백색 캔버스에 이르렀던 회화의 한 전형도 바로 {ㅇ의 길}에의편린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제 춤이 신체언어의 제로지점에 육박하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무(무)의 심연에서 다시 올올이 풀어져 나오는 형상화의 몸짓은 우주와의 만남과 영원회귀의 흐름을 스스로 노출한다. 그녀는 자신의조그만 육신 속에 잠재되어 있는 직관력을 흔들어 깨우며 그와함께 관중의 직관력을 흔들어 깨운다. 누구나 추지 못하고 다물고 있던 춤을 해방시킨다. 나는 그날 그녀의 춤 속에서 우리의 닫혀진 춤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 우주의 섭리가 다 들어있듯이 우리의 작은 몸뚱이는 각각 우주의 중심을 이루는 경이로운 존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중심에 서서 우리는 부단한 기(기)의 흐름과 리듬을 타고 산다. 그 리듬을 풀어놓는 일이 춤이라면일상의 모든 몸짓들이 기실 춤의 원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오늘, 된장국에 넣을 파 한 뿌리를 썰면서 나도 춤을 풀어놓는다. {춤추는슬픈 생각}(?), 그건 탱고도 아니고 순연한 먹거리춤이다. 부엌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우주 한 가운데의 신전이다. 다들 살림이 진부하다고 젖은 지푸라기 태우듯이 매운 연기만 피울 것이 아니라 활활 몸을 열고 춤을 추어보라.주부들은 부엌에 가득한 에너지를 타고 넘으며 살림의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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