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후 아파트에 흰고무신 한켤레가 남아 있었다.나는 휴일 아침이나 저녁무렵 앞산공원이나 두류공원등지를 산책할 때에도맨발에 이 고무신을 자주 신고 간다. 뽀드득거리며 발바닥에 느껴져오는 감촉도 감촉이려니와 발이 한결 가볍고 걸음걸이도 산뜻한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며 잊혀져 가는 옛 것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도 좋다.간혹 이른 아침 이 고무신을 신고 아파트 주변을 거닐때는 맨발에 느껴져 오는 서늘한 기운이 전신으로 번져오는듯 하며 금세 잠기운이 풀리고 정신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고무신은 1919년 우리나라에 {대륙고무주식회사}라는 고무공장이 처음 창설된후 3년뒤인 1922년부터 고무신공장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졌다. 남자고무신은갖신(가죽신)을, 여자고무신은 당혜를 본떠서 만들었었다.
물자가 귀하던 어린시절 고무신 한켤레는 소중한 것이었으며 해어질 때까지신다보면 헐거워져서 흙이 들어오고 나중에는 자주 벗겨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냇가에 멱감으러 가거나 천렵을 하러갈 때, 또 가까운 친구집을 방문하는등 가볍게 사용하기에는 더이상 편리할 수가 없었다.
또 간수하기도 편하여 짚수세미에 빨래비누를 묻혀 문질러 씻어놓으면 금세백옥 같은 자태를 드러낸다. 마루끝에 가지런히 놓여진 뽀얀 여인의 코고무신은 우리민족의 정한이 깃들여진듯 가련해 보이면서도 섬세한 선과 단아하고정갈한 모양새는 소복으로 정좌한 여인처럼 그윽함마저 감돈다.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세월의 뒤안길에 묻혀져 기억속에 희미하게 빛바랠뿐이다.
딸딸 소리를 내며 경박하기 그지없게 보이는 슬리퍼 대신 순수한 우리 고무신 신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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