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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타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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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작은오빠가 현관문 손잡이를 잡은 채로 엉거주춤 서 있었다. 열린공간으로 집안의 텁텁한 공기가 얼굴에 훅 끼얹어졌다. 그 공기가 역겨워 나는 고개를 돌렸다.달빛이 좋았던지 작은오빠도 곧 슬리퍼를 꿰고 계단참으로 나왔다. 내가 자리를 터주자 작은오빠는 내곁에 팔짱을 끼고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한동안멀거니 마당에 깔린 투실한 달빛을 바라보고 있다가 물었다.[넌 요즘 누나한테서 이상한 걸 못 느꼈니? 가령 불안이라든가 초조감 같은것 말이야]

작은오빠는 연신 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길때 작은오빠가 자주 취하는 일종의 버릇이었다. 작은오빠는 특히 코가 잘 생겼다. 마치 자로 잰 듯한 콧날이 갸름한 얼굴 위에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왜?]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 오늘 낮에 전화할 때도 누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어. 꼭 핏기 없는 누나 얼굴을 보는 듯했어. 혹시 직장에서 무슨 일이 안 생겼는지 모르겠어]

작은오빠가 진심으로 언니를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안해도 돼, 오빠. 여자들은 간혹 그럴 때가 있어. 실은 접때 오빠를 속 상하게 했던 날도 그런 날이었어. 그러나 나는 작은오빠에게 그렇게 말해 줄 수 없어 이렇게 변죽을 울렸다.[언니 일은 걱정 안 해도 돼. 몸이 좀 불편해서 그럴 거야. 난 오히려 큰 오빠가 더 걱정돼. 제발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어]

[그만 들어가. 곧 중간고사 있다며?]

작은오빠가 일어났다. 바깥에서 보니 청색 티셔츠차림인 작은오빠의 뒷모습이 꾸부정하니 야위어 보였다. 어머니가 저 모습을 보았으면 얼마나 상심하셨을까. 작은오빠의 눈에 눈꼽만 끼어도 자신의 건강이나 아버지의 그것보다 더안쓰러워하던 어머니가 아니던가. 나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작은오빠를 지켜보았다.

아버지의 의식이 시작되려나 보았다. 열린 방문 너머로 보니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진을 방바닥에 뉘어 놓고 가뭇없이 내려다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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