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감에 매달리는 심정

내일부터 20일간 실시될 올 정기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특별하다. 우선 선진국회상의 정착을 위해 마련된 새 국회법이 시행된후 처음 실시되는 국감이란 점에서 과거와 같은 무책임한 폭로나 정쟁을 일삼는 소모적행태가 되풀이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들도 국감의 잘못된 운영에 식상한 국민들을 의식하고 감사자료의 정리와 현장확인에 나서는종래와 다른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미 그같은 변화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뿐만아니라 여야총무들도 이번 국회만은 대화와 타협으로 생산적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국감의 전도를 밝게한다.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당당한 논리로 맞서겠다는 것이고 야당은 극한 투쟁보다 정책대안제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그러하다.이러한 국감에 대한 기대와 변화의 조짐은 최근의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외정세의 혼미와 국내의 어수선한 정세에 비추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할 것으로전망된다. 이번 국감의 과제는 엄청난 것들이 숱하다. 남북문제는 끝을 알수없을 만큼, 풀리는가 싶더니 꼬이는 우여곡절이 되풀이되고 우리정부의 대책또한 갈팡질팡하는 느낌이다. 경제문제도 갈수록 대외경쟁력이 떨어져 자칫선진국진입이 어려워질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내부문제론 인천북구청 세무비리사건은 공무원부패의 심각한 실상을 보여주었고 {지존파}의 반인간적 살인행각, 동아건설의 거액뇌물사건등은 한결같이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 올때까지 왔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이번 국감은 이같은 나외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할 책무를 부여받고 있다.그러나 이번 국회는 내년 6월의 지방자치단체선거를 앞두고 김영삼정부의 중간평가를 하는 의미도 있기때문에 여야가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감에서 인기위주의 폭로주의가 성행할 우려가 있을뿐 아니라 자신의 선거구나 당이당략을 위해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뒤엉켜싸우는 구태가 재연될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모처럼 여야합의로 마련된 국회법개정에 따른 새 제도도 무용지물이 돼버리고 국가적인 대변동기에 정치실종의 비극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럴때 국민의 기대는 더큰 절망으로 바뀔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과거에도 여야가 생산적이고 능률적인국감을 다짐하지않은 적은 없다. 약속대로 되지않은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에국감이 부정적인 인상을 준것이다. 이제 우리도 문민정부의 수립에 걸맞게민주화의 수준이 높아져야 선진국대접을 받을 수 있고 국회가 국정의 큰 방향을 제시해야 국가가 또 한단계 발전할 수 있다. 국감이 이같은 국회의 역할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만은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너무나 엄청난 사건과 비리들에 가위눌린 국민들이 국회와 국감에 매달리는심정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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