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재산등록확대의 실효

정부가 공직자부패방지를 위해 연내로 공직자윤리법시행령을 개정해 9급공무원까지 재산등록을 확대할 방침을 정했다는 것은 일단 김영삼대통령의 공직사회부패부정에 대한 인식의 심도를 엿보게 한다. 인천북구청 세도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엔 상위직에만 부정비리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일반의 통념이깨지고 하위직에도 엄청난 구조적 부패가 있음을 보여준데 대한 극한처방으로 평가된다. 공직사회의 총체적 부패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이같은 조치를 강구한데 대해 지나친 처사란 비판도 있을 수 있으나 공직사회의 자정효과가 나타날때까지는 불가피한 처방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내년부터 바로 모든 직종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리에 취약한 분야로지적되고 있는 세무.검찰.감사원부터 실시한다는 것도 재산등록에 따른 업무능력에 비춰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공직자의 입장에선 재산등록을 함으로써 하위직까지 억울한 의심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개운함도 생기겠지만 이토록 심한 조치엔 반발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양심적으로 공직을 수행해온 많은 하위직공직자들에겐 인천북구청의 세도때문에 번거롭고 가당찮은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데 불쾌감과 함께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온 도랑을 흐려놓는 미꾸라지같은 부패공직자를 가려내는 방법으로이보다 더 적절한 대안이 없는한 승복치 않을수 없을게다. 하위직의 부패가우리사회를 파멸로 몰고가는 현실이 확인된 이상 이를 거부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분위기로 보아 재산등록확대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해도 부작용이나 효과면에선 의문이 남는다. 박봉의 선량한 하위공직자들의 사기가 떨어져 이직사태가 생긴다든지 불만의 누적으로 현재보다 더 심한 복지부동을 몰고온다면 우려할만한 국가적 혼란도 생겨날수 있다. 어떻게든 선량하고 성실한 하위직공직자들이 이번 조치로 동요하지않도록 납득시키는 대책도 병행해야 할것이다. 그중에서도 하급직의 처우개선도 현실성있게검토돼야한다. 물론 부패문제가 나올때마다 공직자처우문제가 논의되는 것은사리에 맞지않지만 생계유지가 어려운 직급에 대해서만은 사회의 다른 직종과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마땅하다.

재산등록의 효과면에서도 이를 실사할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않는한 형식에불과할수 있다. 등록한다는 자체가 심리적 부담을 주기때문에 등록않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나 실사가 부실한 등록제도는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 이미국회의원등 고위공직자들의 경우가 이를 말해준다. 더욱이 재산의 위장분산등 교묘한 방법이 동원되면 등록은 별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나 공직부패의 근절없이 우리사회의 발전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 현실은 이같은 방법이라도 쓰지않을수 없게 만들었다. 다만 실효를 거두기위해선심도있는 보완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