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국회정치의 미학

근대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꽃피운 영국에는 아직도 왕제가 국가의 상징으로존재하고 있다. 귀족전용 백화점이 있고작위제도의 전통이 존속한다. 그러나일반 국민들은 그러한 제도의 존재자체나 그들에 대한 예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왜 그런가? 영국에서는 전시에 귀족의 자제들이 가장 먼저 전장에 나갔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그러기에 존경을 받고 또 그것을 긍지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가진자들 중의 일부는 지위를 동원해 국가적의무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일탈하고자한다. 그래서 국민 중의 일부는 권력이나 재력 등을 가진 자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며 나아가 그들의 잘못을 정치인이나 가진자들의 탓으로 돌리며 정당화하기도 한다.**사회봉사하는 자세로**

의회를 보자. 영국의회의 좌석수는 전체 의석의 2/3에 불과하다. 각료나 원로의원들은 앞에 앉고 소장의원들은 서거나 바닥에 종이를 깔고 앉는다. 누구도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여야가 마주 앉아 자유롭게 토론을 하며 진정국민을 위한 지혜를 짜낸다. 다른 의원에 대해 반드시{존경하는 영영영지역출신의원님}이라고 호칭을 함으로써 깎듯한 예우를 한다. 상임위원회가 전용회의장을 고집하지도 않고 의원사무실 역시 아주 협소하다. 많은 의원들이 버스나 도보로 등원하고 최소한의 보좌관을 둠으로써 경비를 절감한다. 세비가아닌 활동비가 고작이나 그것 역시 부의 축적수단이 아니다. 사회봉사를 위해 사재를 털어 넣고 험한 일에 솔선수범한다.

폭력, 야유, 퇴장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당리당략에 치우쳐 시간을 허비하다가 진정 민생이나 국익을 위한 안건들은 불과 몇분 안에 일괄처리하는 것이우리국회의 자화상이다. 업무활동의 원활을 기한다는 명목으로 고급차를 타고,신분을 이용해 개인의 영달을 꾀하고자 한다. 예외가 있기는 하나 비리에는여야가 없다. 스스로 품위를 손상시킴으로써 국민의 존경과 거리가 먼것이다.**물러나는 아름다움도**

존 스튜어트 밀은 하원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이기심을질타하며 그들의 각성을 촉구했으나 당당히 당선되었다. 그들은 정직한 후보자를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밀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물러나는 뒷모습의 아름다움을 택했던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입후보자와 유권자의 성숙된 정치의식을 본다.한 표를 위해 교언령색을 부리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오만과 사언을 일삼는다.건전한 정책이나 대안을 개발, 제시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것은 그 출발부터격화소양격이 되어버렸다. 고내로 수신재가를 치도의 근본으로 삼았건만 불행히도 우리는 정치선진국이 가지고 있는 그러한 정치문화를 가지지 못했다.자유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의 대가에 의해 성취되었다. 국왕이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하는가하면 망명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드롬의 말처럼[명예혁명 당시 영국의 의회는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하는 것 이외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의회의 독주는 국민이 막았다. 많은 정치선진국에서는 권력의 독주를 제어하는 제도상의 자동조절장치가 존재한다.

**최소한의 도덕성 요구**

정치인에게 성직자가 지닌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그들이 공인이기 때문이다. 분명 정치인은 국민의 존경을 받을 권리와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그러한 존경은 권위에 의해 지켜져야한다. 그것이 곧 정치의 미학이 아닐까.

지금 우리는 도덕성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엄청난 뇌물을 받고 부정을저지르는 정치인에서부터 상자의 아랫부분에 썩은 과일을 넣어 파는 촌부에이르기까지 부정에는 여야나 직업의 고하가 없다. 소위 {총체적 부패}의 세기말적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패한 민족은 살아 남았으되 부패한 민족은 결코 살아남지 못했다. 이것은 냉엄한 역사의 철칙이다. 그래서 환부를 치유하기 위한 개혁은 더욱 불가피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인이 솔선수범을 보일 때이다. 그러나 정치적 개혁은 당리당략이나 졸속, 편견이 아니라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근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굳이 속도를 따지자면 {보통빠르게} 정도가 적합하지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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