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승단 인색한 한국

어머니 나라의 청년을 낭군으로 맞은 중국의 여류프로기사 황염오단이 마침내어머니의 나라에서 바둑활동을 할 수 있게됐다.황오단은 아버지가 중국인이며 어머니가 조선족.몇 년 전부터 어머니 나라인 한국을 왔다갔다하면서 풍요로운 한국바둑계를 선망해왔는데, 어릴 적 점쟁이가 예언해준대로 올해 운수가 대길해훌륭한 신랑과 "좋은 물" 두가지를 모두 얻었다. 소원성취를 한 셈이다. "점"이란 것이 우습게 볼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그동한 한국기원에서는 황규수에게 과연 몇 단을 인정해 줄 것인가를 놓고 조금 망설였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가벼운 논란 끝에 이단을 인허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세계정상을 구가하고 있는 한국바둑계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어서 황규수(이제는 규수가 아니라 부인이 되었지만) 본인으로서는 "몇단"이냐에는 전혀 마음을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서운한 느낌이 아주 없지는 않으리라 여겨진다.

한국기원이 그렇게 "단"에 인색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단의 권위가 추상같던 옛날이라면 또 모르지만 요즘 단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데가 어디 있는가. 황규수는 객관적으로 오단을 인허받아도 충분한 실력이다.중국에 있을때에는 중국 여류의 최고봉인 예내위 구단이나 공상명 팔단 등과 호각의 승부를 보였다고 하니 말이다.그런 실력에도 불구하고 굳이 물설고 낯선 어머니의 나라에서바둑활동을 하고자 했던 것은 어머니가 조선족인 관계로 신분향상에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전 일본의 경우 외국인에게는 무조건 삼단이하로 인정하는 예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어떤 "판례"로 참고할 것은 없다. 물론 한국기원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황규수에게 인심좋게 오단을 인허할 경우 그동안20년이상을 초단으로 머물고 있는 우리의 조영숙초단 같은 사람은 너무 억울하다. 조초단은 남자 기사들과 똑같은 조건 아래에서 기전에 참가했고 승단대회에출전했다.게다가 최근까지도 우리의 승단대회는 일본보다 그 승단규정이 까다롭고 어려웠다.그에 비해 중국의 단은 승단대회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증국위기협회)에서 "너는 이제부터 몇 단이다"한는 식으로 수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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