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지역경제의 선진화

대구지역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처방들이 제시되고 있다.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을 가능케 하는 섬유산업의 고도화, 섬유산업 일변도의 탈피, 새로운 첨단산업의 육성, 산업행정.금융.무역.정보등 경제의 중추관리기능의 강화,단순임가공형 하청생산구조의 개선, 국제공항과 무역센터의 건설, 지역인재양성 등등. 한결같이 지당한 처방들이지만 너무나 막연하고 구체성이 없다.몸이 허하니 보혈강장제를 먹으라는 처방과 다를바 없다. 허약한 지역경제를체질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낙후된 사회문화**도대체 왜 여태껏 부가가치가 높은 섬유제품을 만들지 못했는가? 무엇때문에하청생산구조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가? 첨단산업은 왜 육성되지 못했던가?중추관리기능은 왜 없는가? 인재 양성이 제대로 안되는 까닭은 무엇인가?그 구체적인 원인들은 지역의 경제, 정치, 법률, 사회문화등 여러 측면에서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지역의 낙후된 사회문화, 다시말해서 낙후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빈약한 예술문화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면 무엇보다 이 지역의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높은 수준의 창조적 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적 노동은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기획할 수 있는 노동이다. 창조적 노동은 어떻게 창출되는가? 그것은 수준높은 교육과 문화활동을 통해서 진취적 기상과비판적 사고, 예술적 감각과 문학적 상상력을 갖출 때 가능할 것이다. 노동하는 인간에게 개성과 자율성, 비판정신, 그리고 미적 감각이 갖추어져 있을때 가능하다.

지역 섬유산업의 가장 낙후된 부문은 디자인과 염색부문으로 알려져 있다.높은 수준의 디자인 기술과 염색기술은 창조적 노동을 창출하는 높은 수준의교육과 예술문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높은 예술문화를 자랑하는 이태리와 프랑스가 세계 섬유산업을 주도하는 것을 보라. 생산방식과 제품의 개선이나 혁신은 낡은 방식에 대한 비판의식과 발상의 전환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개성과 자율성이 억압된 기업문화속에서는 컴퓨터 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이 발전할수 없다. 근로자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세계 컴퓨터 산업을 제패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창조적 노동의 필요**

결국 생산방식을 혁신하려면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달라지려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세계가 달라져야 한다. 생활세계가 바뀌려면 교육과 사회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지역경제 선진화의 핵심적 실마리는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경제가 선진화하려면 교육과 문화가 선진화되어야 한다.

우리지역의 사회문화는 어떠한가? 낡은 것에 집착하여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성, 외부의 선진적인 것을 배척하는 강한 폐쇄성, 다양성을 배제하는 획일적사고, 비판과 토론을 봉쇄하는 군사문화, 경상도 사나이 기질로 미화되는 거칠고 무딘 감각, 지나친 권력추구 욕구의 뒤안에 자리잡고 있는 메마른 정서와 빈약한 상상력, 근로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권위주의적 기업문화, 빈약한 예술문화, 하늘의 절반을 받들고 경제활동의 절반을 담당하고있는 여성에 대한 격심한 차별과 억압 등등.

**사고방식 바꿀때**

이러한 부정적 사회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지역경제의 선진화는 기대하기어려울 것이다. 참여와 창의를 통해 새로운 경제발전 메커니즘을 창출하여지역경제를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문화 형성을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바꾸려는 새로운 시민문화운동이 일어나야한다. 다행하게도 대구는 학문의 도시, 교육도시이고 배후지인 경북에는 경주의 신라문화, 안동의 조선문화등 격조높은 예술문화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문화와 예술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면서 21세기가 요구하는선진적 사회문화를 창달해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에 대한 문화적 접근}이란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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