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기종전기여 역사적 사건 주장에

미국 우정공사가 제2차대전 승전50주년을 맞는 내년에 발행할 기념우표시리즈에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도안을 확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내에 논란이일고있다.미국의 제2차대전 관련 기념우표 시리즈는 개전50주년이었던 지난 91년부터발행해온 것으로 내년에는 종전시리즈로 2월의 류황도전투를 비롯, 3월 마닐라탈환, 4-6월 충승전투, 그리고 8월 원폭투하등 역사적인 장면을 담은 발행계획을 확정, 도안이 공개됐다.

일본정부와 일각에서 반발하는 것은 시리즈 가운데 히로시마(광도)와 나가사키(장기)에의 원폭투하를 보여주는 {버섯구름}우표로 특히 설명문에 {B29가투하한 원폭이 8월6일 히로시마, 9일에는 나가사키를 파괴했다}며 {원폭이 전쟁종결을 앞당겼다}고 밝히고 있는점 때문이다.

이와관련 2일 무라야마(촌산부시)총리가 [일본 국민의 감정에 거슬리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한데 이어 고노(하야양평)부총리겸 외상은 미국측에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가라시(오시남광삼)관방장관도 [원폭투하로 30만명이 죽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후유증에 시달리는 아픔을 건드리는 것]이라는등 정부관계자들이 줄줄이 불만을 표시하고 나왔다.

또 {당사자}라고 볼수 있는 히로시마의 히라오카(평강경)시장이 [원폭사용이정당하다는 인식에 연결되는 것]이라고 발끈했고, 혼시마(본도등) 나가사키시장도 [생각이 모자란 것으로 유감]이라고 항의성명을 냈다. 외무성 테라다(사전휘개)보도관만이 [조기종전기여 견해도 있을수 있다]고 토로했다가 곧바로 [정부판단은 삼가겠다]고 서둘러 주워담는 해프닝을 벌였을 뿐이다.결국 일본측의 반발은 과거의 상처를 건드린다는 것과 원폭사용 정당화에 대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일본측 태도에 대해 미국정부는 아직 반응이 없지만 발행당국인 우정공사측은 [우표에 실을 도안 선택은 국방성과 국무성등의 역사가들과 상담한 것]이라며 [원폭사용이라는 역사적 중요사건을 제외한다면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폭투하에 관한 미국과 일본간의 신경전은 최근 미스미소니언박물관의 원폭투하에 사용된 B29 {에놀라게이호}를 전시하는 문제로도 한바탕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다. 당초 원폭투하로 일본사람들이 다수 희생.고통을 겪었다고 {피해}를 강조하는 설명을 달았다가 미국내 참전예비역들의 반발로 일본의 도발과 침략에 대한 {응징}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버섯구름 논쟁도 결국은 {응징과 피해}의 인식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역사는 사실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더욱이 규명된과오는 영원히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점일 것이다. 일본인들의 말대로 인류파멸을 부르는 원폭사용이 결코 정당화 될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들의 군국주의침략과 도발전력을 망각해가면서 피해만을 기억하는 일본인들의 {과거선별망각증}도 확실히 고쳐져야할 중병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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