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외무-류외교수석 {궁합}은...

외무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개각때마다 둘간의 역학관계와 업무조화문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골 메뉴다.외무장관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정책부서의 장이라면,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의 외교구상을 지근거리에서 가다듬고 보좌하는 역할을한다.

외교정책에 관한 한 외무장관이 주도적일 수 밖에 없음은 엄연한 사실이지만대통령의 생각에 미치는 외교안보수석의 영향력이 결코 만만치 않아 서로가긴장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가 외교정책에서 전권을 휘둘렀던 3공에서 6공에 이르는 군사통치 시절에는 외무장관이 허수아비로 전락했던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의 뜻}이라는 미명아래 외교&안보및 통일정책을 떡주므르듯 해왔던 게 엇그제의 일이기도 하다.

문민정부 들어서는 종전처럼 외교안보수석이 전횡을 하지는 않았지만 학자출신인 한승주 전외무장관과 정종욱 전외교안부수석간에 잦은 마찰과 불협화음으로 외교정책의 혼선을 노출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신임 공노명외무장관과 류종하외교안보수석의 관계가 어떻게펼쳐질 지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외교가에서는 이들 두사람의 관계가 전임 한-정관계에 비해 적어도 겉으로는 뚜렷한 불협화음을 드러낼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둘다 직업 외무관료 출신인데다 30여년을 함께 생활하면서 무엇보다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이기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다.또 직업관료로서 보수성향이 강해 대북시각등에서 차이가 없는데다 외교관선후배인 만큼 갈등의 소지는 그만큼 적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기본적 사고의 차이에서 오는 불협화음은 없을 것이고 둘사이는 외교관 선후배로서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며 [종전처럼 외무장관이 한마디하면 외교안보수석이 곧바로 대드는 그런 해프닝은 벌어지지 않을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장관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듯 26일 취임회견에서 유난히 외교안보팀의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공장관은 [류수석은 오랜 동료로서 일이 있으면 항상 전화를 들고 얘기하는사이]라면서 [독주하는 외무부가 돼서는 안되고 외교안보팀의 틀안에서 팀플레이를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호흡}을 강조했다.

류수석도 청와대 기자들과 만나 [외교안보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는데 있어각자 서있는 위치만 다를 뿐 문제해결의 기본자세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외교 안보정책에 혼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내 일각에서는 두사람 사이의 조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단적인 예로 25일 공장관 귀국때와, 26일 새벽 류수석 귀국때 공항에 마중나온 외무부 인사들의 수가 너무 차이가 난 것을 들고 있다.장관 귀국때는 {쓸데없이 나오지 말라}는 공장관 주문이 있었다고 하지만차관과 공보관등 몇몇 사람만 나갔으나 류수석 귀국에는 무려 30명 가량이 마중을 나가 류수석이 외무부내 실세임을 과시한 셈이다.

부내에서 공장관은 집착력과 협상력이 뛰어난 실무형 인사로 평가되는 반면,류수석은 외무관료 답지 않게 추진력과 돌파력이 좋고 정치지향적인 것으로알려져 있다.

더욱이 {12.23 개각}때 공장관에 이어 류수석도 외무장관을 놓고 열심히 뛰었다는 풍문을 감안할 때 둘 사이에 경쟁심이 꽤 내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

류수석의 청와대 입성을 위한 노력에 빗대어 [한 우물을 파더니 결국 해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둘간의 관계도 생각만큼 순조롭지만은 않을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이 공장관과 류수석 모두 직업관료를 발탁한 것 자체가대외정책에서 팀웍을 강조하는 것임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장 표면상 불협화음은 없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장관이 아주통이고 류수석이 미주통임을 잘 활용할 경우 의외로 서로의장점을 보완해 가면서 콤비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

외무부 사상 처음으로 외무관료 출신이 외무장관과 외교안보수석을 맡은지금 두 사람이 얼마나 보조를 맞춰가면서 김대통령 정부의 집권 중반기 외교과제를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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