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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국정감사(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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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묻는 이의 근본적인 의도 또한 확고부동한 답을 얻어내는 데 있는 것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나마 상대편을 당황하게 하는 즐거움과 그들의권위를 그렇게 한번 세워보는 것 뿐일 것일지도 모른다.묻는 이도, 답하는 이도 바로 그런 것이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실이라는 걸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다. 말하자면 그답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어물쩍 넘겨만 주면 그것으로 충분한 답이 된다는데, 잘 길들여진 사람들이기 때문이 다.

그러나 비록 질의의 의도는 그렇더라도 외형상으로는 그런 표를 낼 수가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윤지사는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저자세와겸손한 몸짓으로 골똘한 상념에 잠기는 듯한 흉내를 내었다.그 가운데서 대답이 가능할 만한 두 세가지를 제외하곤 나머지 부분은, 결국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어물쩍 넘기고 말았다.

"…그 기간중 중앙부처에서 여러분들의 손님들이 다녀간 것은 사실입니 다.그러나 저로서는 아직 그 일을 선거운동과 관련시켜 생각해 본 일은 없습 니다. 모든 분이 업무적으로 찾은 줄로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S읍의운동장 건설문제도 1군 1개소의 원칙이란 국민 생활체육 진흥책에 따라 세워지 는 것이지, 어떤 특정 정당의 선거선심용으로 서둘러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지적하신 문제도…"

윤지사는 결국 지사로서의 가장 전형적이고 관례적인 답안을 내 놓았다.이상한 것은 어물쩍 받아넘긴 그 답안이 지극히 피상적이고 형식적이란 걸알면서도 더 이상 추궁하지를 않고, 기다리던 모범적인 답인 양 쉽게 인정해준 데에 있었다. 거기엔 여야가 없었다. 더 뒷말이 없는 것으로 봐 그것을상당히 인정해 주는 모양 같았다. 참으로 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디지털 벽시계는 어느 틈에 오후 6시40분을 써놓고 있었다. 예정된 감사종료시간은 일과 마감시간인 5시 정각이다. 밖으로는 어둠이 묻기 시작했다.앞으로 수감시간이 얼마나 더 소요될런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다만, 지금 주고받는 질의가 대부분 명분이 뚜렷한 정책질의가 아니고 산발적인 자기과시와 인기성 질문이라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 예상밖으로 쉽게끝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란 것만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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