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 국정감사 (24)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짐작일 따름이지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감사 시작때부터 계속해서 주로 녹음일에만 매달리고 있던 진계장은, 그 일을 밑에 직원에게 맡기고 총무과장을 찾았다. 곧 감사장 모퉁이를 지키고 있던 총무과장이 밖으로 나왔다."과장님, 제 생각으론 곧 끝나지 싶은데 저걸 미리 차에 실어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계장이, 혹 실수라도 할까봐 조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저것이라는 건 감사위원들에게 줄 선물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디다 뒀지?"

"비서실에 보관해 놨습니다"

"나랑 같이 한번 가볼까?"

둘은 감사장을 빠져나와 본관 2층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비서실로 갔다.진계장이 눈치를 주자 여직원이 칸막이 뒤쪽에다 보관해두었던 봉투 묶음을내놓았다. 백상지로 만든 얄팍한 봉투인데 한장한장 단정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총무과장이 그중 하나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보았다.

'자승자강자지자명'

창호지 반장크기의 길이로 쓴 예서체의 글씨다.

운석이라는 아호를 가진 서예가의 글로 남도에서는 알아주는 글씨이다. 국전초기에 대상을 받은 사람이다.

봉투속에는, 글씨외에도 잡다한 약력이 적힌 필자의 명함, 글씨의 뜻을 설명한 메모지, 표구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정도의 우편 소액환 한장도 들어 있었다.

"내용은 모두 똑같다 그랬었지?"

"아닙니다. 두 종류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그럽디다""그 양반들이 봐서 기분나쁜 내용은 아닐지 모르겠다"

"풀이 해놓은 거 보시면 알거 아닙니까. 가정 응접실에 걸어놓으면 무난하답니다. 저희들은 좀 쉽게 얻어낸 것이지만, 지금 이 어른 글 하나 받아내자면돈도 제법 들어가는 모양입디다. 중앙부처 영빈관 같은데도 이분 병풍이 더러 놓여있다 그러던데요"

"응, 나도 듣긴 들었잖어. 작년에는 어떤 걸 했다 그랬었나?"총무과장으로 오기 전, 작년 이맘때 그는 바닷가 쪽 도시의 시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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