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57)

"시우야, 놀러 가자구. 밖에 차 있어"미미가 말한다. 미미는 흰 운동모를 쓰고 있다. 빨간 창에 빨간 줄이 그어진운동모다. 흰 점퍼에 검정 쫄쫄이 바지(스팬 댁스)를 입었다."꽃집 처녀구먼. 안녕하십네까"

연변댁이 미미에게 인사를 한다.

"새로온 아주머니시군. 중국 교포신가봐요"

"네, 그렇습네다"

"시우야, 가자구. 인희엄마 없잖아. 새마음백화점 쪽으로 걸어가는 걸 봤어.빨간색 코트라 금방 눈에 띄더라"

미미가 내 팔을 잡아끈다. 나는 따라 일어선다. 인희엄마의 화난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미미를 보고 머리를 흔든다.

"총각, 바람 쐬구 와요. 더러 바깥 세상 구경도 해야지요. 식당에서만 늘 지내는데 갑갑하잖습네까"

연변댁이 말한다. 안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진다. 인희가 텔레비젼의 코미디를보고있다. 나는 소리만 듣고도 무슨 프로인지 안다.

"아주머니가 허락했잖아. 나오래두. 저치 치사해서 너라도 끼어야겠어"미미가 내팔을 잡아끈다. 나는 미미에게 끌려 식당을 나선다. 빨간 승용차가서있다. 운전석에 헌규가 앉아있다. 그는 동그란 색안경을 끼고 있다. 모자를 쓰지 않았다. 열린 창문에 팔을 걸치고 있다. 미미가 뒷좌석 문을 연다.미미가 나를 밀어 넣는다. 내 옆자리에 앉는다.

"엇쭈, 미미 너 거기 앉을테야?"

헌규가 볼멘소리로 말한다.

"왜 어때? 운전수는 차나 몰아"

인희가 뛰어나온다.

"미미언니, 나도 태워줘"

"쬐그만게 어디 끼일려구"

"시우오빠, 내 엄마한테 이를테야. 미미 언니하고 갔다구"

"쥐만 한게 발랑 까져선. 그래, 일러라. 호텔 들어가는 것 봤다구"차가 흥부식당 앞을 떠난다. 일요일이라 길이 훤하다. 창을 통해 볕이 다사롭다. 차는 큰길로 돌아나간다.

"어디로 가?"

헌규가 묻는다.

"시외로 쭉 뽑아봐"

미미가 대답한다.

"미미, 난 너의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어. 이게 무슨 꼴이야. 멍청이까지 싣구 교외로 빠지자니"

"너가 이해 못하는게 나하구 무슨 상관이야? 나는 난데. 너가 내 인생에 뭐게"

헌규는 말이 없다. 라디오 스위치를 누른다. 록음악이 쏟아진다. 볼륨이 너무 높다. 귀가 따갑다. 미미가 내게 마늘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차가 큰 길을 빠르게 달린다. 네거리 신호가 빨간등으로 바뀐다. 차는 그냥 내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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