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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실리챙기기'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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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여당의 합동의원단이 오는 16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고우리정부가 이에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한·일간에 미묘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특히 일 연정대표단의 방북은 대북 수교교섭을 앞두고 대화환경을 조성하기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방북은 지난 2월 중순께 북한 김용순노동당비서의 측근과 일외무성의간부가 은밀히 만나 교섭재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북한측이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발족된뒤 집권당의 대표단을 파견해줄것을 일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북·일 수교교섭도 다시 시작해보자'는 제스처를 곁들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같은 제의를 즉각 받아들였다. 지난 9일 열린 연립여당내 한 모임에서 일부 의원들이 대북 수교교섭 재개를 주장하더니 다음날인 10일 자민당수뇌부가 모여 와타나베 미치오 전외상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 파견을 결정한것이다.

일본이 이처럼 발빠르게 북한의 손짓에 선뜻 호응한 것은 시기적으로 제네바핵합의이후 한반도 주변상황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데다 최근 KEDO가 공식발족된 것등과도 연관돼 있다는 관측들이다.

즉, 제네바합의를 계기로 미국이 북한과 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하는등 본격적인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도 대북진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위해 신속한 대처에 나선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

연정대표단의 파견이유를 보면 일본측의 계산을 읽어낼 수있다. 모리 요시로자민당 간사장은 "KEDO가 일단 출범했고 일본은 여기에 1천억엔의 자금을 내는데 상대방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정부가 수교협상을 재개할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의무가 여당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이러한 언급은 다시말해 대북경수로 자금을 내는 대가로 수교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향후 북한과의 수교협상에 대비, 어차피 거론될일제강점의배상문제를 경수로 지원과 묶어 처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것.

또 북한이 일본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일수교교섭을 미국에대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속셈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식량난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한 북한에게 일본의 존재는 언젠가는열어야할 '보물상자'나 다름없다는 점도 생각할 수있다.

앞으로 협상을 해봐야 하겠지만 배상금외에 약 20조원이 넘는 조총련 공유재산가운데 적어도 10조원 정도는 북한이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북한이 대일교섭에 들어가면 그동안 걸림돌이 돼온 '전후배상금'문제에 대해 상당히 완화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물론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철저히 한국을 배제하려 할게 분명하다. 북한은미국과 접촉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일교섭에 있어서도 한국을 철저히 소외시킬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일 연정대표단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일간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단시일내에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무엇보다 양측의 입장이 수교교섭이 결렬된 지난 92년 11월 제8차회담때와비교할때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 따라서 아직까지 일본 외무성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일본은 앞날이 불투명한 북한과의 접촉으로 인해 한국과의 우호관계에 금이가는 것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그간의 수교교섭에서 보듯 북한이란 껄끄러운 상대로부터 당장 얻어낼게 없는 상황에서 미·일의 입장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여러 정황들을 고려해 적절하게 대응하면서도 시기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KEDO 설립과 대북경수로 공급협정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 점을 일본측에 환기시키겠다는 것이다.김하중외무부아태국장이 일 대표단의 방북이 현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일본측에 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즉 이번에 방북하는 대표단은 정부 대표단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에 제동을 걸수는 없지만 주변상황을 폭넓게 고려, 연기를 검토해보라는 메시지나다름없다.

특히 한국형 경수로를 완강히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에 비추어 대북경수로 공급자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본측이 자칫 북한에 말려들 우려가 없지않다는 뜻이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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