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WTO 차장국의 부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레만호반은 언제나 나그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봄이면 온갖 초목들의 싱그러움이 있고 여름이면 각국에서 몰려든 요트족들이 젊음을 내뿜으며 가을이면 저멀리 융프라우와 몽블랑의 만년설이 형형색색의 단풍에 어우러져 자연의 신비를 자랑하고 겨울이면 그믐밤에도 눈이 부신아름다운 설경이 있기때문이다.바로 그 레만호반에 자리한 세계무역기구(WTO)사무차장에 김철수대사가 선임됐다는 소식이다.

주변에서 '최선의 차선'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본인 역시 급장선거에 출마했다가 담임 선생이 다른 학생의 손을 들어줘 부급장을 맡은 꼴이돼 멋쩍겠지만 일단은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한국인이 국제기구에서 그렇게 높은 고위직에 올라본 적이 없고 WTO직원 1백90여명중 우리나라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서가 아니다. 무역전쟁시대에 사령실이라 할 수 있는 WTO에 김대사가 일할 경우 정보수집은 물론 우리의 국익에 적잖은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김대사의 WTO차장수락을 놓고 워싱턴 외교가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짐을 지게되었다는 시각이다.

'아무리 미국과 특수관계라 하지만 WTO사무총장을 노리는 무역강국을 자처한한국이 언제까지 워싱턴의 눈치만 볼 것인가'하는 것과 일본등 한국을 지지한 나라들에게 사무차장직을 양보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미국은 본래 무역문제만큼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과 앙숙이었고 이탈리아 루지에로후보도 기피인물로 매도했었다. 그런데도 미국이 돌연같은 통산장관 출신인 루지에로는 총장, 김대사는 차장으로 손을 들어준 데대해 한국이 선뜻 응한 것은 너무 눈앞의 이익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이름뿐인 차장직을 고사하거나 김대사보다 격이 낮은 인물을 추천하는 게모양이 좋았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차장자리때문에 '개방'만 늘려야 하는 또다른 대가를 치러야 하는게 아닌지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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