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희망찬 봄이라고 명명한 숱한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지금 나는 왜 이렇게 억울하고 분노스러울까. 이것은 분명 나와 너희들만이 공유하는 감정이라생각하니 더 울화가 치미는구나.누가 그어 놓은 선이기에 너희들에게 그렇게실패와 좌절,수모,부끄러움을 맛보게 하였단 말인가…한없이 원망스럽구나…"대구 배영여고 박정자교장이 학교내 작은 신문에 쓴 '딸에게 주는 글'의 일부이다.이 학교는 소위 희망학군 고등학교. 중학교 때 성적이 뒤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흔히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기 쉬운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고교이다. 올해 경우대구시내 여고 신입생 입학성적이 일반 인문계는최저 1백45점 이상이었던데비해 이 학교는 최고가 1백45점 미만이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같이 학교 성적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금을 긋는다는 것이얼마나 위험하고 나쁜 것인지 모릅니다. 결국에는 정서까지 불안정한 반항적문제아로 만드는 것이지요". 박교장이 사회의 잘못된 시각을 우려하고 한스러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조건이 열악한 배영여고에서 올해 4년제 대학에만 1백44명이 합격했고,전문대에도 2백80여명이 입학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전체 졸업생이 4백57명이었으니, 30여명을 제외하고는 모두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비진학 30여명 중 13명은 취업, 학교측 통계로는 진학 희망자는 사실상 거의 전원 대학에 들어간셈인 것이다.
박교장을 비롯 교사들은 대학 합격자를 많이 낸 것도 자랑스럽지만, 학생들이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점을 더 반가워했다. "93년엔 27명, 94년엔 35명이 4년제 대학에 들어갔었지요. 그러다 올해 1백44명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더욱이올해는 효성가톨릭대 학과 수석까지 나왔습니다. 이젠 학생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입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90년도부터였다고 했다. 학력이 낮은 점을 감안, 고교이면서도 중학교 과정의 영어-수학 기본과정 학습지도를 시도, 학생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또 이들 학생에게 무엇보다 애정 나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 교사들에게 상담 기법을 연수시켜 학기당 학생별로 10회 이상 상담을 하도록 했다고도 했다. 여기에 '한번 해보자'는 교사들의 적극성과 결석자가 거의 한명도 없을 정도까지 된 학생들의 신바람이 합쳐졌다는 것이다.박종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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