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시인의 시집 '봄의 설법'(창작과 비평사)에는 질박한 인간애의 향기가 5월의 꽃향기보다도 더 진하게 배어있다. 그것은 삭막한 일상을 반복하는오늘의 도시인들에게 삶과 생명의 원천을 반추하도록 하는 촉매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득하게 잊고 있었던 고향의 언어들을 다시 만나는 잔잔한 설레임! 이설레임은 그 어떤 메시지보다도 진지하게 시적인 감동으로 전해온다.이 시집에 담긴 대부분의 시편은 이동순시인이 새알산이 있는 경산 고죽 마을에서 농촌의 현실을 맞대면하면서 그곳의 삶과 인정을 담은 것들이다. 그는고죽 마을을 텃밭으로 삼아 새로운 시세계를 열고 있다. 그 텃밭에서 인간애와생명력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추스린다. 이제 그는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비록 고죽이 그가 태어난 바로 그곳은 아니지만,그리고 농촌의 현실을 직접체험하면서 그곳의 모든 것을 무한한 애정으로 감싸안는다. 그러기에 격앙된언어보다는 진정된 언어가 소용되는 것이다.이동순의 시법은 절제와 균형이 전제된 자연스러움이다. 그의 시적 화법이이를 잘 말해준다. 특이한 방법이나 기법을 동원하여 낯설음의 충격을 가하기보다는 대상과 사실을 포착한대로 언어의 자연스러운 통로를 따라 흘려보낸다.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고 무봉(무봉)의 완숙함을 보인다. 삶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드러내기 위해 현대문명의 병리적인 징후들을 대비시키지 않는다. 농촌현실의 어려움을 표나게 말하려는 조급함을 보이지 않는다. 현상의 있음을 드러낼뿐 거기에 시인의 감정이나 판단을 섣불리 부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귀거래사나 전원시의 여유와 방관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긴장을 유지한다. 결구에 집약되는 시심의 응축이 바로 그것이다.
이동순의 시는 이제 언어 이전에 시인의 생생한 호흡으로 읽힌다. 이는 그의시가 더 큰 삶의 실천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고죽에 시의 뿌리를 내린 그의 시세계가 여기서만 안주하지 말고 더욱 확대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신재기
〈문학평론가.경북산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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