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교육개혁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유년교육에서 부터 전문대학원에 이르는 방대한 교육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혁신적인 교육안입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러한 획기적인 교육안들이 없었던 것은아닙니다. 지난 1949년에 교육법이 제정, 선포된 이후 이제까지 36차례에 걸쳐교육안이 개정되어 왔고 대학입시 제도만 하더라도 11차례나 변화 혹은 변질을겪어왔습니다. 특히 1980년에는 국보위에서 막강한 정치권력을 배경삼아 정치혁명에 준하는 교육혁명을 추진하여 '신교육'의 개혁안과 같은 유의 본고사 폐지, 과외수업 전면금지,교육세 신설 등을 선포하고 대학졸업정원제까지도 강행했었습니다. 그러나 변하는 정권과 변하는 정책, 그리고 그 틀에서 생겨나는각종 형태의 교육비리, 대학의 정치화와 그에 따른 소요, 군소집단 이기주의및 대입한탕주의 등이 우리에게 남겨준 결과는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이라기 보다는 우려와 실망의 색채가 더 짙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앞에 펼쳐진 신교육의 개혁정신과 본질은 더이상 선거나 정권에 따라 변질되지 않기를바라고 곧 잇따를 신교육을 위한 행정절차나 그 시행규정들을 가슴설레며 기다립니다.**교육철학의 부재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슴설레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허전한 느낌도 듭니다. 그 이유는 신교육이라는 거대한 기념비적 건축물의 주춧돌이요 골격이 되어야 할 교육철학적인 철근이 구조물에서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없기 때문입니다. 광복 50주년에 때맞추어 발표된 신교육개혁안을 맞으면서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실시해 온 교육과 연마해온 학문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난 50년동안 우리가 추구해온 교육과 학문의 방법 그리고 그 목적은 한국학의 영역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있어서 외국지향적이었기 때문입니다.6·3·3·4의 교육제도에서부터 대학의 조·부·정교수 직위제도까지, 유치원 교육을 범람하는 몬테소리 교육방법에서부터 박사학위 과정에서의 연구방법까지, 또 초·중등 교육과정과 내용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있어서의 심오한 학술이론에 이르기까지 소위선진 외국의 학설과 모형을따르지 않은 것이 없는 상태가 현실입니다. 역사적으로 뿌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사대주의적 외국의존성향에 따라 아직까지도 외국대학, 외국학설, 외국학위를 선호할 뿐만 아니라 맹신하듯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광복 50주년을 맞아 신교육입국을 목적으로 준비된 교육개혁안에는 단순히 국제 경쟁을 감당할 수 있는 기능인, 기술자 교육이나 국민 모두에게 주어지는 열린 대학 교육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철학의 원동력이 되는'한국학자'의 출현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 '한국학자'는 한국학에 종사하는 학자라는 뜻이 아니고 한국이 한국에서 생산해낼 수 있는 세계적인 학자를 지칭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교육을 지배하고 그 나름대로 발전시켜 온 학자들은 대부분이 외국의 교육과 학문을 답습하고 모방하며 최고의경지에서는 외국학문의 근사한 복제판을 만들어 내고최악의 상태에서는 외국학문의 조잡한 위조판을 만들어 내는 외국 유학생 학자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오늘날 우리가 육성해야 할 한국학자는 외국 대학의교육과 외국 학문의 학설에서부터 해방될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학자,한국에서 교육받았으나 세계적인 안목으로 성장한 학자, 동시에 국제학문 세계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학자입니다. 좁게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환경과 생태계적 환경, 그늘진 이웃에 대한 인륜적인 책임을 느끼고 사고하며 행동하는학자이고, 넓게는 인류의 학문적인 진로와학자의 역할에 대해 선구자적인 책임을 다하는 학자입니다.
**한국학자 길러내자
지나간 기간동안 우리를 교육시켜 주었고 우리에게 학문의 길을 제공해준 외국학문과 학자들을 향한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은 우리가 오래 기억하여야할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방 제2반세기로 접어드는 오늘 이곳에서 기성 교육개혁자들이 할 수 있고 또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외국학문을 최대한 답습, 첨단과학분야와 경제 생산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육성, 강화하거나 대학입학 또는 과외수업 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 뿐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더욱 중요하게 한국을 위해 항구적인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한국학자들을배출해 내는 것입니다. '한국'이라는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가치가 보전되어야 한다면 그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뛰어난 한국학자들이 필수불가결하고,따라서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한국의 신교육은 그러한 한국학자들을 길러내어야 합니다.
신교육의 교육개혁안에 한국학자의 육성이라는 목표지향적이고 가치형성적인국가의 교육의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학문의 은하계에 우리의 찬란한 별들이 아직 없었을 지라도 한국학문의 동녘으로21세기의 세계를 인도할 우리의 등잔불은 우리 스스로가 지금 준비하고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명대학교 총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