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 전범에 대한 재판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열려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 84세의 백러시아 태생인 영국시민 시지몬 세라피노비츠씨가그 주인공. 2차 세계대전중 유태인 4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 13일 법정에 섰다. 세라피노비츠씨는 전쟁후 영국으로 이민와 현재 서레이지방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으로 40여년전에 저지른 전쟁범죄로 영국의 첫기소자가 되었다.법정에 공개된 그의 범죄내용은 모두 4건. 지난 41년 10월27일 독일점령지였던 투렛지방에서 유태인 살해, 그해 11월4일 같은 마을에서 또다른 유태인살해, 11월9일 미르지방에서의 유태인 살해, 12월31일 에서 이듬해 3월1일사이 크라이니젠 지방의 유태인 1명 살해 등 이는 모두 전쟁중에 일어날 수있는 일로 평상시의 살인과는 물론 다른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다음 재판을 오는 10월5일에 열기로 하고 세라피노비츠씨는 일단 보석으로 풀려났다. 단지 영국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조건에다 만약 주거지 이동이 있을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단서를 두었다.그의 변호사인 니콜라스 바우어스씨는 "세라피노비츠씨는 완전히 무죄이며이를 위한 완져한 변론이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고 "그가 45년 이민온 후영국시민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2년전부터 자신의 전쟁범죄가 드러나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이에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아온 것으로알려진 세라피노비츠씨는 이번 재판결과 이후 완전히 과거를 청산하고 여생을 편안히 살고 싶어한다고 그의 변호사는 밝혔다.
이번 사건은 반세기 이전의 역사적 사건을 청산하는 문제와 함께 범죄당시영국시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이들을 재판할 수 있느냐 하는 해석의 문제가 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영국으로 이민온 많은 사람들은 공산주의나 파시즘을 피해 온 것으로 여겼으며 이들이 전쟁범죄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영국에서처음으로 전쟁범으로 간주되어 영국정부가 이에대한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86년 나치추적기관이 17명의 전쟁범 리스트를 당시 내무장관인 다글러스 허드씨에게 전달하면서 부터이다.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허드장관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토록 했으나 영국법체계상 처벌이 어려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대처 수상시절 전범의 조사와 처리에 대한 압력을 받다가 마침내 91년 '전쟁범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법은 2차세계대전 중 외국에서 범죄를저지른 사람들을 기소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으며 당시 영국시민이 아니더라도 이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따라서 세라피노비츠씨는 91년 통과된 법에 첫대상자가 된 것이며 전후영국으로 이민온 많은 사람들도 세라피노비츠씨와 같은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현재 전쟁범 14건을 은밀히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세라피노비츠씨 사건은 전쟁범법자에 대한 처리를 반세기가 지난 지금 어떻게 종결하느냐 하는 문제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런던·박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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