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슬픈 대구 공연장 풍경

나는 공연장 로비에서 사람들이 입장하는 것을 본다. 슬리퍼를 신고 들어와 마음껏 떠든다. 어떤 이는 유모차를 끌고 들어온다. 문예회관 공무원들은 아무말 없이 통과시켜준다. 기계를 돌리는 영화관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공연시간은 이미 10여분 지났다. 그래도 관객은 들어온다. 입장할 수 없다는 극단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그들은 자꾸 밀고 들어온다. 언젠가 달구벌축제기간중 시민회관에서 국립극단이 공연했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공연이시작돼도 관객들이 자꾸 입장해 극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참다못해 국립극단 단장으로 일흔이 넘은 백성희단장이 극장문을 잠그러 돌아다녔다. 그러자 누가 "할머니는 누군데 문을 잠궈요?"라고 따지듯 물었다. 50년 넘게무대를 지켜온 이 노배우는 할 말을 잊었다. 그들은 공연중에 시민회관에서퇴근하는 공무원들이었다.

이번 광복 50주년기념연극공연당시 문예회관도 마찬가지였다. 대구 공연장은 시 공무원중 퇴직때가 되가는 나이든 공무원들이 놀기 삼아 배치되는곳인가. 산뜻하게 진행을 도와줄 젊은 진행요원은 하나도 없다. 공무원들은공연 진행에는 관심없이 떠들고 장난을 친다. 공연중에도.

서울의 예를 든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할 수 없다. 서울의 대형 공연장에는 공연의 외부진행을 전임하는 로비 매니저가 있다. 공연시간, 관객들의 태도, 출입문 통제, 공연중의 소란등. 그는 단정하게 옷을 갖춰입은 직원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공연에 어려움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공연장안에서도 안내 요원들은 관객이 공연중 과자를 먹거나 이야기를 하면 살그머니 다가와 통제한다. 모두가 공연을 위해서다. 그들역시 다같은 공무원이다.국립극단에는 탁아방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공연예술은 살아 있는예술이다. 순간순간이 창조의 순간이다. 여기서 관객은 방관자가 아니라 그 창조의 과정을 함께하는 또다른 창조자인셈이다.그들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창조는 망치고 마는 것이다. 감상하는 시민뿐아니라공연장 관계 공무원들도 노력해주어야 할 점이다.

대구의 공연장 풍경은 나를 슬프게 한다. 흔히 대구를 문화의 도시라고말하는데, 그건 다 허울뿐이다. 시 예산에 편성된 문화예술비가 0.025%라는것보다 이 시장판같은 공연장 풍경이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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