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혈흔 한방울은 증거로 불충분

O.J심슨에 대한 무죄평결이 내려진 뒤 미국인들의 관심은 배심원단이 무죄로 결론을 내리게 된 근거가 무엇이었나에 쏠려있다.미국의 언론사들은 이를 캐내기 위해 '돈을 싸들고' 심슨 재판의 배심원들을 쫓아다니면서 인터뷰를 성사시키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그중 처음으로 입을 연 배심원은 컴퓨터기술자인 흑인여성 브렌다 모런씨(45)로 그녀는 4일(현지시간)이번 평결이 인종적 감정 때문에 무죄로 결론이났다는 시중의 비평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면서 "나의 결론은 감정이 아니라증거를 바탕으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검찰측의 증거를 믿을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사건 현장에는 그렇게 많은 핏자국이 있는데 왜 심슨의 포드 브롱코 자동차에는 혈흔이 그것 뿐이었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이 '브롱코'에서 가까스로 찾아내 DNA분석을 실시했던 혈흔 한 방울은 증거로 불충분하다는 말이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지는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섰던 중국계 범죄감식 전문가인 헨리 리씨(57)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네티컷주립경찰 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인그는 범죄감식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는 지난 8월 심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측의 증거분석과 상반되는 주장을 내놓았었다.

그는 사건 현장의 엄청난 핏자국 가운데 단 한방울의 핏자국을 가지고 DNA분석을 한 결과심슨의 혈액형과 일치했다는 겸찰측의 분석결과는 증거로서충분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경찰이 사건발생 이튿날 현장에서 말라붙은 심슨의 핏방울을 채취하면서 핏방울을 담았던 종이에 또다른 핏자국이 묻어있었으나 마른 핏방울은 결코 종이 위에 핏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초동수사에 나선 LA경찰들이 심슨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변호인측의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했다.

또한 그는 현장에 수없이 튀겨있는 핏자국을 보아 사건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짧지 않은 격투'가 있었다고 증언해 심슨이 '단시간 내에' 두사람을 살해한뒤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검찰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도했다.

리씨의 증언 당시 그의 진지한 태도와 명쾌한 설명에 배심원들은 '의자 앞으로 몸을 당겨앉은채 귀를 기울였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보도하고 있다.이와함께 이 신문은 배심원 중의 한사람이었던 라이오넬 크라이어씨가 리씨의 증언에 대해 "마라톤 재판 과정에 등장한 수많은 증인 가운데 배심원들이가장 믿을만하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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