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우리가 살린다(20)-금호강(상)

영천에서 시작해 대구시내를 관통하는 금호강. 그 옛날부터 1백18㎞의 강줄기는 굽이굽이 우리의 정서와 함께 해왔다.낚싯대를 드리우며 물장구를 치던 낭만이 넘쳐나는 시절도 한때 있었지만이제는 찐득찐득한 먹물과 악취나는 하수도를 연상케 할 뿐이다. 금호강은강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한채 '거대한 오물통''낙동강오염의 주범'이라는 악명을 뒤집어쓴지 이미 오래다.

영천댐에서 발원, 하천유지수에도 못미치는 자그마한 물길은 영천 금호대구를 거치면서 주택가와 공장에서 흘러드는 생활오수와 만나 거대한 하수가되고 있는 것이다.

영천댐에서 하루 4만톤의 물이 하천유지수로 내려오는 반면 금호강으로유입되는 하폐수는 무려 1백30여만t으로 추산돼 금호강은 온통 하폐수로 뒤덮여있는 셈이다.

이렇듯 금호강은 회생불가능한 곳으로, 또는 쳐다보기조차 싫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낙동강 하류주민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이고, 대구시민에게는 가장 큰 치부의 하나다.

그러나 최근들어 금호강이 조금씩이나마 되살아나는 기미가 있어 다행스럽다. 인근에 신천과 달서하수종말처리장등이 증설됐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정화과정을 거친후 하수를 내보내는 공장들이 크게증가하고 있다. 주민들의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 90년 낙동강페놀사건이후 환경을감시하고 보호하기 위한단체나 개인들의 노력이 두드러지면서 금호강도 미약한 수준이더라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생태조사팀의 이정호박사(경북대강사)는 "오염된 강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90년대 전후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뚜렷한 차이를 느낄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오염측정치로 비교하지 않더라도 금호강을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낙동강생태조사팀이 최근 금호강을 몇차례 탐사하면서 대구시 북구 노원동팔달교와 서구 강창교등의 하류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각종 악취를풍기면서 마치 잼처럼 찐득찐득해 흘러내려가지 않을듯 흘러가던 이곳이 지금은 물의 모양새나마 갖춰 흘러가고 있다.물론 공상에 불과하지만 몇년후면 다시 멱을 감고 낚싯대를 마음놓고 드리울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금호강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화원유원지부근에도 물이 안겨주는 분위기가한결 좋아졌다. 대구인근의 위락명소중 하나였다가 최근들어 찾아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스잔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강가분위기가 예전보다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달성군 수질감시초소의 공익요원 유호일씨(25)는 "흘러내려가는 윗물은 깨끗하지만 바닥에 오염물질이 많이 깔려있어 더러운 듯한 느낌을 준다"며 "비라도 한번 많이 온다면 더욱 나아질 것 같다"고 했다.

강창교의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측정치가 지난 88년 98.7ppm의 최악수준을 기록하면서 90년전후 30~80ppm을 유지하던 것이 최근들어서는 10~20ppm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오염도측정의 가장 정확한 잣대로 알려져 있는 규조류 분포도도 최근 몇년사이에 다른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호박사의 연구에 따르면팔달교와 강창교에서 91년 호오염성종의 분포가 80-90%를 보이던 것이 지난해12월에는 73%수준으로 크게 변했다.

이에 대해 이박사는 "강을 살리는데는 하수종말처리장등 정화처리시설을이용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의 조그만 노력으로도 일정부분 가능하다"며 "페놀사건직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낙동강의 수질이 지금보다도 훨씬 좋았던 때가있었다"고 의미있는 얘기를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금호강 최하류지점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검은 물속이라고하더라도 고기가 헤엄치며 살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채병수박사(어류학)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가장 흔히 볼수 있는 피라미 붕어 참몰개 등은 강창교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들 어류에서 보듯 자연의 생명력은 너무나 끈질기고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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