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39)-강은 산을 껴안고(32)

나는 흐르는 땀을 훔친다. 눈 아래는 솔수펑이 너울이 이어진다. 바람에푸른 솔잎이 물결친다. 시원한 솔바람이 달다. 솔잎 너머로 아우라지 일대가훤히 내려다 보인다. 여량의 지붕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그 주위로 논이 질펀하다. 벼가 황금색으로 익었다. 그 너머 멀리로 반륜산이 솟아있다. 산맥이 파도를 이루다, 우뚝한 상청바위에 이른다. 일천미터가 넘는 산들이라고아버지가 말했다. 아우라지에서 합쳐진 송천과 구절천이 산을 가르며 흐른다. 벼랑을 끼고 조양강을 이룬다. 강은 낮은데로 흐르며 유역에 들을 푼다.언제였던가. 나와 시애는 아버지를 따라 자주 솔바위에 올랐다. 내가 앉은이 자리에 아버지와 시애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고 말하지. 강물이 산으로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야. 물은 낮은데로만 흐르니깐. 그러나 사실은 산이 강을 넘지 못하지. 산이 강을 만나면 높이를 낮출 수밖에. 강에 이르면 산맥조차 끊겨버려. 강을 건너 다시 산을 세워야 해. 그래서 강은 산을 껴안고 흐르는 거야" 아버지가 아우라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람의 몸은 70%가 물로 차있어. 산은 흙, 모래, 바위, 초목으로만 차 있는것 같지? 그러나 산도 많은 물로 차 있어. 사람만큼. 비가오지않을때도 산은 그 물을 쏟아내. 큰산일수록 많은 물을 품고 있지. 가뭄이 심해도 끊임없이 물을 쏟아내. 그 물이 개울을 만들고, 개울이 모여 강을이루지. 초목도산의 물을 먹고 자라. 뿌리로 물을 빨아들이니깐. '사람은물이다, 산도 물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 그러나 물을 뽑아낸 사람,물을 품지 않은 산은, 사람도 산도 아니야. 죽은 사람, 죽은 산이지" 아버지는 그런말도 했다. 그말이 맞기에, 아버지는 죽은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산은 죽지 않았다.나는 한동안 솔바위에 앉아 있다. 순옥이는 오지않는다. 땀을 식히자 나는솔바위에서 내려온다. 소나무숲을 걸어 내려간다. 솔내음이 싱그럽다. "시우야, 시애야. 지구위의 식물이 산소를 만들어낸다고 내가 말했지? 산소중에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있어. 나무들이 각종 박테리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발산하는 방향성 물질이지.그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내는 나무가 소나무, 잣나무, 편백, 삼나무야. 모두 바늘잎나무지. 피톤치즈는 특히 사람의몸과 마음을 맑게 해준단다. 피톤치즈를 마시면 기분이 상쾌하지. 그래서 아침에 내가 솔바위 솔수펑이로 산책을 하자는 게야" 아버지 말이 생각난다.나는 소나무 향기를 가득 마신다. 소나무의 겉뿌리가 땅위까지 용트림을 한다. 아버지는 그 겉뿌리를 가리키며 이런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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