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일합방 무효 인정하라

일본의 역사인식이 새롭게 재정립되지 않는 한 한일관계의 밝은 미래는 보장할수 없다. 최근 '한일합방조약의 합법'을 주장한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총리의 역사인식수준도 진실을 바탕으로 삼지 않은 위기모면에 불과하여 일본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무라야마총리는 지난 5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한일합방조약은 당시의 국제관계등 역사적 사정속에서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 실시됐다"고 발언했다가우리정부의 항의로 물의를 빚었다. 무라야마총리는 13일 다시 "한일합방조약이 평등하게 체결된것은 아니며 형식적으론 양자합의로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 당시의 역사적 배경속에서 성립된 것으로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자신의종전 발언을 번복하긴 했으나 끝내 발언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다.무라야마를 비롯한 일본지도자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시각을 갖게 된것은지난 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 근거한다. 이 조약 제2조에는 '1910년 이전에 양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로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다.

우리정부는 그동안 '체결시점부터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 그것을 기정사실로 굳혔다. 그러나 일본은 '국제법상 유효하게 체결되었으나 일본의 패전으로 무효가 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총리까지도 진실을 외면하는 망언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무라야마총리는 "식민지배하의 한일양국은 역학관계면에서 차이가 있어 평등대등하게 체결된 것은아니다"라고 말하고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인정할것은 인정하고 고쳐야 할것은 고쳐야 한다"고 시인했다. 이는 우리정부가 한일기본조약 제2조해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기 때문에 나온답변일뿐 사과와 반성과는 거리가 먼, 다시 말하면 진실이 결여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일본의 전반적인 역사인식수준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때론 마지못해 인정하는 정도라면 양국의 발전적 미래는 결코 기대할수 없다. 일본의 정치인들과내각의 장관들이 주기적이라 할만치 아주 잦게 한일합방조약과 식민지지배에대한 망언을 해왔다. 그망언들이 한일간의 외교적 쟁점으로 떠오르거나 마찰음이 일면 '유감이다''잘못 전달됐다'고 얼버무려 왔을뿐 진심으로 사죄하거나 반성하지는 않았다.

무라야마총리의 번복 발언에 이어 노사카(야판호현)관방장관은 "한일합방조약은 극히 강제적으로 체결됐다"고 말하고 "36년간의 식민정책은 커다란잘못이었으며 한국민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준데 대해 깊이 참회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정부는 대일정책을 펴면서 물에 물탄듯 넘어가지 말고 그들이 분명한 역사인식을 갖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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